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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화의 생활건축] 왜 청와대를 모방해 짓나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해외 연수 추태’로 논란을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는 지은 지 1년도 안 된 신청사다. 예천군과 의회는 2015년부터 신청사 건립을 추진해 지난해 2월 완공했다(사진). 꽤 낯익은 모양새다. 청와대 본관을 빼닮았다. 팔작지붕의 현대식 건축물이자, 콘크리트로 지은 한옥이다.
 
전통 한옥은 나무로 짓는 집이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한옥 모양의 콘크리트 건물을 많이 지었다. 광화문도 전쟁으로 불탄 것을 1960년대 콘크리트로 복원했다. 2010년 이를 나무로 원형 복원하면서 철거한 콘크리트 부재 일부를 서울 역사박물관 마당에 전시해놨다. 앞에서 보면 잘 짜 맞춘 한옥 처마인데 옆에서 보면 콘크리트 덩어리로 조각이 꽤 크다. 건물 규모로 경제력을, 한옥으로 정권의 역사적 정통성을 과시하던 시절이었다. 크게 짓고 싶은데 목구조로 어렵다 보니 콘크리트 한옥을 짓게 됐다. 전후 남북은 주요 공공건축물을 콘크리트 한옥으로 앞다퉈 지으며 체제 경쟁을 했다.
 
예천군청

예천군청

논란도 많았다. 경복궁 내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대표적이다. 66년 문화재 관리국이 현상 설계 공모전을 추진하면서 내건 단서 조항은 이랬다. ‘지상 5~6층, 지하 1층 건물로, 여러 문화재 건축을 모방해도 좋다.’ 아예 대놓고 베끼라고 하니 건축계는 반발했다. 건축가들은 창의성 있는 작품의 저작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8개 조항을 정부에 건의했다가 거절당하자 공모전 보이콧을 결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가 강봉진의 설계안이 당선됐고,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어졌다. 건물의 계단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상부의 5층 건물은 법주사 팔상전을 베끼는 등 9개의 전통 건축을 짜깁기해 지은 콘크리트 건물이다. 그 결과 최악의 건축물로 종종 뽑힌다.
 
체제 경쟁을 하던 시절에서 반세기가 흘렀건만, 콘크리트 한옥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기다. 모방의 대상은 국보급 전통 건축에서 청와대로 옮겨갔다. 예천군 신청사에서 볼 수 있듯 디귿(ㄷ) 형태로 건물을 배치한 청와대형 콘크리트 한옥이 계속 지어지고 있다. 정작 청와대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로 일부에서 비판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예천군과 의회는 신청사를 짓는데 495억원을 썼다. 청사조차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 속에서 새 정치를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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