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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노래·춤 담당 두듯, 스타트업도 기획사처럼 운영을”

한국 미래의 심장, 판교밸리
‘데스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의 길 안내인’. 액셀러레이터를 지칭하는 말이다. 창업 초기 고통의 시기를 함께 견디고 스타트업이 J 커브(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기)를 그릴 때까지 초기 투자 및 창업 노하우 전수 등 지원하는 역할을 해서다. 특히 실적은 없고,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는 신생 스타트업에게 액셀러레이터는 ‘구원의 동아줄’과도 같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일보는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로부터 추천받은 민간부문 액셀러레이터 이택경(48) 매쉬업 엔젤스 대표, 송경복(45) 펑키브로 대표와 공공부문 액셀러레이터인 이지선(54) 오즈인큐베이션센터 센터장을 만나 스타트업이 크는 법을 물었다. 이재웅 현 쏘카 대표와 함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이택경 대표는 2013년 매쉬업 엔젤스를 창업해 75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다. 이지선 센터장은 판교 경기창조혁신센터 스타트업 캠퍼스와 연계한 ‘보육프로그램’으로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 60곳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20곳을 키우고 있는 송경복 대표는 배우 송승헌의 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아이디어와 시제품만 있는 스타트업에 적게는 5000만~3억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한다. 이택경 대표는 이 과정을 포커판에 비유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카드가 한장만 뒤집어져 있는 상태의 포커판과 같다. 처음 한장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정보가 너무 제한돼 어렵다. 팀과 사람을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창업자가 배수의 진을 칠 정도로 창업 의지가 강한지, 그리고 그의 팀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핀다.”
 
팀 구성도 중요 요소다. 이지선 센터장은 “연예기획사가 아이돌 그룹 안에 노래, 춤, 예능 담당을 두듯이, 스타트업 내에서도 핵심 분야를 직접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한번은 노인 행동을 분석해 치매 예방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들고 온 창업자가 있었다. 팀 내에 메디컬 전문가가 한명도 없었다. 어떻게 할 거냐 했더니 아는 교수가 많다길래 돌려보냈다. 핵심 영역은 누가 도와줄 수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펑키브로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활용한다. SNS 광고를 만들어 일정 기간 마케팅을 한 다음 여기서 나온 결과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같은 기간 마케팅 해도 유달리 반응이 좋은 제품·서비스가 있다. 그런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가 일반 벤처캐피털과 다른 점은 코칭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센터장은 “회사라는 게 창업자 의지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창업자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선배 창업자가 저쪽에 낭떠러지가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걸 피할 수 있게 재무·회계·법률 기초부터 지속해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 성공 비결로 역발상을 꼽았다. 오즈인큐베이션 센터에 있는 와이즐리는 면도날·면도기 배송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면도날이 몇만 원대로 비싼 점에 착안해 독일에서 부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조립하는 시스템으로 가격을 낮췄다. 첫 구매 시 8900원에 면도기와 면도날 2개를 무료 배송하며, 재구매 시 면도날 4개를 9600원에 배달해준다. 최근 1년 간 직원 수를 3명에서 12명으로 늘릴 정도로 성장 중이다.
 
펑키브로가 투자하고 있는 루이도 역발상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디자인을 받아 소량의 신발을 제작해주는 플랫폼이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로 신발을 제작할 수 있게 했다. 2013년 부산에서 창업, 판교에서 큰 루이는 사무실을 미국 시애틀로 옮겼다. 송 대표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정석이었던 신발을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꾼 경우”라고 말했다.
 
명함 앱 리멤버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드라마앤컴퍼니는 매쉬업 엔젤스에서 성장해 2017년 말 네이버에 인수됐다. 선행주자들이 인식기술의 정확도 향상에 총력을 다하는 동안, 리멤버는 역발상으로 수작업으로 명함을 입력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후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뒤 자동 입력방식으로 바꿨다. 이 대표는 “같은 목적이라도 방법을 다르게 접근해 후발 주자인데도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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