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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수사에 인분 뿌려" 영장갈등 시작은 13년 전 론스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근하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근하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검찰 수사에 인분을 뿌리고 있다"
 

법원, 주중 양승태 구속영장 실질심사
영장 기각 시, 검찰 거세게 반발할 듯
영장 갈등에 '김명수 리더십'도 흔들
이용훈 코트 '론스타 수사' 때와 유사

검찰 고위 관계자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향해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새벽에 기각당한 영장을 그대로 그날 오후에 재청구하며 반박 성명을 냈고 언론과 정치권에선 대법원장과 피의자의 인연을 언급하며 영장심사 공정성에 불만도 제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영장이 기각당한 현재 검찰의 상황과 닮은 꼴이지만 모두 13년 전 이야기다. 
 
2006년 '론스타 외한은행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구속영장을 네차례나 기각한 법원에 맹공을 퍼부었다. 검찰총장도 "승복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박영수 전 최순실 특검, 수사기획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중수 1과장은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었다. 소위 '에이스 검사'들의 수사가 법원에서 부정당하자 검찰 내부에선 "치욕의 날"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2006년 12월 7일 박영수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12월 7일 박영수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의 반발 속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임자였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탈세 사실과 재판 개입 의혹 등이 정치권을 통해 흘러나왔다. 법원은 검찰을 의심했고 이 대법원장은 교회에서 만난 중앙일보 기자에게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두고 검찰과 사법부의 수장이 공개적인 충돌을 한 것은 1997년 실질심사가 도입된 뒤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지금 검찰과 법원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 기업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를 두고 갈등을 벌였던 때와 달리 지금은 검찰이 법원의 속살과 밑바닥을 모두 드러내려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6년 '론스타 수사'를 두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격화됐을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왼쪽)과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오른쪽)은 "영장 결정에 불복하겠다"며 전례 없는 영장심사 준항고와 재항고 결정을 내렸다.[중앙포토]

2006년 '론스타 수사'를 두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격화됐을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왼쪽)과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오른쪽)은 "영장 결정에 불복하겠다"며 전례 없는 영장심사 준항고와 재항고 결정을 내렸다.[중앙포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며 영장을 청구 또는 재청구하고 법원이 기각하는 모습은 그때와 유사하지만 현재 수세에 몰린 것은 법원이란 얘기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18일 오후 대법원을 나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전직 사법수장과 대법관이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되는 것이라 사법부의 신뢰 훼손은 불가피하다. 설령 영장이 기각될지라도 법원이 '제 식구를 감쌌다'는 검찰과 여론, 정치권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검찰은 지난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원장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양 전 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원장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양 전 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검찰이 법원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영장 발부 가능성보다 청구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법원에 '꽃놀이 패'를 던진 것"이라 말했다. 기각되더라도 비난의 화살은 검찰이 아닌 법원을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7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모두 기각됐을 때도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진실규명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은 사법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검찰과 정치권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수사를 바라보는 법원 내부의 분위기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2006년 검찰의 '론스타 영장' 기각 당시 민병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법원의 지지를 받으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했을 때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7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지난달 7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연합뉴스]

법관들의 사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을 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겨냥한 듯한 입장을 밝힌 안철상(61·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은 지난 3일 법원행정처장을 사임하고 대법관으로 돌아갔다.
  
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던 최인석 울산지법원장도 양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기각했던 이언학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때마다 '제식구 감싸기'라고 반발한지만 법원은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여론 수사를 하며 판사들을 압박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연구관 출신의 변호사는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하는 검찰과 법원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두 기관이 영장 심사 결과를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할 때마다 검찰과 법원을 정파적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늘어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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