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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이 끝난 직후, 박항서가 선수들에게 꺼낸 첫 말 "앉아라"

박항서 감독이 승부차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이 주변에 앉아있다.

박항서 감독이 승부차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이 주변에 앉아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 중 핵심은 '선수 사랑'이다.

박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은 베트남 축구를 역사상 가장 뜨겁게 만들었고, 그를 국민 영웅으로 등극시켰다. 과거 직접 선수들에게 발 마사지를 해 주거나, 부상당한 선수를 위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큰 감동을 선사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 나선 베트남 대표팀. 박 감독의 선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박 감독이 경기 도중 가장 크게 화내는 장면은 항상 똑같다. 상대 선수가 베트남 선수들에게 거친 파울을 할 때다. D조 이란과 2차전이 끝난 뒤 박 감독이 폭발할 때도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베트남 선수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물을 충분히 먹고 인터뷰하겠다고 주최 측에 항의한 것이다.

또 수비수의 실수를 묻는 질문에 박 감독은 "실수는 선수만의 잘못이 아니다. 실수했다고 해서 그 선수를 지적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승패·경기력·결과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고 답했다.

 
승부차기 전 요르단 선수들은 제각각 앉아있다.

승부차기 전 요르단 선수들은 제각각 앉아있다.


지난 20일 베트남과 요르단의 UAE아시안컵 16강이 펼쳐진 두바이의 알막툼스타디움. 이곳에서 다시 한번 박 감독의 선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혈투였다. 두 팀은 1-1 무승부를 거둔 뒤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갔다.

연장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벤치로 걸어왔다. 박 감독은 승부차기 전략과 키커·순서 등을 설명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평소에 승부차기는 코치들에게 맡긴다. 하지만 이날은 박 감독이 직접 리스트를 짰다. 베트남 선수들은 지시를 듣기 위해 박 감독 주변에 섰다. 그때 박 감독은 한마디를 했다.

"앉아라."

그리고 손으로 앉으라는 제스처를 연이어 했다. 박 감독의 말을 듣자 선수들은 박 감독 주변에 앉기 시작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뒤에 서서 박 감독의 말을 함께 들었다. 스즈키컵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개월을 쉬지 않고 달려온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날 120분의 혈투를 치렀다. 체력이 남아날 리 없었다.

박 감독이 가장 먼저 앉으라고 말한 이유는, 체력이 방전된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승부차기를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쉬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다. 이런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베트남은 승부차기에서 요르단을 4-2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박항서 매직'은 다시 한번 기적을 일궈 냈다.

 
8강을 확정지은 뒤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8강을 확정지은 뒤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런 박 감독의 리더십이 원 팀의 원동력이다. 베트남은 이날도 원 팀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 승부차기를 할 때 요르단 선수들은 제각각 따로 행동했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모두가 함께 모여 있었다. 승리의 여신은 함께 있는 팀의 손을 들어 줬다.

경기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박항서 매직'이라는 표현에 이렇게 답했다.

"결과에 대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 주는데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나 혼자의 노력으로 되는 팀이 아니다. 성공에 대한 결과는 선수, 스태프와 함께해야 한다. 내가 감독이라서 '박항서 매직'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16강 진출 이후 회복 시간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박 감독은 8강 신화의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박 감독의 선수 사랑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두바이(UAE)=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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