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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대북제재 완화 요청…트럼프 답 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이 트윗으로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이 트윗으로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18일 거의 두 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회담을 했다”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2월 말쯤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최국도 선정했으며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알렸다. 사실상 2차 정상회담 시기ㆍ장소를 결정했는데 발표를 미뤘다는 얘기다. 불과 5주 앞인 2월 말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놓고 북ㆍ미 간에 벌어지고 있는 고도의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 오른쪽으로 박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김혁철 전 북한 스페인 대사, 왼쪽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배석했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 오른쪽으로 박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김혁철 전 북한 스페인 대사, 왼쪽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배석했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복수의 현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90분간 김영철 부위원장을 면담한 내용과 관련 “북한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통 큰 합의를 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 큰 합의의 내용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 또는 폐기 카드를 설명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건 제재 완화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의 요구 사항 임을 뜻한다. 또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가 제재 완화 임을 시사한다. 백악관 예방에 앞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 “구체적인 협상 의제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의 실무 협상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회담 사정에 밝은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일단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스웨덴 실무 협상에서 북한이 내놓는 카드를 보고 상응 조치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사안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백악관을 떠난 직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미국 정부는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를 보기 전까지 제제와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선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로 진지한지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9일 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북ㆍ미 협상에 따라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물론 합의 내용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차 정상회담의 날짜ㆍ장소를 발표하지 않은 건 김영철 부위원장의 요구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회담 일시와 장소는 김정은 위원장의 수표(결재)를 받아야 한다”며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개최국은 베트남으로 정해졌지만, 개최 도시를 놓고는 북ㆍ미 양국이 하노이와 중부 다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북ㆍ미는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이 스웨덴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 및 정상회담 세부 내용 등을 논의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소식통은 “북ㆍ미 양국 모두 서로 원했던 걸 얻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2차 정상회담을 확정짓고 제재 완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했다고 보고할 수 있게 됐고,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해 8월 말 임명된 비건 특별대표의 대북 실무협상을 5개월 만에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9일 워싱턴 2박 3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9일 워싱턴 2박 3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 기자]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확정을 놓곤 미국 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시간은 북한 편”이라며 “연방정부 셧다운과 뮬러 특검 수사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가짜 비핵화로 양보를 받아내는 나쁜 합의를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차 회담에서 북한의 목적은 제재 완화와 키리졸브 훈련 연기”라고 봤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동맹을 끝내고 군대를 철수하길 바라는 상황에서 ICBM 폐기와 미군 철수 같은 급진적 딜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는 한국과 미국에 대형 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ㆍ장소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의 안전에 대한 북한의 우려 때문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는 구체적 조치를 한다면 좋은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본지에 밝혔다.
  
 
한편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은 워싱턴 체류 둘째 날인 18일 저녁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비밀리에 만찬을 했다. 김 부위원장과 박철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김성혜 실장 세 사람이 저녁 7시10분 듀폰서클 호텔을 떠나 워싱턴 시내에서 해스펠 국장과 신임 코리아미션 센터장 등을 만났다. 미국 CIA와 북한 통전부 라인이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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