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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과잉진압 용산참사 10년…유족은 그곳서 호떡을 판다

용산참사 10주기인 20일 사고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원안)에서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참사 10주기인 20일 사고 현장인 옛 남일당 건물터(원안)에서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224-1번지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0년 전 철거민들이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던 곳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여느 공사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당시 농성 진압 과정에서 경찰특공대원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했던 이 곳에는 2020년 11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공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빈 땅으로 남아있다가 2016년 4월 서울시가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키고 개발이 재개됐다.
 

농성진압 현장, 주상복합 공사 중
유족 “트라우마에 약 없인 못 살아”
경찰 “공권력 과잉행사 반성
화염병 폭력 시위도 사라졌으면”

이제는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자리를 아직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64) 씨다. 김 씨는 작년 10월부터 사고가 발생한 옛 남일당 터인 건설 현장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앞에 있으면서 건물이 한 층 한 층 올라가는걸 보면 가슴이 찢어지지만 더 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은 남편 생각에 참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추운 곳에 서서 호떡을 부쳐도 손에 쥐는 건 3만원 남짓. 김 씨와 남편은 사고 전까지 재개발구역에서 ‘삼호복집’을 운영했다. 김 씨는 “그 때는 그래도 생계에 대해서는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 10년 전 사고 당시에 대해 물으니 김씨는 마치 어제 일처럼 시간대별로 생생히 기억하고있었다. 김씨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렇다. 약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참사 당시 사망한 양회성씨의 아내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하는 리어카 호떡집. [연합뉴스]

참사 당시 사망한 양회성씨의 아내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하는 리어카 호떡집. [연합뉴스]

또 다른 유가족인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75) 씨는 이 곳에 건물이 올라간 이후 발길조차 하지 않았다. 전씨는 “쳐다보기 조차 싫은데 뭐 하러 가보겠냐”며 “내 시간은 2009년 1월 20일에 멈춰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 씨와 남편은 남일당 건물 바로 뒤에서 ‘레아 호프’를 운영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장사는 잘 됐다고 한다. 현재는 동대문구에서 작은 도시락 가게를 운영중이다. 전 씨는 “도시락 가게가 잘 될게 있겠나. 그냥 밥 먹고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2009년 용산참사를 목격한 작가들이 모여 일종의 ‘시국 선언’을 했다. 용산참사를 계기로 ‘6·9작가선언’을 결성했고『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라는 용산 참사 헌정 문집을 냈다. 공선옥 작가는 “새로운 건물은 그 공간 자체가 오랜 세월 지녀온 땀과 손길이 축척된 걸 넘어서지 못한다”며 “그걸 다 밀어버리고 돈이 돈을 낳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형철 작가는 “용산참사는 우리 시대 자본의 탐욕이 작동하는 방식을 순수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을 밝혔다.
 
10년 전을 기억하는 상인들은 아직 옆 건물에서 터전을 지키고 있다. 옛 남일당 건물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그날 새벽 5시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사방에서 건물에 라이트 쏘고, 물 쏘고 난리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 A씨는“수익이 그때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는데 그에 비해 임대료는 70만원에서 154만원으로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남일당 건물에 들어설 주상복합은 인기가 많다. 근처 부동산 주인은 “전매 제한이 걸려서 값이 얼마나 오를지 알 수가 없다”면서도 “여기가 현재 ‘핫’한 동네다 보니 20억은 넘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 물리력 사용 기준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선 사안 추진 상황을 봐서 적절한 때를 잡아 유가족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공권력의 과잉 행사는 물론 폭력 시위 역시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력이 과잉 행사된 정황들이 지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등에서 밝혀졌지만 ‘볼트 새총’이나 화염병 등이 동원된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성 역시 재발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권유진·백희연·윤상언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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