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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맛&멋] ‘하나로마트’의 원조…전국 첫 5억 순이익 믿을 수 있는 농산물로 소비자 신뢰 얻어

 동학농민운동의 진원지인 전북 정읍 시내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정읍농협이 운영하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농협 하나로마트(사진)다. 연건평 7620㎡(약 2300평)인 마트는 인구 11만2700여 명인 정읍 시내에서도 큰 건축물에 속한다.
정읍농협이 운영하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농협 하나로마트는 개장 후 1년 만에 5억원의 흑자를 냈다. 총 매출은 개장 첫해 254억원을 올린 후 현재까지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남영 조합장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읍농협이 운영하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농협 하나로마트는 개장 후 1년 만에 5억원의 흑자를 냈다. 총 매출은 개장 첫해 254억원을 올린 후 현재까지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남영 조합장이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읍농협

◆조합 통폐합 위기서 ‘하나로마트’로 새 활로 개척=도농복합도시에 들어선 여느 하나로마트에 비해 유난히 규모가 큰 건물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전국 곳곳의 지역농협이 운영 중인 ‘하나로마트’의 원조라는 점이다. 농협 중앙회가 1997년 전국에 있던 ‘농협 연쇄점’ 명칭을 ‘하나로마트’로 통합한 직후 국내 최초로 이를 적용했다. 박현수(64) 전북과학대 교수는 “정읍 하나로마트는 국내 1호점이자 5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린 전국 첫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의 첫 번째 대박 사례가 정읍에서 탄생한 것은 96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남영(64) 정읍농협 조합장이 돌연 자체적인 대형마트 운영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유 조합장은 자신이 취임하기 전 불거진 부실대출과 쌀 사기 사건 등에 따른 정읍농협의 퇴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트 운영을 결심했다.
 
 정읍농협은 이듬해인 97년 3월 하나로마트의 타당성 용역 결과를 토대로 99년 8월 19일 마트 문을 열었다. 마트 개장 전만 해도 정읍농협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간신히 부도·합병 위기를 모면한 상태였다. 유 조합장은 96년 2월 부실농협으로 낙인 찍힌 정읍농협의 수장을 맡자마자 조합 내 부동산 처분과 인력구조 개편을 통해 조합을 정상화하려 했다. 취임 후 2년간 자신의 월급과 승용차를 반납할 정도로 조합 내 경비를 최소화한 것도 급한 불을 끄는 데 한몫을 했다.
 
 그는 마트 매장이 지어지는 동안 서울과 전국 대도시의 대형마트들을 돌아다녔다. 지금처럼 하나로마트 개장 때 인력 지원이나 컨설팅을 해주는 농협 내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월마트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운영하는 매장 곳곳의 사진을 직접 찍어가며 판매상품이나 진열기법 등을 익혔다.
 
◆조합원 생산 농축산물 착한 가격에 공급=조합 통폐합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했던 유 조합장의 판단은 주효했다. 매장 건축에 20억원을 투입한 정읍 하나로마트는 99년 8월 개장 후 1년 만에 5억원의 흑자를 냈다. 총 매출도 개장 첫해 254억원을 올린 후 현재까지 4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인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소비자에게 값싸게 공급하도록 한 것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읍농협이 첫 히트를 친 하나로마트는 현재 농협 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전국에서 총 22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 하나로유통’ 매출액만 연간 2조9370억원에 달한다.
 
◆온 가족 함께 나들이 … 정읍시민 쇼핑문화 바꿔=마트의 성공은 정읍농협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농민이 주도하는 마트 운영을 통해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여수신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96년 2월 유 조합장 취임 당시 1200억원에 불과했던 정읍농협의 상호금융이 올해 1조원을 넘어선 것도 하나로마트가 만들어낸 신화다. 23년 전 “부도·합병만은 막아야 한다”는 유 조합장의 집념이 부실농협을 우량 지역농협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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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 개장은 농업 비중이 높은 정읍시민의 삶을 바꿔놓았다. 명절이나 제사 등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던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하게 된 것이다. 20여 년 전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던 손님들은 카트의 등장에도 환호했다. 주부나 여성 일색이던 농촌 쇼핑객들을 아버지나 남편이 포함된 가족 단위로 바꿨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1호점이 동학농민운동의 발생지인 정읍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학운동은 1894년 2월 고부군수(현 정읍시) 조병갑의 폭정에 항거해 농민들이 일으킨 민란이다. 현재 정읍농협은 전봉준의 후예격인 조합원 69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5선인 유 조합장은 “농협의 비전은 농수산물 유통 쪽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신념”이라며 “온라인이나 택배 등으로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맞는 새로운 콘텐트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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