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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의 아라비안나이트] 베트남 국민이 박항서호에 닭과 쌀 보낸 이유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베트남 선수들을 위해 팬들이 보낸 음식. [VTV 쾅피엣 기자]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베트남 선수들을 위해 팬들이 보낸 음식. [VTV 쾅피엣 기자]

 
닭과 쌀, 레몬…. 베트남에서 아랍에미리트로 음식이 전해졌다. 조리장 없이 아시안컵에 출전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향한 ‘구호 물품(?)’이다.

선수 기 북돋우기 위해 음식 보내
박 감독 향한 베트남식 애정 표현
극적으로 16강 진출 이어 8강행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해 8강에 진출했다.
 
2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기자는 박 감독에게 “베트남 국민이 선수단에게 음식을 보내줬는데 기분이 어떤가”라고 물었다. 박 감독은 “중동에 오랫동안 나와 있는데, 베트남 국민이 음식까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베트남 VTV 쾅피엣 기자는 “베트남 국민이 행여 선수들 입에 중동 음식이 맞지 않을까 우려해 현지 음식을 보내준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 한국 대표팀은 조리장 2명이 동행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베트남은 조리장을 데려가지 못했다. 베트남 공무원 월급은 약 30만원 정도고, 지난해 베트남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2385달러(약 26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이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관중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관중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연합뉴스]

 
베트남 국민은 베트남이 지난해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카퍼레이드를 할 때도 박 감독에게 치킨, 옥수수 등을 던져줬다. 박 감독은 “‘이게 나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애정 표현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12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신경전에 쿨하게 대응하고 있다. [뉴스1]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12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신경전에 쿨하게 대응하고 있다. [뉴스1]

박 감독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지난 8일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중동의 강호’ 이라크에 2-3으로 역전패한 뒤 물병을 걷어차며 아쉬워했다. 지난 12일 2차전에선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29위 이란에 0-2로 졌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여러 차례 자극도 하고, 도발도 했지만, 박 감독은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신경전에 휘말리지 않았다.
 
베트남이 16강에 진출하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베트남은 지난 17일 3차전에서 예멘을 2-0으로 꺾고 조 3위(1승2패)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조 3위 6개국 중 상위 4팀이 16강에 진출하는데 지난 18일 E조의 레바논이 북한을 4-1로 꺾으면서, 베트남은 레바논과 승점·골 득실·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뤘다. 결국 베트남은 옐로카드 숫자까지 따져야 했다. 베트남이 레바논보다 옐로카드 숫자가 2개 적어 극적으로 16강행 막차를 탔다.
 
베트남 선수들이 지난 18일 레바논-북한전을 숙소 복도에서 지켜본 뒤 서로를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베트남은 이날 극적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베트남 선수 소셜미디어]

베트남 선수들이 지난 18일 레바논-북한전을 숙소 복도에서 지켜본 뒤 서로를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베트남은 이날 극적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베트남 선수 소셜미디어]

매니지먼트사인 DJ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는 “감독님과 선수들이 숙소 복도에 옹기종기 모여 레바논-북한전을 지켜봤다. 16강행이 확정된 뒤 선수들은 끌어안고 환호했는데 감독님은 조용히 방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알 아인에서 3차전을 마친 뒤 고생한 베트남 선수들을 한국식당에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식당밖에 없어서 결국 시내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베트남은 지난해 12월엔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 컵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아시안컵 1차전이 끝난 뒤 베트남 해설자 쯔엉 안 은고그는 “박 감독의 경기 운영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베트남 일간지 탄닌의 응구옌 비엣 기자는 “스즈키컵과 아시안컵은 수준이 다른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박 감독을 비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반박했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르단과 2019 아시안컵 16강을 하루 앞둔 19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국기자들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두바이=박린 기자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요르단과 2019 아시안컵 16강을 하루 앞둔 19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국기자들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두바이=박린 기자

박 감독은 또 이번 대회 기간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친한 동생들처럼 챙겼다. 지난 8일 이라크전을 마친 뒤 박 감독은 조직위 직원에게 한국 기자들에게도 질문 기회를 주라고 요청했다. 지난 18일 두바이 훈련장에서는 한국 취재진을 보더니 “다른 나라 경기에 뭐 이리 관심이 많나. 허허”라며 손을 흔들어 줬다.
 
박 감독은 16강전을 앞둔 19일 기자회견에선 “한국에선 베트남을 ‘제2의 우리 팀’처럼 여기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신다고 들었다”며 “대한민국 국민까지 응원해주셔서 책임감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상에서 내려와 한국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먼 곳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두바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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