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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펀드 암흑기…부동산 펀드 그나마 선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암흑기.’  
 
지난해 국내외 펀드 시장을 요약하는 말이다. 20일 본지가 펀드평가사 KG제로인과 함께 지난해 펀드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8.49%였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원금에서 18만5000원을 잃었다는 의미다. 2008년(-38.48%)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 지수의 연간 하락률(17.28%)과 비교해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더 낮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국내 경기 위축과 고용·수출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스피의 하락은 지수의 움직임을 따르는 펀드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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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형 펀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5.75%를 기록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2011년(-21.74%) 이후 7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투자한 펀드(-23.89%)의 손실이 컸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지역별로 수익을 낸 곳은 브라질펀드(4.20%)뿐이다.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이나 채권형 펀드도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국내 채권형 펀드(2.64%)만 간신히 은행 예금금리를 조금 웃도는 수익을 내며 체면치레를 했다.
 
혼란한 증시 상황은 펀드의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국내 채권형 펀드(자금 순유입 4조5500억원)에는 주식형(8200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몰렸다. ‘고위험 고수익’보다는 ‘저위험 저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형별로 보면 부동산 펀드가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펀드는 5.69%, 국내 부동산 펀드는 3.1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펀드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심스럽다. 배준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본부장은 “올해 펀드 투자에선 미국·중국·환율의 세 가지 변수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장기 호황 국면이 얼마나 지속하는지, Fed가 기준금리를 얼마나 더 올리는지, 중국이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강도로 경기부양에 나서는지 등이 한국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두 자릿수 손실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올해는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며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랭크 카루소 얼라이언스번스틴(AB) 미국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금리 정상화(상승)는 자산 가격에 지속해서 반영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선 인도를 관심 지역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었다. 지난해 인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1.82%)은 부진했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신흥국의 특성상 시장의 변동성이 심하고 정치적인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박인호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장은 “인도는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국에 원유 수입국이란 점이 문제이긴 하다”면서도 “최근에는 소비와 내수, 사회기반시설 투자,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월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재집권이 확정되면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숙·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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