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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대신 '자살송' 부르는 요즘 초등학생들

기자
김명희 사진 김명희
[더,오래] 김명희의 내가 본 희망과 절망(3)

희망과 절망은 한 몸이고, 동전의 양면이다. 누구는 절망의 조건이 많아도 끝까지 희망을 바라보고, 누구는 희망의 조건이 많아도 절망에 빠져 세상을 산다. 그대 마음은 지금 어느 쪽을 향해 있는가? 우리는 매 순간 무의식 속에 희망과 절망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은 눈금 하나 차이지만, 뒤따라오는 삶의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희망도 습관이다. 절망을 극복하게 만드는 희망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최대 원동력이다. 그동안 길 위에서 본 무수한 절망과 희망을 들려드린다. <편집자>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가족은 아침이면 뿔뿔이 흩어져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관심 어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사진 pixabay]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가족은 아침이면 뿔뿔이 흩어져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관심 어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 [사진 pixabay]

 
묵은해가 가고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먹고 싶지 않은 나이를 한살 더 먹고 말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전 틈새에 나이와 무관한 날짜가 단 보름만 주어져도 좋겠다.
 
새해가 되면 아이들이 어리든 장성하든 부모들 마음은 분주하다. 입학과 졸업을 거치면서 자식 둔 부모들은 어깨가 늘 무겁다. 성장하는 아이들 곁에서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무한경쟁시대라서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침이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밖으로 달려나간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관심 어린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다.
 
학교와 학원을 떠돌던 아이들이 지쳐 집에 와도 반겨줄 이는 없다. 텔레비전을 보든지 혼자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직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나이도 아닌 어린아이들이 그렇게 방치된 채 홀로 성장한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어떤 모녀를 보았다. 유모차를 탄 서너 살쯤 되는 딸과 전철을 탄 젊은 엄마. 그런데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모녀는 벌써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있었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야 할 시기에 엄마와 어린 아이는 철저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중앙포토]

아이와 엄마 사이에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야 할 시기에 엄마와 어린 아이는 철저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내용과 연관 없는 사진). [중앙포토]

 
아이 손이 얼마나 작았던지 핸드폰을 두 손으로 힘겹게 받쳐 들고 액정화면에 작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나마 아이와 엄마가 눈 맞춤하고 가장 많은 인성적인 대화가 오가야 할 시기가 바로 그때다. 그러나 한참을 더 가다 전철에서 내릴 때까지 엄마와 어린아이는 철저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첫 아이를 낳고 밤마다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아이가 잘 때까지 동요를 50여곡씩 불러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가 젖을 먹고 잠투정으로 칭얼대면, 아기를 품에 안고 끝없이 동요를 불렀다. 액세서리 조립 부업 하랴 아기 키우랴 새벽부터 온종일 하루가 피곤했던 나는 하품하고 졸면서 평소 내가 아는 동요를 총동원했다. 동요 수십 곡이 거의 바닥이 날 때쯤이면 아기는 새근새근 잠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때부터 새벽까지 또 일했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정겨운 담장과 골목이 사라졌다. 낮은 담장과 골목이 사라지면서 어여쁜 동요들도 함께 사라졌다. 골목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술래잡기하며 놀고 동요를 부르며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혼자 집 지키며 폭력성 짙은 게임에 열중한다.
 
일명 햄스터 주스 사건을 기억하는가. 집에서 혼자 놀던 초등학생이 집에서 기르던 귀엽고 앙증맞은 햄스터를 산채로 믹서에 넣고 돌린 사건이 있었다. 이것도 이미 십여 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더 많은 끔찍한 사건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행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기 직업은 유튜버다. 하지만 이 유튜브를 통해 배포된 콘텐트 중 하나인 '자살송'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기 직업은 유튜버다. 하지만 이 유튜브를 통해 배포된 콘텐트 중 하나인 '자살송'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기 직업은 유튜버(Youtuber)다. 이러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자살송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가리 박고 XX하자! 대가리 박고 XX하자!’ 무한 반복되는 최악의 노랫말은 어른인 내가 잠시 들어봐도 강력한 중독성을 안고 있었다. 어떤 신문기사를 보니 요즘 아이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야, 그냥 XX해!’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며 해맑게 웃는다는 내용도 있다.
 
예전에는 어린아이들에게 천연두라 불렸던 호환·마마가 제일 공포였다. 호환·마마는 한눈에 보아도 아프고 괴로운 병임을 알기에 아이들은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경계했다. 그러나 자살송에는 무척 경쾌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신나는 리듬이 꿀처럼 발려있다.
 
그러니 아직 분별력 없는 어린아이들이 피해가기 어렵다. 이런 독버섯 같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이들은 돈에 눈이 먼 성인들이다. 이 심각한 현실을 바쁜 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유튜브에 앞다투어 올라오는 자살송. 유튜브 채널 숫자는 경악할 만큼 많고 몇십 만 조회 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튜브 조회 수가 돈으로 환산되면서 세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어가고 있다. 그 노래의 가사는 실로 충격적이다. 아이들 뇌는 스펀지 같아서 무엇이든 신속히 흡수한다. 그런 충격적인 가사가 활발하고 경쾌한 비트에 담겨 전염병처럼 아이들 입에서 입으로 번지고 있다.
 
영화 '스윙키즈' 속 복고풍 의상과 미술. 요즘 롤러장 뿐 아니라 안경, 패션, 노는 문화까지 복고 열풍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의 동심이 잃어버린 동요는 언제쯤 돌아올까. [사진 NEW]

영화 '스윙키즈' 속 복고풍 의상과 미술. 요즘 롤러장 뿐 아니라 안경, 패션, 노는 문화까지 복고 열풍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의 동심이 잃어버린 동요는 언제쯤 돌아올까. [사진 NEW]

 
모든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한다. 요즘 추억의 롤러장이 성업이고 안경도 패션도 음악과 노는 문화까지 복고열풍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의 동심이 잃어버린 동요는 언제쯤 돌아올까.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나는 해맑고 귀여운 우리 초등학생 아이들 입에서 다시 동요가 흘러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더 늦기 전에 풀빛을 닮고 귀뚜리 날갯짓을 닮은 동요를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줘야 한다.
 
김명희 시인·소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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