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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정권 따라 총장 바뀌면 KAIST 명성 망가져"

 “KAIST의 평판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상태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장 교체 얘기가 나오면 그 명성이 오래 못갑니다.”
 

KAIST 총장 직무정지 파문에 아쉬움 표현
“연구 잘하는 KAIST, 그냥 내버려뒀으면”

2013년 총장 임기 못 채우고 미국 건너와
"대학에선 명망있는 교수 발언권 강해야"

서남표(83) 전 KAIST 총장은 지난달 신성철 현 총장의 직무정지가 논란이 된 사실을 아쉬워했다. KAIST 이사회에서 그 결정이 유보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고도 한다.
 
서남표 전 KAIST 총장.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심재우 뉴욕특파원

서남표 전 KAIST 총장.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심재우 뉴욕특파원

서 전 총장은 201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6년간 몸담은 KAIST를 아쉬움 속에 떠났다. 미국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직을 은퇴한 뒤 현재 보스턴 자택에서 저서를 집필 중이다. 그는 여전히 KAIST의 발전을 기원하고 있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통해 ‘노장’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성철 현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유보됐는데.
“미디어를 통해 들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 세계적으로 KAIST라는 이름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같은 논란이 그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동안의 성과도 있고하니 잘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신 총장이 외국 연구기관에 돈을 준 게 문제가 됐다.
“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연구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검찰 수사를 통해) 제대로 밝혀지겠지만, 그곳의 비싼 기계를 사용하는데 연구원만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약간의 연구비를 내는 게 정상적인 협력연구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일단 신 총장의 이전 근무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런 상황을 다 알고 검증한 상태에서 총장에 임명됐을 텐데, 정부가 그걸 지금 끄집어내서 내려오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연히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하는 상황이다.”
 
과학계 일각에선 현 정부가 점찍은 인사를 앉히려는 사태로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장 자리를 노리고 뒤에 가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까지 나서는 등 신 총장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건) 분명히 KAIST의 명성에 해가 되는 일이다.”
(네이처는 지난달 13일 “많은 과학자가 전 정부 때 임명된 신 총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자는 요청은 섣부른 것이며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한국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201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KAIST를 떠날 당시 신 총장이 교수들을 대표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았을 법한데.
“개인적인 감정은 이제 없다. 크게 생각해야 한다. 정치 바람을 타고 사람이 들고나봤자 KAIST에 좋을 일이 없다. 적어도 신 총장은 밤마다 술자리 만들기 좋아하고, 주중에 골프 하는 교수는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정치하는 교수보다, 연구실적이 우수해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교수들의 발언권이 커져야 한다.”
 
이달말 물러나는 세계은행 김용 총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안다. 김 총재가 사직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MIT 교수할 때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지내서 잘 알고 지냈다. 아직 김 총재와 연락을 해보지는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지못한다. 워낙 그 자리가 정치색이 강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누군가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총재가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되고 연임됐던 사람이라 개인적으로 느껴온 압박이 매우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근황은 어떤지.
“MIT 내에 사무실이 있기는 한데, 잘 안나고 집 서재에서 책 두 권을 한꺼번에 쓰고 있다.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교수 10명과 같이 디자인 관련 교과서를 집필중인데, 내가 거의 절반을 맡았다. 여러 사람이 쓰는 내용을 조율해야 하고, 언어도 제각각이어서 아무래도 일이 많다. 다른 한 권은 개인사에 관한 책이다. 건강도 여전하고, 늘 바쁘게 산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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