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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지잡대'란 말 없어요····입시코디, 해외토픽감"

일본 도쿄에서 1년간 연수한 중앙일보 대중문화팀 정현목 기자, 한국영화 전공의 나리카와 아야 칼럼니스트(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한일간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는 '한남(韓男)일녀(日女)수다'. 7번째 토크의 주제는 화제의 드라마 'SKY캐슬'입니다. 사교육 광풍 등 한국사회의 현재를 축약해놓은 듯한 드라마를 보며, 나리카와 상은 "한국에선 절대로 애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합니다.   
 
한국의 수능 열기, 일본방송 매년 화제성 보도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사진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사진 JTBC]

정현목(이하 현목)= 드라마 ‘SKY캐슬’이 장안의 화제에요.
 
나리카와 아야(이하 나리카와)= 저도 꼬박꼬박 볼 정도니까요. 한국 사교육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현목= 수능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일본방송에서 난리법석을 떨죠. 한국에선 수능날 경찰차로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나르고, 비행기도 못뜨게 한다며. 학부모들이 기도하고 엿붙이는 장면도 보여줘요.    
지난해 11월 15일 수능시험일에 제주 경찰이 한 수험생을 싸이카에 태워 수험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 제주 자치경찰단]

지난해 11월 15일 수능시험일에 제주 경찰이 한 수험생을 싸이카에 태워 수험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 제주 자치경찰단]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수험생 학부모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뉴스1]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수험생 학부모들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뉴스1]

나리카와= 맞아요. 일본에서 보기엔 해외토픽같은 일이니까.  'SKY캐슬'에서 입시코디네이터를 보고 깜놀했어요. 저런 직업도 있구나 하고. 주변에 한국남자와 결혼한 일본여성이 많은데 다들 교육문제로 고민 많이 해요. 
 
현목= 어떤 고민?
 
나리카와= 경쟁 극심한 한국에선 애가 불쌍해서 못키우겠대요. 그래서 중학생 되면 일본에 보내겠다고들 해요.  
 
현목= 일본은 어떤가요?
 
나리카와= 저보다 윗세대는 경쟁이 심했지만, 지금은 심하지 않아요.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유토리(ゆとり, 여유란 뜻) 교육을 받았던 세대(1987~1996년생)도 있었죠.  
 
현목= 유토리 교육은 학력저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2007년 폐기되지 않았나요?
 
나리카와= 맞아요. 나중엔 ‘유토리 세대’가 젊은 층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죠. 야심도, 근성도 없는 애들이라는 거죠. ‘유토리데스가 나니카?(유토리입니다만 무슨 문제있습니까?)’란 드라마가 나올 정도였어요. 유토리 교육이 끝나고, 좀더 세게 공부시키는 쪽으로 가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만큼은 아니에요.  
 
현목= ‘요즘 애들, 야심도 근성도 없다’는 말은 만국 공통인가봐요^^ 일본도 명문대 입학 경쟁은 치열하지 않나요?
 
명문대 지방에 분산된 일본, '지잡대' 같은 비하말 없어   
나리카와= 한국은 명문대가 서울에 몰려있지만, 일본은 괜찮은 대학들이 지방에 많이 분산돼 있어요. 좋은 지방국립대도 많고. 그런 대학들은 웬만한 도쿄 사립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요. 교토대는 도쿄대 버금가는 명문이죠. 그래서 굳이 도쿄까지 안가고 괜찮은 지방대학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목= 한국은 ‘지잡대’라는 ‘야만스러운’ 말까지 있어요. 어떤 뜻인지 아세요?
 
나리카와= 지방잡대. 지방대를 비하하는 말이잖아요. ‘SKY캐슬’ 대사에도 나오던데요.  
 
현목= 오호! 한국사람 다 됐네요. 
 
나리카와= 감사 ^^  ‘SKY캐슬’ 보니 자식을 서울대 의대 보내려고 난리던데 왜 그래요?
 
현목= IMF사태 이후 고용불안정 시대가 되면서 전문직만이 살아남는다, 그 중에서도 부·명예를 누리며 오래 할 수 있는 건 의사라는 인식이 팽배해졌어요.  
 
나리카와= 일본도 의대진학이 어렵긴 한데, 그래도 모두 다 의대를 지망하진 않아요. 학생 스스로 의사가 되고 싶어야하잖아요. ‘SKY캐슬’에서 ‘엄마가 원해서 의사가 됐다’는 대사를 듣고 기가 막혔어요.  
 
현목= 자기 생각과 욕망이 없으니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나리카와= 일본에도 ‘SKY캐슬’ 부모같은 사람들이 있지만 극소수에요. 자녀에게 사학재단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식 일원화 교육을 시키는 재력가 부모들도 있지만, 그건 그들만의 리그이고요. 일본은 원래 가족끼리 간섭 잘 안하거든요. 부모자식 관계도 마찬가지죠. 대부분 자식이 원하는 걸 하도록 밀어줘요. 그런데 한국부모는 자기가 못한 걸 자식이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자식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아요.  
 
현목=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한국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이죠. 자식들은 그런 욕망에 잠식돼 숨도 못쉬고. 'SKY캐슬'에 빠져있는 중3 아들이 어느날 그러더군요. '저렇게 키워주지 않아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그 말을 듣고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이 심정은 뭘까요? 남들따라 아들을 학원셔틀 시키면서도 이게 맞는건가 회의가 들고, 아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느끼는 엄마 진진희(오나라)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많을 거에요.   
드라마 'SKY캐슬'의 진진희(오나라) [사진 JTBC]

드라마 'SKY캐슬'의 진진희(오나라) [사진 JTBC]

나리카와= 일단 ‘SKY캐슬’의 강교수(정준호) 같은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엄마가 시켜서 의사가 된 사람과, 정말 의사가 되고 싶어 된 사람은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지 않겠어요?  
 
현목= 영악한 공부기계인 예서 같은 애가 공부 잘해서 의사나 판검사가 되면 과연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요. 심각한 문제죠.  
드라마 'SKY캐슬'의 강교수(정준호) [사진 JTBC]

드라마 'SKY캐슬'의 강교수(정준호) [사진 JTBC]

나리카와= 일본은 한국처럼 다 대학 가려고 하지 않아요. 내 주변엔 고등학교만 졸업한 친구들도 많아요. 고교만 나와도 취업 가능하니까. ‘코소츠(高卒)’란 말이 있지만, 한국처럼 무시하는 뉘앙스가 아니에요. 빨리 일하고 싶어 고졸 선택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학력차별은 한국이 훨씬 심해요.  
 
현목= 고졸 컴플렉스가 없다니 부럽네요. 일본은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도 우리만큼 크지 않고, 알바로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나리카와= 맞아요.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하고 싶은 일 밀어주고 싶어요. 대신 이런 선택지도 있고 저런 선택지도 있다는 건 알려줘야죠. 저희 엄마가 그랬거든요. 중학생 때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방황할 때, 엄마가 ‘공부만 잘했다면 나는 사회에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후회가 남는다’며 ‘지금 당장 뭐가 되고 싶은지 몰라도 일단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충고해줬어요.      
 
현목= 제가 지금 아들에게 하는 말과 똑같네요.  
 
나리카와= 이유없이 뭘 하는 건 진짜 괴롭잖아요. 엄마 덕분에 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해서 고베대 법대에 진학했어요. 나중엔 신문사 기자가 됐지만. 딸의 욕망을 인정해주고 밀어준 엄마가 정말 고마워요.  
 
일본인 눈에도 한국사회 문제의 중심은 교육, 한국선 애 키우고 싶지 않아    
현목= 굿! 근데 한국에서 애 키우고 싶어요?
 
나리카와= 절대로! 한국 오기 전부터 가진 생각이에요. 한국을 좋아하지만, 여기선 애 키우기 싫어요. 'SKY캐슬' 보며 그 생각이 더 굳어졌어요.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인 거 같아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현목= 왜 그걸 일본사람이 고민해요 ^^ 사회구조적인 문제여서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되진 않아요. 부동산, 지역격차, 노후불안, 저출산 등 모든 문제의 중심에 교육이 있어요.  
 
나리카와= 안타까워요. 가치관 때문인지 일본은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존중받고요. 더 나은 스시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스시 장인 오노 지로 스토리는 다큐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2, 데이빗 겔브 감독)으로도 만들어졌잖아요. 가업을 잇기 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인생을 바치는 거죠. 다양한 직업들이 각각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큐 '스시장인: 지로의 꿈'의 한 장면. 가운데 노인이 전설적인 스시 장인 오노 지로

다큐 '스시장인: 지로의 꿈'의 한 장면. 가운데 노인이 전설적인 스시 장인 오노 지로

다큐 '스시장인: 지로의 꿈'의 한 장면

다큐 '스시장인: 지로의 꿈'의 한 장면

현목= 절대 동감입니다! 일본에 있을 때 어느 가게든 점원들이 성심성의껏 일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자기 일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 때문이겠죠. 택시기사들도 그렇고.
 
나리카와= 일본 택시기사들은 자부심 갖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운전도 얌전히 하고 매너도 좋은데, 한국은 손님에게 넋두리하는 기사분들이 좀 있어요. 내가 원래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 사업이 망해서 또는 실직해서 그렇다는 둥. 물론 급여나 근로여건이 일본보다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좀더 자부심을 갖고 일하셨으면 좋겠어요.        
 
현목= 택시 타면 그냥 일본말 하세요. 한국말 너무 잘하니까 기사분들이 말 거는 거잖아요. 안들어도 될 말까지 듣고^^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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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