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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직후 '상실 스트레스' 떨쳐내는 8가지 기술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37)
호텔리어였던 방호식 씨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호텔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는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호텔리어였던 방호식 씨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호텔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는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진) [사진 pixabay]

 
방호식(53)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90년대 중반 중견 호텔에 입사한 전형적인 호텔리어였다. 입사 초기에는 현장 실무업무부터 시작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다. 방 씨 회사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호텔을 건립하는 TF팀을 지원해 인가와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었다. 방 씨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그 복잡한 인가절차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힘은 들었지만 이대로만 되면 그 호텔의 최고 경영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 같았다. 그 후 그는 그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당연히 집은 잠만 자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하숙집이 되었다.
 
방 씨를 보고 부인은 “당신은 일에 미친 사람 같아, 그렇게 충성을 다한다고 월급 더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하는 거야”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휴일 없이 충성 다했지만 구조조정 1순위
사드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의 경영은 어려워졌다. 방 씨를 끌어주던 임원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고, 방 씨가 감원 1순위로 거론됐다. 사진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드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의 경영은 어려워졌다. 방 씨를 끌어주던 임원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고, 방 씨가 감원 1순위로 거론됐다. 사진은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서울 명동의 화장품 매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런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 사드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호텔의 경영은 어려워졌고, 방 씨를 끌어주던 임원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되었다. 자연히 감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방 씨가 감원 1순위로 거론됐다. “아니 내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문제가 있었느냐. 25년간 조직을 위해 휴일도 없이 충성을 다했는데, 왜 내가 그만두어야 하느냐” 며 사표를 거부하고 버텼다.
 
회사에서는 2000년 초반에 입사한 직원들까지를 감원대상자로 정해 여러 가지 명분을 대면서 정리하기 시작했고, 결국 방 씨는 2개월 만에 회사를 나와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멍하게 지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씻고 출근준비를 하기도 했다. 담배를 사러 집 앞 편의점을 가는데, 남들은 출근하는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본인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방 씨는 그 이후로는 담배도 몇 보루씩 미리 사서 챙겨놓았고, 가능하면 낮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집에만 있게 되니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그때 이랬더라면 달라졌을 텐데’, ‘왜 내가 휴일도 없이 그렇게 일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 직장 상사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생기기 시작했다. 줄담배는 계속됐고, 어느 날 갑자기 가슴에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숨이 가빠왔고. 의식을 잃었다. 방 씨에게 급성심근경색이 왔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홈스 박사 팀에서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의 순위를 정리했는데 1위는 ‘배우자의 사망’이었다. 놀라운 것은 ‘해고당함’이 8위, ‘퇴직’이 10위에 랭크됐다. 자발적 퇴직이건 비자발적 퇴직이건 거취와 관련된 사항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자발적 퇴직이건 비자발적 퇴직이건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 차이는 크게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이후에 나타나는 '상실의 과정'
퇴직이라는 우리 인생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겪었을 때 그에 대한 충격으로 감정 소모가 심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퇴직이라는 우리 인생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겪었을 때 그에 대한 충격으로 감정 소모가 심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퇴직이라는 우리 인생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겪었을 때 그에 대한 충격으로 감정 소모가 심할 수 있다. 위 사례자처럼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 경우엔 더욱 심하다.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런 변화가 자아를 실현하고 인생을 재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실의 과정(loss Process)’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순간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도 같이 힘든 일이다. 우리가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충분히 슬퍼할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상실의 과정을 대충 넘어가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중장년 반퇴 세대 가장에게는 이런 성향이 강하다. 이제까지 당연시되거나 강요된 고정된 가치 ‘가장은 이래야 해!’, ‘아빠는 강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허세를 부리게 되지만 속으로는 무너져가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위 사례자 방 씨는 이 시기에 과거의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내려놓아야 한다. 화는 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또한 자신이 전 직장에 근무하면서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퇴직 후에 나타나는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방황해도 좋다. 화가 나면 삭히지 말고 풀어라. 술을 좋아하면 술도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친구와 신세 한탄도 해보고, 부인과 함께 전 직장 상사에 대한 욕도 해보자.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푸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 과정을 현재의 나를 정리해 보고, 영원히 사라진 부분을 애도하고, 또 인생의 다음 장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자.
 
데이비드 보차드와 테트리샤 도호느는 ‘은퇴의 기술’에서 변화기에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변화기에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스트레스. [사진 pixabay]

스트레스. [사진 pixabay]

 
1. 인생에 장(章)이라는 개념을 활용하라. 인생을 연속되는 장으로 생각하고 과거의 나의 일과 사건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나의 삶은 어떤 장으로 전개될지를 생각하자. 
2. 인생의 다음 장을 위한 매력적인 비전을 세워라.
3. 적극적으로 운동하라.
4. 자신을 위한 응원군을 만들어라. 배우자, 재정전문가, 창의적인 사람, 유머 있는 사람, 먼저 은퇴한 선배 등
5.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가져라.
6. 당신의 선택 능력을 활용하라, 아파트 관리비를 언제 내느냐 등 소소한 일부터 결정하자.
7. 배우자나 파트너가 있다면 함께 계획하라.
8. 삶의 전환 과정을 이해하라. 인생의 큰 변화에 따른 적응 상태를 알자.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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