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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알린 트럼프 '침묵'…장소빠진 반쪽짜리 발표, 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2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90분간 진행된 김 부위원장의 예방 뒤 백악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2월 말쯤 열기로 했다고,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알려지며 2차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 속에 대략적인 날짜만 나온 반쪽짜리 발표였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확정되면서 베트남의 다낭이나 하노이로 양측이 회담 장소를 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기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방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기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방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양측이 합의하고도 보안을 요구하는 정상들의 일정임을 고려해 발표를 안 한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양측이 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장소와 시간에 대해선 실무접촉을 통해 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양측이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의 필요성이나 상대방의 의지를 확인한 뒤 원론으로 합의하고, 의전 문제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선 추가협의를 통해 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과 미국은 지난 17일부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참석한 가운데 스웨덴에서 접촉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권을 위임받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스웨덴 접촉에 합류할 것이란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뭔가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회담이 열린다면 6월 12일쯤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며 ‘천기’를 누설하는 등 자신의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하면 결정이 됐다면 뜸 들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미국 내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돌파하고,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 핵 문제가 적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갈무리]

우선 북ㆍ미 접촉이 갑자기 진행되다 보니 양측이 실무선에서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지 못했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동남아 지역의 정상회담 후보 지역을 답사했다고 한다. 반면, 북한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추진 업무에 관여했던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할 경우 고려하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 몇배로 늘어난다”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실무진에서 충분히 검토한 뒤 상부에 보고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정상회담을 하자’고만 한 뒤 ‘시간과 장소는 조금 더 논의하자’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 협의할 시간이 부족해 원론적인 합의만 이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았다는 미국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아직 타협점, 즉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대북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둘 중 양보가 없을 경우 좁아지기 어려운 평행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의 예방에 앞서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만난 것도 제재해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벌여 해결할 사안이지만 북한이나 미국이 간 보기를 한 뒤 여의치 않자 신경전 차원에서 정상회담의 개최와 관련한 완전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와 연관이 있거나, 정치적인 이벤트를 이어가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의회가 들어주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선언하면서 미국 정부의 업무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추진이 어렵자 유보적인 결정이 나왔을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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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