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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 달리 ‘SKY캐슬 고교’선 경제 교육…불평등 부채질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고교 경제 교육 불균형이 경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라마 'SKY 캐슬'의 한 장면. [사진 JTBC]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고교 경제 교육 불균형이 경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라마 'SKY 캐슬'의 한 장면. [사진 JTBC]

쌍둥이 자녀의 교육에 열정을 다하는 한 아버지가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본인의 자녀가 회장 대신 부회장으로 출마하는 대가로 회장 후보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그 학교의 기출문제집을 받기로 한다. 마침내 기출문제집을 입수하고 쪽을 넘겨가며 확인하던 그 아버지가 아내에게 하는 대사. “국어, 영어, 수학, 경제, 한국사… 나머지 과목은? 이게 다야?” 화제의 드라마 ‘SKY 캐슬’ 9회에 나오는 내용이다.
 
 
10년 전 수능 경제 선택 20%, 작년엔 1.6%
 
이 짧은 대사는 필자의 직업병적 촉에 의하면 두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째,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는 드라마 속 고등학교에서는 경제 과목을 가르친다. 둘째, 그 학교의 경제 과목은 수능 필수 과목들 사이에 있을 정도의 위치를 갖고 있다. 아무리 드라마 속 가상의 고등학교라 하더라도 작가가 무심코 썼을 것 같지 않은 이 대사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경제 교육의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불평등은 우리 사회 전체의 불평등과 함께 점점 심화되고 있다.
 
경제 교육의 불평등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의무 교육인 중학교까지는 배우는 과목들에 학생이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교과목 선택이 시작되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비교해보자. 특정 분야에 특화된 고등학교들을 제외하고 진학이 일반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경우 대부분 경제를 가르친다. 이 중 외대부고라 불리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의 문과는 1학년 때 1, 2학기에 걸쳐 수능 필수 과목 한국사와 함께 경제를 공부하도록 되어 있다. 다른 사회탐구 과목들을 2학년 때부터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다른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등학교나 상산고등학교 등은 선택 과목으로 경제가 포함되어 있다. 해외 대학 진학으로 유명한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 국내 대학 진학 과정에 경제가 없지만 해외 대학 진학 과정에는 대학 수준의 경제 과목을 가르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소수의 고등학교들에서만 경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만 봐도 지역별로 경제 교육 비중이 불균등하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들 중 한강 이남에서 대표적인 교육지원청 소속 고등학교들을 전수조사해 봤다. 교육과정이 공개되어 있지 않거나 로그인이 요구되는 학교들을 제외한 20개 고등학교 중 18개 학교가 경제 과목을 가르친다. 90% 비중이다. 한강 이북의 다른 교육지원청 소속 고등학교들 역시 전수조사 한 결과 교육과정이 공개된 8개 중 5개 학교가 경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강남에 비해 62.5%로 그 비중이 떨어진다. 서울을 한참 벗어나 남해안의 비교적 큰 도시 교육지원청을 살펴보았다. 교육과정이 공개된 8개 중 2개 학교만 경제 과목을 포함한다. 25%다.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모든 과목을 열심히 학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학습 기회 자체가 다르게 주어지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경제 교육 불균등의 원인과 결과는 교육 문제의 정점에 있는 대학 입시, 수능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더라도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과목은 아무래도 수능에서 보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문과 수험생들이 선택하여 시험을 보는 사회탐구 영역은 경제를 포함하여 9과목이다. 문과 수험생은 9개 중 2과목을 선택한다. 지난해 말에 치러진 수능에서 경제 시험을 친 학생은 문과 수학으로 알려진 수학 (나)형 수험자의 1.6%로 과목들 중 그 비율이 가장 낮았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활과 윤리가 47.9%, 사회·문화는 44%였다. 경제 교육 불균등이 심화되는 현상은 수험자 비중 추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5년 전 2013년에 치러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한 학생 비율은 3.3%로 최근 수치의 2배가 넘는다. 10년 전에는 경제 수험자 비율이 무려 20.3%였다. 고등학교 경제 교육이 점점 더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수능 수험자가 적으니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으니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 일종의 악순환 상태인 셈이다. 그 이유가 경제 교육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다. 학생의 성적 수준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및 학과를 가늠할 수 있도록 입시 전문기관들에서 내놓는 배치표를 보면 문과에서는 상경계 학과들이 각 대학에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업 가능성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경제와 관련한 진학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사실 경제를 선택해 시험 보는 학생이 적은 것만은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경제를 배울 기회가 다른 것은 학생부를 기반으로 한 수시 전형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는 분야에 대해 자기소개서 등에 쓰기 위해서는 학교 안팎으로 경제 관련 활동을 일부러 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격증으로 인정되어 학생부에 기입되어 온 경제 관련 국가 공인 시험이나 각종 경제 관련 캠프들이 사교육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정부·학계가 경제 교육 진지하게 고민할 때
 
학교 유형별, 지역별 격차에 고질적인 사교육까지 겹쳐 경제 교육의 불균등은 불평등의 문제가 되었다. 경제 교육이 불평등한 것은 왜 문제인가. 개인의 경제적 성과 차이를 밝히는 연구가 많이 있어왔고 결과도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중요한 요인은 가정환경이다. 이는 소득수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습관, 태도와 같은 계량화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중요하다고 밝혀지고 있다. 특히 돈에 대한 관념이나 어려서부터 어떤 경제 환경에 노출되었는지가 강조된다. 이러한 부분을 가정에서 지지해주지 못할수록 학교의 경제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봐도 경제와 시장의 작동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민주시민으로서 경제 정책에 대한 판단도 하고 더 합리적인 공론 도출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경제에 대한 지식은 더 많이 공유해야 할 교양인 것이다. 이는 문과 출신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 교육의 저변 확대는 중요하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지식이 머물러서는 경제정책도 굵직한 흐름을 가질 수 없다. 번영하고 지속 가능한 민주사회를 위해 정부와 학계가 경제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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