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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열독운동 벌이는 중국, 서점 르네상스 시대 활짝

『세계서점기행』의 중국어판

『세계서점기행』의 중국어판

중앙SUNDAY에 인기리에 연재된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세계서점기행』이 단행본으로 나온 것은 2016년 봄이었다. 나는 먼저 책의 크기에 압도됐다. 수록된 사진의 방대함에도, 서점을 취재하기 전에 조사한 자료의 양과 치밀함에도 놀랐다.
 
얼마 뒤 중국어판이 나올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중국어판이 나오면 출판기념회를 베이징에서 열고,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정말로 연초에 저자로부터 “출판에 즈음해 베이징에서 출간기념 토론회가 열리니 함께 가자”는 연락이 왔다.
 
『세계서점기행』의 중국어판 제목 『서점동서(書店東西)』는 ‘서점이라는 것’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기념회는 지난 10일 저녁 베이징의 젊은 서점 ‘단샹공간’(單向空間)에서 열렸다. ‘독립서점의 파수꾼  『서점동서』: 시대정신의 공간으로 가는 길 찾기’라는 행사의 슬로건이 인상적이었다.
 
서점을 가득 채운 이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 청년들이었다. 서점 안은 난방 때문이 아니라 이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행사에 참석한 중국 측 인사들도 출판계에서는 대단한 명망을 가진 이들이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1951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 최고의 미술책 전문출판사 ‘인민미술출판사’의 직전 총경리(사장) 왕지아밍(汪家明)이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 공동토론자 겸 초청 귀빈으로 참석한 등슈위(董秀玉) 여사는 중국 인문사회과학 출판계의 최고봉인 ‘싼롄(三聯)서점’의 직전 총경리 겸 편집장이었다. ‘싼롄’은 32년 설립된 ‘생활서점’, 36년 설립된 ‘독서생활’, 35년 설립된 ‘신지서점’ 등 세 출판사가 48년에 합병한 출판사인데 중국의 국격을 대표하는 출판사다.
 
세계서점기행

세계서점기행

이번 행사를 주최한 단샹공간은 중국의 독립서점을 대표하는 서점 중 하나다. 2006년 창업했고 문학·예술·철학 서적을 주로 취급한다. 창업자인 쉬즈위안(許知遠·43)은 문학평론가이자 역사평론가로서 『동방역사평론』이란 계간지의 책임편집자다.
 
난징의 명문서점 ‘셴펑’의 대표 첸샤오화(錢小華), 상하이의 아름다운 서점 중수거(鍾書閣)의 대표 진하오(金浩)도 패널로 참석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여기저기서 번쩍 손들고 앞다퉈 질문했다. 온라인서점과 전자책의 대두로 위기에 빠진 독립서점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저자 김언호 대표는 말했다.
 
“나는 세계의 서점을 탐방하면서 책의 존귀함과 서점의 역량을 다시 깨달았다. 물질주의자들과 기계주의자들의 디지털문명 예찬론과는 달리 종이책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음을 세계 곳곳의 서점에서 확인했다. 오늘날 서점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펼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책과 함께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대답하는 공간이다. 이것이 독립서점의 본디 모습이고 가치다.”
 
출간기념 토크쇼가 지난 10일 베이징 단샹서점에서 열렸다. [사진 김언호]

출간기념 토크쇼가 지난 10일 베이징 단샹서점에서 열렸다. [사진 김언호]

등슈위 여사는 『서점동서』의 출판의의를 묻는 청중의 질문에 답했다. “나는 평생 양서만을 출판한다고 자부해왔기에 책을 광고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의 가치와 책을 팔고 사고 읽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 주고 있기에 여러분께 권유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
 
토론이 끝나자 100여 명이 책을 구입해 저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참으로 놀라운 풍경이었다.
 
출판기념회가 있었던 다음 날 나는 이번 행사에 동행한 ‘독자들’과 때마침 열리고 있는 베이징도서전을 참관하러 갔다. 아침 9시쯤 입장했는데 전시장(킨텍스 전시장만 한데 2층이다)은 초만원이었다. 올해 각 출판사가 내놓을 책들의 견본시장이다. 출품한 출판사가 엄청나게 많기도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대학출판부의 두드러진 활동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판부가 없는 대학이 대부분이고, 있다고 해도 활동이 미미한 것과는 크게 대비되었다.
 
중국의 서점을 들를 때마다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 유심히 살펴보면 출판되는 책의 주제가 정치적 제약을 받고 있음이 드러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중국에서는 지금 국가 정책으로 ‘인문열독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대도시에 대형서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10만, 20만의 작은 도시들에도 잘 디자인된 아름다운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연다. 서점의 르네상스가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책의 나라, 독서의 나라 중국을 실감한다.
 
수준 높은 온라인신문 『호기심일보』와 문화예술과 지성을 중시하는 고급신문 『북경청년보』가 한국의 출판인 김언호와 『서점동서』에 주목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오늘의 중국사회가 견지하는 책과 독서에 대한 문제의식일 것이다. 『세계서점기행』은 오는 4월에 대만에서도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베이징=박종일 독서가·중국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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