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대의 어른 김수환·박완서 책으로 기리다

김수환 추기경 행복한 고난

김수환 추기경 행복한 고난

김수환 추기경
행복한 고난
구중서 지음
사람이야기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지음
작가정신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등 29명
작가정신
 
시대의 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책이 출간됐다. 10주기에 맞춰서다. [중앙포토]

시대의 어른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책이 출간됐다. 10주기에 맞춰서다. [중앙포토]

김수환과 박완서. 시대의 두 어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0년, 8년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10주기 기일(2월 16일), 박완서 선생의 8주기 기일(1월 22일)에 맞춰 두 사람의 발자취를 기리는 책들이 각각 출간됐다.  
 
문학평론가 구중서씨가 쓴 『김수환 추기경 행복한 고난』은 추기경 인생의 굵직한 마디들을 훑은 소략 평전이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읽을거리로는 작가 박완서 쪽이 풍성하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선생이 생전 “창호지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엿보는 짜릿한 매력이 있다”며, 넉넉한 원고료를 흐지부지 써버리는 재미가 있다며 화장품 회사 사보 등에 기꺼이 기고했던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1981년 처음 출간됐다가 91년 출판사를 옮겨 지금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재출간했다. 같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함께 나온『멜랑콜리 해피엔딩』이 의미심장한데, 강화길 등 후배 작가 29명이 박완서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집이다. 선생의 작품세계는 크게 두어 갈래로 분류된다. 참혹한 한국전쟁 체험, 페미니즘으로 곧잘 연결되는 세태소설 등이다. 그런 특징을 연상시키는 후배 작가들의 짧은 소설이 대부분인데, 노골적으로 선생을 등장시켜 추모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도 있다.
 
두 어른을 묶는 고리가 있다면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 보폭을 맞추면서도 세상의 바람직한 방향을 거스르는 움직임에는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일 게다. 추기경은 1998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은퇴 이후 발언을 자제하는 편이었지만 서슬 퍼런 권위주의 정권이 맹목과 극단으로 치달을 때도 할 말은 했다.
 
가령 추기경이 1971년 성탄 미사 강론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평범하던 강론은 갑자기 시국 발언으로 바뀐다.
 
시대의 어른이었던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책이 출간됐다. 8주기에 맞춰서다. [중앙포토]

시대의 어른이었던 박완서 작가를 추모하는 책이 출간됐다. 8주기에 맞춰서다. [중앙포토]

“여러분은 과연 이른바 국가보위특별조치법의 입법이 국가 안보상 시기적으로나 정세적으로나 필요 불가결의 것이라고 양심적으로 확신하고 계십니까?”
 
당시 정국은 극도의 긴장 상황이었다. 4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부정선거 항의 집회가 대학가를 휩쓸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권은 대통령에게 비상대권을 허용하는 국가보위법을 제정하려던 참이었다. 추기경의 강론은 정권의 급소를 찌른 격이었다. TV 생중계로 강론을 지켜보다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이 중계를 중단시켰다고 한다.
 
박완서 선생 역시 어느 한쪽보다는 중간에 서고자 했다. 명시적으로 참여문학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멀리하지도 않았다. ‘가급적 경험한 것을 쓴다’는 태도로 역사와 세태를 다뤘지만 신랄한 시선으로 우리 안의 허위, 속물근성을 까발리는데 무게를 뒀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는 선생의 그런 면모를 실감할 수 있는 짧은 소설 48편이 실려 있다. 70년대 쓰인 것들이어서 시차가 느껴지지만 빛나는 작품이 많다. 첫머리부터 차례로 실린 ‘그때 그 사람’ ‘어떤 청혼’이 매력적인데, 백화점 쇼핑처럼 돼버린 결혼 중매 시장을 유쾌하고 짜릿하게 꼬집는 내용이다.
 
멜랑콜리 해피엔딩

멜랑콜리 해피엔딩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젊은 후배작가가 29명이나 참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박완서 문학의 생명력을 말해준다. 더구나 이들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다. 읽는 요령이 있다. 박완서 소설의 어떤 감동을 떠올리며 후배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다. 묘미가 더할 듯 싶다.
 
이장욱의 ‘대기실’은 신경정신과 병원 풍경을 스케치한 세태소설, 전성태의 ‘이웃’은 캠핑장 휴가 여행을 소재 삼아 언제든 불안과 긴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일상을 그렸다.
 
참가 작가 중 좌장격인 최수철의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자의 죽음’은 구평모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제목처럼, 구평모가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이라는 데 쉽게 동의하게 되지만 조목조목 그의 게으름의 항목을 따지다 보면 작품을 읽는 독자, 아니면 작가 최수철 혹은 박완서 선생조차 구평모 후보에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평모 죽음의 진실은 아내마저 몰라준다. 우리의 세상 사는 꼴이 그렇다는 얘기다.
 
후배들 가운데 21명은 선배 박완서에 대한 짧은 추모글도 썼다. 윤이형의 글이 눈에 박힌다. “여성에게 삶의 매 순간이 투쟁임을, 문학이 순응이나 타협이 아니라 격렬한 싸움임을, 박완서 선생만큼 평생 온몸으로 체현하며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 참혹함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노려보는 용기와 그것을 끝내 자신의 문장으로 써내는 힘을 경외심을 품고 바라보게 된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