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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난해한 현대미술, 두뇌는 알아차린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프시케의숲
 
기억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Eric Kandel·90)은 저명한 뇌과학자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문학과 예술)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 그는 현대미술이 품고 있는 미학을 뇌과학으로 풀어 설명한다.
 
그가 쓰는 방법론은 ‘환원주의(Reductionism)’다. ‘되돌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레두케레’에서 유래한 말이다. 과학적 환원주의는 기초적·기계론적 수준에서 구성 요소 중 하나를 조사함으로써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는 구상미술에서 추상미술로 옮아가던 시기의 화가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왜 추상회화를 시작했으며, 세부적인 것들을 환원해 단순화한 추상회화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거꾸로 분석한다. 하여 이 책은 뇌과학자의 시각으로 보는 현대미술사이기도 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구상회화는 어떻게 추상으로 옮겨졌을까. 추상회화는 또 어떻게 현대미술의 거대한 축이 됐을까. 저자는 그 시초로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1775~1851, ※책에는 1795년생으로 잘못 적혀있다)를 꼽는다. 세밀한 묘사의 풍경화로 유명했던 그는 육순이 넘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명확히 정의된 형상은 최소화하고 대신 대자연의 위대한 힘을 뭉툭한, 하지만 강렬한 붓 터치로 그려낸 것이다. 1842년작 ‘눈보라’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터너는 ‘모방이라는 지루한 잡일’로부터 회화를 해방시켰다”라며 “회화에서 구상 요소를 제거해도 감상자의 마음에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간 두뇌는 잭슨 폴록의 추상화에서도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한다. 폴록의 1950년 작 ‘32번’. [사진 프시케의숲]

인간 두뇌는 잭슨 폴록의 추상화에서도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한다. 폴록의 1950년 작 ‘32번’. [사진 프시케의숲]

이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은 사실 추상회화가 가진 주요한 힘이자 매력인데, 이는 뇌에 있는 기억과 학습 시스템을 보다 활발하게 작동시킨다. 사람은 생후 2~3년 된 아기라도 최대 2000개까지 얼굴을 식별해낼 수 있지만 컴퓨터는 제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최초의 진정한 추상화를 그린 사람이 현대음악의 선구자인 오스트리아의 아르놀트 쇤베르크(1874~1951)라는 주장은 흥미롭다. 쇤베르크는 얼굴에 눈만 남고 형체가 사라진 초상화를 통해 추상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사실 추상 개념의 선구자로 꼽히는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1911년 신년음악회에서 관습을 거부한 쇤베르크의 혁신적인 음악을 듣고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어 ‘구성을 위한 스케치 V’를 그 해 선보인다. 최초의 추상화, 서양미술의 정전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통해 칸딘스키는 음악처럼 미술도 대상을 재현할 필요가 없으며 그림의 형태와 색은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웅변한다.
 
전후 뉴욕을 중심으로 발현한 추상표현주의는 액션페인팅을 통해 형태를 해체하고(빌럼 데 쿠닝, 잭슨 폴록) 색면화를 통해 색을 해체하며(마크 로스코, 모리스 루이스) 관람자 개개인의 경험과 인식을 작품 해석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같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저자는 다양한 뇌과학적 비주얼 자료를 활용해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뇌가 미술 작품에 어떻게 반응하고 우리가 무의식적·의식적 자각과 감정과 공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유념해 살펴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추상미술은 우리 시각계에 뇌가 재구성하도록 진화한 유형의 이미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해석하라는 도전”이기 때문이라며.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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