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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嫦娥<상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우리 민족은 달을 보면 두 가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옥토끼다. 또 하나는 이태백(李太白)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동요는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981수의 시를 남겼다. 이 가운데 달을 소재로 한 시가 유독 많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진주(將進酒)』에는 “빈 잔을 들고 달을 바라보지 말게나(莫使金樽空對月)”라는 유명한 시구(詩句)가 등장한다. 유배 떠난 친구 왕창령(王昌齡)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시에도 “내 근심을 밝은 달에 부쳐, 바람 타고 유배지에 전하네(我寄愁心與明月, 隨風直到夜郞西)”라고 읊었다. 중국인들은 달에서 한 여인을 떠올린다. 상아(嫦娥)다. 상아의 본명은 항아(姮娥)다. 한 문제(文帝) 유항(劉恒)의 이름을 피하기 위해 호칭을 바꿨다. 이른바 기휘(忌諱)다.
 
항아 전설은 애틋한 러브 스토리다. 남편은 궁수 예(羿)다. 전설은 이렇다.
 
“예가 하늘에 뜬 10개 태양 가운데 9개를 활로 쏴서 떨어뜨리자 제자들이 몰려든다. 이때 간교한 봉몽(逢蒙)도 끼어 들어왔다. 봉몽은 예의 외출을 틈타 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얻어온 불사약을 훔치려 한다. 불사약은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되고, 둘이 나눠 먹으면 불로장생 한다는 영약이다. 항아는 불사약을 들고 봉몽을 피해 도망치다 약을 빼앗기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약을 지키기 위해 약을 삼켜 버린다. 순간 몸이 하늘로 뜨고, 달로 날아가 신선이 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예는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달을 향해 하염없이 항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애절함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휘영청 밝은 달 속에 항아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예는 항아가 좋아하는 과일을 놓고 항아에게 제사를 드렸다. 이때부터 백성들도 항아에게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예의 진심에 감동한 월모(月母)가 보름달이 되면 예가 월계수 아래서 항아를 만날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했다.”
 
중국의 ‘상아 4호’가 지난 3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달은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늘 앞면만 우리에게 보여 준다. 달 뒷면에 내리면 지구와의 교신이 끊겨 우주선을 통제할 수 없다. 중국은 달 궤도를 도는 통신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를 띄워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옛날 상아는 남편을 버리고(?) 혼자 달로 날아갔다. 그 한이 남아서일까? 이제 상아는 남편 대신 동족을 달로 데리고 갈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은 내년에 ‘상아 5호’를 띄워 달을 탐사하고 탐사차와 착륙선 모두를 지구로 귀환시킬 계획이다. 상아가 동족을 달로 데리고 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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