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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 관계 흔드는 한국 대법원 판결

후쿠다 히로시 전 일본 최고재판소 판사

후쿠다 히로시 전 일본 최고재판소 판사

지난해 말 한국 대법원은 ‘징용공’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과 관련한 국제법상 최대 쟁점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이하, ‘한일청구권협정’)의 효력에 있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 손해배상 판결
‘한·일청구권협정’ 규정에 어긋나

필자는 일본 외무성 조약국의 담당관으로 한일협정 교섭에 참여했다. 교섭 경위를 아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번 한국의 판결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를 포함한 당시 일본 측 관계자들은 청구권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이후 한국 측과 어떤 화근도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교섭에 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사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양국 간 그리고 양국 국민 간 청구권 문제에 대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 되었으며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청구권과 관련해 체약국에서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청구하더라도 상대국과 국민은 이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 당시 조문을 기초한 사람들의 의도였다. 이는 1965년 이래 구축해 온 한일 간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이 돼 왔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의 교섭 경위에 어긋나는 해석이며, 이는 한일 양국이 협정 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무렵에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에 관한 양국 간 견해에 차이가 있었지만, 한일기본관계조약 및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입장차를 좁히고 극복해 체결한 협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이 전후 처리 등에 있어 배상 청구권 문제의 처리를 국제법상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괄처리협정’으로 한 점에 있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청구권 관계를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총액 5억 달러의 경제 협력과 청구권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하나의 협정으로 타결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협정이 체결된 지 5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개개인의 청구권이 구제된다면 한일청구권협정뿐만 아니라, 한일 국교정상화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다.
 
또 한일청구권협정은 쌍무적인 내용으로, 당시 일본도 한국 측에 나포돼 장기간 억류됐던 일본 어민 등 한국 및 한국 국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청구권을 해결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관계 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국제법상 각국은 내부적인 이유로 국제법의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 설령 사법부의 판단이 그러하더라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한 국가가 갖는 국제적인 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면 국제법과 국제 질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동시에 어느 나라든 ‘외교는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에 속해 있는 권한’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징용자 청구권 문제에 대해 이전의 한국 정부도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외교 권한을 갖는 정부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의미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쟁 중에 큰 고통과 슬픔을 안게 된 분들의 사연에는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한일기본관계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 양국이 노력한 끝에 체결한 협정이다. 한국은 일본에 둘도 없이 소중한 이웃 국가이다. 미력하나마 협정 체결의 노력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필자는 반세기 이상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귀중한 법적 기반이 손상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약력
현 마루노우치 국제법률사무소 객원 명예 변호사, 전(前) 일본 대법관, 전 주말레이시아 일본 대사, 전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후쿠다 히로시(福田博) 전 일본 최고재판소 판사
 
※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교섭에 참여한 후쿠다 히로시 전 일본 최고재판소 판사(83)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측의 시각을 정리한 글을 중앙SUNDAY에 보내왔습니다. 기고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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