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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혁신성장 하려면 ‘차등의결권’ 부터 도입해야

최종학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종학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혁신성장’이란 기업의 새로운 혁신을 유도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혁신성장을 강조했었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연구·개발을 하겠다며 과감히 도전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가들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이런 도전이 성공해야 중소·벤처기업이 발전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
 
여러 중소·벤처기업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혹자는 중기청이나 한국성장금융 등에서 많은 정책자금을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 자금은 주로 대출 형태로  제공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담보 없이 기술이나 신용만으로 충분한 자금을 대출받기가 힘들다. 또 처음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대출이 늘어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위험기업으로 분류되어 더 이상의 대출은 불가능하다. 대출기간 역시 길어야 3년 정도이니,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로 마련하기는 힘들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기업가들은 대출이 아니라 주식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정작 이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주식을 많이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면 경영권을 잃게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잃고 봉급쟁이가 된다면 밤을 새워서 열심히 기술개발에 몰두할 유인이 사라진다. 쉽게 말해 기술개발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차등의견권 제도’다. 차등의결권이란 ‘1주 1표’의 의결권을 가진 일반적인 보통주뿐만 아니라 ‘1주 2표’나 ‘1주 10표’ 등 다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구글, 페이스북, 샤오미, 알리바바 등 유명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회사를 설립한 기업가들이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들 모두 설립 초기 기술개발 단계에서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차등의결권이 없었다면 이 기업들 역시 창업 초기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불리는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좌초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지금 자국에 기여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차등의결권이 왜 필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제도인데 왜 한국에는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권의 핵심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시민단체와 이 단체 출신의 국회의원들, 그리고 이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일부 법조계 인사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가진 몇몇 문제점을 내세워 도입 반대를 주장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제도가 있을까? 모든 제도나 정책에는 장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한다. 단점 없는 정책만 실시하라고 요구한다면 아마 아무 정책도 실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혼에 빗대 설명하자면, 단점 없고 장점만 있는 신랑감이나 신부감을 찾아야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결국 아무도 결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배우자를 고를 때도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을 고른다. 새로운 정책을 실시할 때도 장단점을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차등의결권 제도는 단점 보다 장점이 월등히 많은 제도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선진국이 널리 활용하는 것이다. 이 국가들이 단점을 몰라서 도입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점이 있다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건을 달면 된다. 예를 들면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은 중소·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주 도입을 허용하고, 상속이나 양도를 한다면 일정시간 경과 후 차등의결권을 자동으로 취소하면 된다.
 
기존 주력산업들이 점점 쇠퇴하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돌아보면, 혁신성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출이 늘어나야 국민 소득도 늘어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서 반대파를 설득해 이 제도를 도입해 보았으면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혁신성장이라는 말은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약력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 『숫자로 경영하라』 저자

 
최종학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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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