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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자리는 독이 든 성배…아무도 맡으려 안 해

불확실성 커진 브렉시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안을 되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6일 불신임표결에서 기적적으로 이긴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는 메이 총리의 모습. [런던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안을 되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6일 불신임표결에서 기적적으로 이긴 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는 메이 총리의 모습. [런던 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출한 브렉시트 협상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메이는 불신임 표결에서는 살아남았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출장 중인 로리 나이트 옥스퍼드메트리카 회장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전 옥스퍼드 경영대 학장인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인 고(故) 존 템플턴이 세운 재단의 의장이기도 하다. 영국 정계와 경제계의 마당발로도 유명하다.
 
메이 총리가 정치적 수완이 좋은 걸까. 브렉시트 협상안이 거부당했는데도 총리 자리를 지키게 됐다.
“영국 의원 대다수는 마음속으론 브렉시트를 원치 않았다. 반면 영국 국민은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 자리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난장판인 브렉시트 정국에서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캐머런이 국민투표 이후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유다. 또 최근 의원들이 메이를 불신임하지 않는 이유다.”
 
영국 보수진영이 브렉시트를 지지해 보수당 의원들이 협상안에 찬성할 줄 알았다.
“제러미 코빈 등 좌파도 유럽연합(EU)을 싫어한다. 그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려고 하는데, EU가 반대한다. 영국 정치 스펙트럼에서 양쪽 끝에 있는 세력들이 모두 EU를 싫어한다.”
 
2차 국민투표 가능성은 어떤가.
“총선을 당장 실시한다면 코빈이 당선될 수 있다. 그러면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물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브렉시트가 부결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코빈은 영국 보수세력에게 정치적 보험이나 마찬가지다. 그를 반대하기 때문에 보수당이 싫어도 찍는 영국인이 많다. 또 그를 반대해 메이 불신임에 반대하는 의원도 많다.”
 
영국과 EU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재 불확실성이 커 브렉시트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가 보기에 영국이 무작정 EU를 탈퇴할(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메이는 EU와 재협상할 것이다. 3~5년 뒤 영국은 지금 캐나다와 같은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가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수출품 98% 정도가 관세 면제 대상이다. 영국이 EU와 FTA를 맺을 가능성이 크다.”
 
노르웨이 스타일은 어떤가.
“노르웨이와 스위스,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 등은 일종의 연합을 구성해 EU와 협상을 벌여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았다. 집단적으로 EU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영국이 노르웨이가 들어 있는 연합에 가입해 EU와 경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로리 나이트

로리 나이트

나이트는 “보수주의자지만 브렉시트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다만 국민이 브렉시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브렉시트가 현실이 돼도 나쁘지 않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최악의 순간에 희망을 찾으려는 마음인가.
“정치적으론 영국 지위가 약해질 수 있다. 사실 영국은 EU 내에서 메이저 파워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 멤버이기도 하다. 특히 유럽 대륙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로 기울려고 할 때마다 영국은 자유무역을 주장해 균형을 유지했다. 이런 영향력이 브렉시트 이후엔 핵심 회원국이란 지렛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파운드 가치가 떨어져 미 달러 가치는 1대1 수준에 이를 것이다. 현재는 1파운드는 1.2달러 수준이다.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면 여행과 서비스 산업이 엄청난 이익을 본다.”
 
파운드 가치의 안정성이 런던을 세계 금융 허브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역사적으론 그랬다. 금융도 서비스 산업이다. 파운드화 약세가 금융 서비스업에 도움이 된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이 금융허브 지위를 잃을 수밖에 없지 않나.
“영국이 EU 멤버여서 런던이 금융허브가 된 게 아니다(실제 19세기 후반부터 런던은 금융허브였다). 법률 체계, 특히 자유로움(느슨한 규제)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두 번째는 영어다. 영어는 비즈니스 세계 공용어다. 많은 인재가 모여드는 이유다.”
 
금융회사들이 런던을 떠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의 규제 시스템과 거리를 둘 수 있다. 한결 자유로운 법규와 매력적인 세율 등으로 투자자와 금융회사들을 유인하게 될 것이다.”
 
요즘 영국과 한국이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영국 관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과 특별한 FTA를 맺고 싶어한다. 구체적으로 금융 관련 조약에서 런던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거래 폭을 최대한 열어 주려고 한다. 한국이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로리 나이트 옥스퍼드대에서 금융을 가르치기 전에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스위스 대통령실 금융자문관이기도 했다. 2000년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를 설립해 템플턴재단의 자산 등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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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