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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정은, 시진핑 후견 업고 북미 직거래 재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ㆍ미 협상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겸) 일행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접촉이 이뤄지면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을 맞기 위해 공항에 나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모습도 보인다. [워싱턴방송취재단=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을 맞기 위해 공항에 나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모습도 보인다. [워싱턴방송취재단=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측의 협의 내용에 대해선 자세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2차 정상회담에 뜻을 모으고, 향후 실무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의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측은 후속 회담과 접촉을 열어 정상회담의 의전과 의제,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 등 놓고 밀고 당기기에 나설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의 공식접촉은 지난해 11월 8일 예정됐던 북ㆍ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뒤 70여일 만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찾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길 원했지만 여의치 않자 고위급 회담 자체를 연기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등 ‘성의’를 보였지만 대북제재 해제 등이 이뤄지지 않자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추가 정상회담을 추진해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고위급회담이 불발되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고사하고, 양측의 대화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 역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고대하고 있다”(1일 트위터)고 화답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7~10일)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북ㆍ중 밀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 때문이다.  
 
지난해 북ㆍ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5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뒤 달라졌다”고 반발하며, 북ㆍ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전례도 있다. 물론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찾아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뒤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후견 역할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다롄에서 열린 북ㆍ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후견을 약속하고 김 위원장과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다”며 “북한과 직거래를 통해 비핵화를 희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개입을 마뜩잖아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뉴욕에서 열린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고위급 회담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5월 뉴욕에서 열린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고위급 회담 모습. [중앙포토]

 이달 초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 시 주석은 “조선(북한)의 주장이 합리적이다. 후견을 약속한다”며 아예 공개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나섰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욱 강한 톤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후원을 등에 업고 미국을 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판을 흔드는 대신 북한 대표단을 워싱턴으로 맞이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위원장은 “미국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사전에 중국과도 북ㆍ미 정상회담의 필요성과 비핵화를  협의를 통해 상당 부분 조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준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북한 문제를 진전시켜 재선 레이스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하원을 접수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가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전에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끌어내야 한다는 부담, 즉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 이후 대북제재 해제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이 다소 완화되고, 북한도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폐기 등 비핵화 조치로 한 걸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명한 김 부위원장에게 특급의전을 제공하고, 워싱턴 직항을 허용한 것도 북한이 원하는 북ㆍ미 연락사무소개설 가능성을 암시하는 일종의 ‘신호’이자 ‘당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당국자가 미국의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직접 이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재 대상에게 직항 라인을 허용한 건 미국이 상황에 따라 북한과 직통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양측이 정상 담판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기는 했지만,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상응 조치를 한다면’이라는 조건부를 달면서 밝혔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정치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의 싸늘한 시선으로 인해 대북제재에 적용된 10여개의 미국 국내법 수정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급진전-정체-협상 재개’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지난한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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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