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청년들이여, 공산당과 창업하라고?

2명은 없었고,2명은 새로 등장했다.
지난달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기념식 장면 얘기다. 없었던 두 사람은 전임 지도자인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였다. 덩샤오핑의 뜻을 이어받아 개혁개방 노선을 지켰던 리더들이다. 그들의 부재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라는 걸 웅변하고 있다.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인 민영기업 사업가 마화텅(왼쪽)과 마윈 [출처 CCTV 캡처]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인 민영기업 사업가 마화텅(왼쪽)과 마윈 [출처 CCTV 캡처]

새로 등장한 두 명은 알리바바 마윈과 텐센트 마화텅이다. 중국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주역이다. 민영기업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상을 받으러 나왔다. 공산당이 주는 상이다. 그들의 존재는 "당은 민영기업가들도 포용하고 있다"는 걸 강변한다.

공산당과 민영 벤처기업.오늘 그 얘기를 해보자.

선전에 갔다. 난산(南山)이라는 곳에 소프트웨어 단지가 있어 방문했다. 입구에 커다란 그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당과 함께 창업을...跟党一起创业
난산 소프트웨어 단지에 설치된 슬로건 [출처 차이나랩]

난산 소프트웨어 단지에 설치된 슬로건 [출처 차이나랩]

뭐? 공산당과 함께 창업을 하라고? 공산당과 창업,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통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들으면 실소하겠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당은 그렇게 젊은이들의 사고 속으로 들어와 있다.
 
선전을 흔히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시아의 실리콘밸리와 본당 실리콘밸리는 성격이 극명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철저히 민간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반면, 선전의 IT는 국가 주도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가 인터넷+ 혁신 운동을 주도하고, 정부가 나서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외친다. 선전의 최고 혁신 기업 중 하나인 BYD도 들여다보면 정부 조달로 사업을 부풀린 업체다. 트럼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화웨이는 그 배후에 국가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난산 소프트웨어 단지의 '당과 함께 창업'이라는 그림판은 이 구도를 상징한다.
 
선전 [출처 셔터스톡]

선전 [출처 셔터스톡]

'당과 함께 창업을'이라는 그림판이 등장한 건 2017년 11월 열린 18차 당 대회였다. 당의 역할이 강조되던 때다. 당을 국가 운영의 전면에 세우려는 시진핑의 '당 건설' 노선이 멀리 선전 IT업계에 밀려든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국가를 축구 심판에 비유한다. '심판이 볼도 차는 나라'가 중국이다. 심판의 역할은 게임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반칙하면 퇴장시키고, 과열되면 진정시키는 게 그가 할 일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심판이 볼도 차고, 심지어 자기가 원하는 선수에게 볼을 흘려주기도 한다.
 
시진핑 2기 들어 '심판의 볼 차기'는 더 잦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청년들은 "민간에 대한 당의 개입과 간섭은 더 늘어나고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보도에서 확인된다. 정부가 주요 민간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 당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내 전체 민간기업의 68%, 외국인 투자기업의 70%에 당 조직이 설치됐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공산당원이 3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당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형식에 그쳤던 조항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움직임이다.

마윈이 물러난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당의 개입을 의심한다.  

물론 중국 관방 학자들은 민간의 활동을 보장하고, 민간기업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말한다. 언론에도 그렇게 나온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느끼는 건 이와 다르다. 성공한 젊은 혁신가들은 해외로 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도대체 시진핑에게 당은 어떤 존재인가?
그는 권력을 잡자마자 부패 척결 운동을 벌였다. 수만 명이 잡혀들어갔고, 지금도 조사를 받고 있다. 반부패 투쟁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사회 정의? 아니다. 더 강력한 당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다. 당으로부터 부패의 얼룩을 지워 더 강력한 지도력을 회복하려는 것이었다.
 
그에게 당은 최고의 선이다. 중국의 꿈을 이룰 주체가 바로 당이요, 당은 인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18일 경축대회에서도 '당이 앞서야 한다'라고 누차 강조했다.
 
시진핑은 젊은 시절 문혁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문혁 이전에 아버지 시중쉰은 반당분자로 몰려 비판받아야 했고, 문혁 때에는 산시의 시골로 쫓겨났다. 그 역경에서 벗어나는 길은 당에 들어가는 길뿐이다. 당원이 되지 않고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입당 원서를 썼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10번째 입당에 성공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시진핑의 '당 우선주의' 사고는 청년 시절 형성된 것으로 본다.
 
그는 냉혹한 권력의 세계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겪은 사람이다. 권력이 약화되면 반드시 부패가 심해지고, 민심은 이반된다. 오로지 강한 당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젊은 시절(1972년)의 시진핑 [출처 인민망]

젊은 시절(1972년)의 시진핑 [출처 인민망]

중국은 당이 국가의 모든 조직을 장악하는 당-국가 시스템의 나라다. 당이 곧 국가다. 국가는 자원을 장악했고, 또 역량을 집중했다. 다행히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체인 공산당은 거대한 국가를 통합시키면서 발전을 일궈 낼만큼 현명했다. 자유보다는 질서를 중시하는 중국적 사유는 공산당을 황제의 위치로 올려놓는 철학적 배경이 되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게 하나 있다. 당은 포기할 줄도 알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가의 힘을 빼는 과정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았다. 정부가 빠지고 시장이 나서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이 높아졌고, 민영기업이 새로운 영역을 매우면서 경제는 더 촘촘해졌다. 지금 중국에서 일고 있는 인터넷 혁신도 결국 민간의 역량이 만들어낸 것이고, 현재의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 권력을 풀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40주년 경축대회 때 나타나지 않았던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이 심혈을 기울여 하던 일이기도 하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당 건설은 권력의 하방(下放)이라는 큰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맞는 얘기다. 당의 개입은 더 늘어나고, 시진핑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다. 국가주의의 역량은 더 커진다.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국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는 “시진핑의 중국이 경성 권위주의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마오쩌둥식 통치 스타일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오 시대의 중국이 그랬듯, 경성 국가는 경제에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샴보의 생각이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민간을 옥죄고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
 
데이비드 샴보 [출처 중앙포토]

데이비드 샴보 [출처 중앙포토]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방향을 틀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경제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당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방임적인 민영 부분을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는 게 시진핑의 생각이다. 이데올로기 선전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늘려갈 것이다. 사회통제를 위한 방법은 교묘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등장한 얼굴 인식 AI가 이를 보여준다.
 
시진핑은 지금 한때 등장했다 지금은 사라진 ‘조롱경제(鳥籠經濟)’라는 용어를 되살리고 있다. 거대한 새 장을 만들어 새(기업)들을 그 속에 가두어 키운다는 게 조롱경제의 핵심이다. 개혁개방 초기 당 경제전문가인 천윈(陳云)이 제기한 용어다. 시진핑은 새 장 속에 새를 가두어 키우듯, 민영 기업들도 국가의 큰 틀 안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를 위해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새장을 더 넓히는 일뿐이다. 비실비실 허약한 새가 있다면, 새장에서 빼내고 새로운 건강한 새를 넣는다. '조롱환조(鳥籠換鳥)'다. 시진핑의 공급 개혁이 그렇다.
[출처 바이두 백과]

[출처 바이두 백과]

자유롭게 날아라, 그러나 새장을 벗어나지는 말아라!
시진핑이 민영기업에 던지는 말이다. 선전 난산소프트웨어 단지에서 본 "창업을 해도 당과 함께 하라!"라는 슬로건과 통한다. 마화텅과 마윈이 공산당 경축 행사에 '동원'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