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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규제 안 풀리면 중국·캐나다로 본사 옮길 생각”

메디젠휴먼케어 신동직 대표 
 
“규제가 안 풀리면 캐나다나 중국으로 본사를 옮겨서라도 승부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지난 8일 서울 역삼역 인근 유전자 분석 회사 메디젠휴먼케어 사무실에서 만난 신동직(52) 대표는 단호했다. 신 대표는 “한국의 유전자 분석 기술력은 세계 4~5위 수준이지만 유전자 분석 시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로 틀어막고 있어서 생긴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국에선 유전자 분석 키트를 판매하는 자판기까지 등장했지만, 국내에선 관련 시장조차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은 개인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위험도 등을 예측하는 기술로 맞춤형 의료에 쓰인다.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국내에선 유전자 검사가 크게 2가지 카테고리로 진행된다. 하나가 의료기관을 통한 검사다. 다른 하나는 의료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 기관에 직접 의뢰하는 방식이다. 직접 의뢰 검사는 DTC(Direct To Consumer) 검사라고 부르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침 몇 방울이면 택배 등으로 검사할 수 있다. 2016년 정부가 고시 개정을 통해 12가지 항목에 대한 DCT 검사를 열어줬다. 이와 비교해 의료기관을 통한 유전자 검사는 120가지 항목에 대해서 가능하다. 검사 방식도 분석 기관도 동일한데 집과 병원이라는 차이점 하나 때문에 분석 항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DTC 검사가 가능한 12가지 항목은 뭔가.
“체질량지수, 중성 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 굵기, 피부 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 흡수, 카페인 대사 등이다.”
 
-현재 기술로 가능한 유전자 검사 종류 몇 가지인가.
“위암을 비롯해 각종 암의 위험도 등 400가지 이상이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위험도가 높다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유방을 절제한 케이스다.”  
 
유전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연세대 의대 교수로 일하다 2012년 창업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파부침주(破釜沈舟)란 고사성어가 걸려 있었다.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그는 “DTC 허용이 정부에서 한창 논의될 때 직접 쓴 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DTC 규제 민관 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서 물러나면 끝장이다'는 생각으로 썼다”며 "12가지 항목에 대한 DTC 허용은 정부·의료계와 싸워서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직 메디젠 대표가 8일 메디젠 테헤란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신동직 메디젠 대표가 8일 메디젠 테헤란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해외에서는 어떤가.
“캐나다 카이저에는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로드샵도 있다. 캐나다·중국·일본은 자살 유전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DTC 규제를 하지 않는다. 유럽 등에선 어린이의 학습능력이나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만을 규제하고 있을 뿐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유전자 분석을 막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 유전자 검사 회사들이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DTC 검사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
“개인 건강 다시 말해 헬스케어와 관련한 DTC 검사 규제는 없다. 민감한 질병에 대한 DTC 검사를 정부가 규제하다 최근 허용하는 추세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알츠하이머 등 10가지 질환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했다.”
 
-FDA가 10가지 질환에 대해서도 DTC 검사를 허가한 이유는 뭔가.
“질병 예방 효과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등에 대한 위험도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알면 생활 습관 교정 등을 통해 이를 예방하거나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다.”
 
신동직 메디젠 대표가 8일 메디젠 테헤란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신동직 메디젠 대표가 8일 메디젠 테헤란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신 대표는 DTC 검사와 질병 예방 효과에 관해서 묻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까운 일본이 DTC 검사 시장을 왜 허용했겠냐”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DTC 유전자 검사를 무분별하게 허용하면 국민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역으로 국민 건강권에 도움이 된다. 유전자 검사가 등장하기 전에는 종합비타민만을 먹어야 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하면 내 몸에 필요한 비타민만 골라서 먹으면 된다. 비타민 B 대사 부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비타민B 영양제만을 골라 먹으면 되는 식이다.”
 
-세계 시장은 얼마나 커지고 있나.
“2016년 세계 DTC 검사 시장은 1000억원 정도였는데 2020년 무렵에는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 한국 시장 규모는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통령이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하셨지만, 현장에선 거꾸로 가고 있다. 2016년 12가지 항목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하면서 향후 2년간 DTC 검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없으면 검사 항목을 더 늘리겠다고 정부가 분명히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항목 추가가 아닌 DTC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약속한 것도 지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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