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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는 나랏돈 퍼주는 영업사원이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고 편성한 일자리 안정자금이 마구잡이로 집행됐다는 고발이 나왔다. 중앙일보의 ‘탐사추적 일자리 안정자금’ 시리즈를 통해서다. 지난해 편성된 이 자금은 무려 2조9708억원에 이른다.
 
보도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지급 실적을 높이려고 온갖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했다. 신청이 저조하자 대상자를 늘리려고 관련 규정과 지침도 20차례나 바꿨다. 당초 ‘직원 30명 미만’ 사업장에 지원토록 했다가 30명 이상 사업장에도 29명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바뀐 게 대표적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300명 미만 사업장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고, 근로자가 퇴사했어도 사업주가 신청하면 소급 지원했다. 무리한 집행과 전산오류 등으로 지원금이 이중으로 나가는 등 중복·착오 지급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연말에는 집행률을 높이려고 미신청 사업주에게도 돈을 먼저 보내는 등 일단 주고 보자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됐다. 이처럼 퍼주기로 처리한 결과 11월에도 60%가 채 되지 않던 것이 12월에는 최종 84.5%로 집계됐다. 예산을 남기지 않으려고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헤치던 과거 지자체들의 행태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은 4500억원이나 남았다. 이 자금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일단 4대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부담을 느낀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들이 신청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월 150만원을 받는 근로자와 이를 고용한 사람은 각각 월 13만원을 4대 보험으로 부담해야 한다. 또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는 10만 명 수준으로 전년(32만 명)의 3분의 1에 그치는 등 일자리 사정은 되레 나빠졌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 명이 넘었고 소득불평등도 악화됐다.
 
문제는 올해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2조 8188억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은 국회에서 1원도 깎이지 않고 예산에 편성됐다. 대통령 공약사업을 지키려는 여당은 물론 자영업자 눈치를 봐야 하는 야당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막대한 나랏돈이 이런 식으로 허비된다면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만 허탈해진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취지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급속히 오른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낄 영세 사업자의 임금 부담을 덜어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 사업은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예산 낭비와 불·탈법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감사원 감사 등 국민이 공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애초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한 이유가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이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불러온 후유증을 냉철히 분석해 앞으로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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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