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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서 불리한 시진핑, 北 비핵화 협조할수 밖에

무역 갈등이 빚은 동북아 신냉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한국의 안보를 좌우할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비핵화는 이 무역전쟁의 한 가지 옵션이 되고 있다. 최근 미·중 베이징 회담으로 일단 소강상태지만 양국의 무역전쟁은 국제 안보체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17∼18일 워싱턴 접촉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다. 완전 비핵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활용한 북한 비핵화에 기대를 걸어보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의 무역전쟁을 90일 동안 휴전키로 했다. 이어 올 1월 초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무역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을 대량 수입키로 했다. 이 합의로 무역전쟁이 중단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단기간에 끝내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총과 포탄을 쏘지 않는 소프트 파워로 중국의 공산체제를 해체하고, 중국을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체제에 합류시키기 위한 미국의 거대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북핵 해결과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이 중국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시 주석의 종신집권과 ‘제조 2025’가 만든 자충수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큰 도움을 줬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합류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의 행보가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시 주석은 ‘칼을 칼집에 넣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벗어 던지고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해낸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전략을 바꿨다.
 
중국은 ‘제조 2025’에 따라 중국 기업의 절반 이상인 국유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환율 조작(의심)·반강제적 해외기술 이전·사이버 기술 해킹 등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훔친 미국 기술만 3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미국은 세계 1위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를 기술탈취 혐의로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다. 중국은 나아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국에 보복했고, 남중국해에서 영토 확장으로 충돌을 빚고 있다. 그래서 “최근 미국 조야에선 중국의 영향력 확대 행태를 미국을 포함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세종연구소 김기수 수석연구위원은 분석한다.
 
시 주석은 이를 기반으로 ▶2020년까지 전 국민이 배부르게 잘사는 소강사회 달성 ▶2035년까지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 ▶2050년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초일류 군대 건설로 군사강국이 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계획이 성공하면 중국은 G1으로 등극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가 중국 영향권에 들어간다. 그러나 미국은 전체주의에 가까운 공산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확장이 인류 역사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에서 사상 최대의 일자리를 도둑질해갔다”며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보좌관은 지난해 11월 전략국제연구소(CSIS)에서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며 중국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 허드슨 연구소에서  “필연이라고 생각했던 자유 중국(free China)의 탄생은 실패했다”며 “중국은 여전히 모든 형태의 자유(경제·정치·재산권·개인 및 종교의 자유·인권)를 탄압하는 전체주의인데다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해 10월 “중국을 금세기의 주요 문제로 여기고 있고, 이 세계가 (중국과)새로운 냉전 상황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1·2차 세계대전과 미·소 냉전에 이은 새로운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여기고 있다”고 세종연 김 위원은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3개의 전쟁에서 한 번도 피한 적이 없고, 정면 대결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적인 힘은 사실상 정치적인 힘이고, 군사무기와 경제무기는 권력의 서로 다른 수단일 뿐 차이가 없다”는 영국 국제관계 전문가 에드워드 카(E. H Carr)의 말로 미국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분쟁을 패권 다툼으로 보고 무역적자 회복으로만 끝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쟁에선 누가 승리할 것인가. 중국이 훨씬 취약하다. 미래학자 최윤식(『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은 엄청난 부채와 기술 한계로 미국에 절대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극복하려면 경제성장률이 ▶2020년까지 8% ▶2021∼2030년까지 6%대 ▶2031년부터 4%를 유지하는 대신, 미국은 2.9%의 경제 성장을 지속해야 2049년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이미 6%대로 떨어졌다. 실제로는 그 이하로 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1.67%에 불과하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비밀리에 조사한 내용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중국 경제가 이미 기울고 있다는 징조다. 최대 34조 달러(블룸버그 통신)에 달하는 중국의 부채는 더 심각하다. 해외 언론도 이를 ‘부채 폭탄(debt bomb)’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 주석이 거대한 부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은 지배적이다.
 
그래서 미국은 1단계로 3750억 달러(2017년 기준)에 이르는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한 뒤, 환율·금융·기술·인재·원가·군사 등 7개 분야에 걸쳐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온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고, 국제금융권을 장악한 미국은 중국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김 위원은 “중국은 정치·경제 변수로 3년 안에 매우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요구로 중국 국유기업 보조금을 폐지하고 금융을 개방하면 중국은 자연스레 민주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고, 이 악영향은 우리에게도 파급될 수밖에 없다.
 
무역전쟁에서 불리한 시 주석의 선택은 뭘까. 결국 북한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더우기 중국의 민주화가 진전되면 북한도 변할 수밖에 없다. 북핵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현 정부는 북핵 문제로 중국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반면,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 관리엔 소홀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미중 무역전쟁 변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외교안보 정책을 다각도로 재검토해봐야 할 이유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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