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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담보대출 못 갚아도 경매 피할 길 생겨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가 연체를 해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최장 5년까지는 대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신용회복위원회·서울회생법원은 17일 이런 내용의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활성화 방안’을 공동 발표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는 파산 위기에 놓인 개인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해도 주택담보대출은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채권자인 은행은 담보로 잡고 있는 집을 경매로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앞으로는 법원에 주택담보대출 연계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최장 5년간 이자만 내고 버틸 수 있게 된다. 대출자가 부담하는 금리는 최고 연 4%로 제한한다. 만일 연 4%가 넘는 대출을 받았다면 채무조정을 통해 이자도 깎아준다는 뜻이다. 기존 대출 금리가 연 4% 이하라면 기존 금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3~5년의 채무조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최장 35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을 수 있다.
 
모든 대출자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조정 대상을 집값이 6억원 이하이고 대출자가 실제로 거주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부부 합산 소득은 연간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예컨대 월 소득 300만원인 부부가 2억2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하자. 이들 부부는 연 4%의 대출 금리를 적용해 매달 73만원의 이자만 내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구체적인 거치기간이나 금리 감면 조건 등은 대출자의 여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기존 방식대로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채권자와 협의해 채무조정을 해준다. 개인의 소득이나 생활 여건을 고려해 원금이나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은행이다. 담보가 있는 대출이 채무조정에 들어가면 은행으로선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에 들어간 대출은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기간(거치기간)이 끝나더라도 대출자가 5년 이상 성실하게 갚아야 정상채권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채무조정에 들어가더라도 대출자가 거치기간을 포함해 1년간 성실하게 갚으면 정상채권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은행이 손해를 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대손충당금)이 줄어드는 만큼 채무조정에 협조적으로 나설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협약으로 주택 경매에 따른 주거상실 우려 없이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돼 채무조정안의 이행 성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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