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양승태의 '30시간' 조서 열람…"검찰 조서 통째로 외우는 듯"

“아예 검찰 조서를 통째로 외우는 것 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례적으로 긴 검찰 조서 열람 시간을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7일 검찰 조서 열람을 위해 다섯 번째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늦게까지 조서 검토가 이뤄진다면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열람 시간은 약 30시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신문 시간(약 20시간)보다 조서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셈이다.
 
전직 대통령이나 다른 주요 법조계 인사들의 조서 검토 시간과 비교해도 월등히 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 시간에 총 7시간 30분을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6시간이었다.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4시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첫 번째 특검 조사 후 5시간 동안 조서를 검토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도 특검 관계자는 “조서를 모두 외우는 것 같았다”고 전했었다.
 
조서 검토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중 가장 주요한 이유로는 검찰이 가진 패를 추측하기 위해서라는 게 꼽힌다.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검토하기보다는 검찰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를 통해 방어 논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질문에 대해 거의 대다수 부인하거나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는 이유는 자신의 답변이 사실과 완전히 다르게 기재돼 있는 것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이 답변을 살펴볼 이유는 없으니 질문 내용을 통해 검찰이 가진 증거가 무엇인지를 읽어내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주요 혐의 [박춘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주요 혐의 [박춘환 기자]

 
구속영장 청구를 늦추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 검토가 끝나는 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공범’으로 적시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는 만큼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또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을 같이 청구한다면 법원 입장에서 청구된 영장 모두를 기각시키기는 것도 부담스런 점이 있다. 이를 대비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더 강한 '불구속 논리'를 갖춰야 하는 만큼 그것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검찰 조서인만큼 신중히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증거능력이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쓰이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을 말한다. 한 판사는 “증거능력과 판사가 판단하는 증명력(증거의 실질적 가치)은 다르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행여나 검찰 조서가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가 되지 않도록 답변도, 검토도 치밀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성격이 워낙 꼼꼼해서란 분석오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원래도 빈틈 없고 꼼꼼한 분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자신에 대한 조서인 만큼 특히나 더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부장판사도 “판사들이 원래 판결문의 조사 하나까지도 손보던 사람들 아닌가”라며 “41년간 해온 일이었는데, 그 습관이 어디 가겠나”라고 전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의 장시간 조서 검토가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일반인은 그렇게 오랫동안 검찰의 조서를 검토할 수 없다”며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는 “그동안 제대로 조서 검토를 하지 못했던 관행이 잘못된 것이었다. 조서 검토는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라며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