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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 전통주 되는데 수제맥주는 왜 안될까?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8)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 박스 제도’가 실시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의 발굴을 위해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며 강조한 내용이다.
 
수제 맥주 스타트업들 정부 규제에 발목
그동안 수제 맥주 관련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들은 하나같이 규제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맛봐야 했다. 지난 2017년 벨루가(veluga.kr)는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한 달에 두 번씩 원하는 장소로 벨루가가 선별한 수제 맥주와 스낵 안주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넷플릭스, 후치 등이 성공하면서 전 산업에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서비스였다.
 
지난 2017년 벨로가는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한 달에 두 번씩 원하는 장소로 벨루가가 선별한 수제 맥주와 안주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사진 벨루가 홈페이지(veluga.kr) 캡처]

지난 2017년 벨로가는 국내 최초로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한 달에 두 번씩 원하는 장소로 벨루가가 선별한 수제 맥주와 안주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사진 벨루가 홈페이지(veluga.kr) 캡처]

 
그러나 이 서비스는 얼마 못 가 중단되고 말았다. 주세법상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게 돼 있는데, 벨루가 초기 모델은 ‘주류가 주가 된’ 배달이라는 국세청의 해석 때문이었다. 벨루가는 야식 배달로 방향을 바꿔 잡았다. 정부는 이후 아예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해 함께 주류를 배달해야 한다고 조항을 바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원천 차단했다.
 
같은 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생맥주를 캔에 담아 배달하는 ‘어메이징 익스프레스’ 서비스도 런칭했다. 이 서비스는 매장에서 치킨 등을 조리해 수제 맥주와 함께 배달하기 때문에 배달 자체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케그에 담긴 생맥주를 캔 등 다른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 위법인지 논란이 벌어져 결국 문을 닫았다. 주류의 경우 출고한 용기가 아닌 다른 용기에 담아 판매하면 안 된다.
 
비어에잇 역시 생맥주를 페트병에 소분해 배달하는 서비스를 했다가 현재는 병과 캔에 담긴 맥주를 다루는 서비스로 바뀌었다.
 
비어에잇이 배달 서비스를 했던 국산 수제 생맥주. 비어에잇 역시 생맥주를 페트병에 소분해 배달하는 서비스를 했다가 현재는 병과 캔에 담긴 맥주를 다루는 서비스로 바뀌었다. [출처 와디즈]

비어에잇이 배달 서비스를 했던 국산 수제 생맥주. 비어에잇 역시 생맥주를 페트병에 소분해 배달하는 서비스를 했다가 현재는 병과 캔에 담긴 맥주를 다루는 서비스로 바뀌었다. [출처 와디즈]

 
수제 맥주 해외 직구 서비스를 하는 ‘포보틀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포보틀스는 주류 통신 판매 금지 규정에 발목을 잡혀 현재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제 맥주 서비스를 하려던 스타트업들은 모두 본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고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았다. 국민건강과 세수확보, 음주의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주류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규제에 소비자 수요, 산업의 발전 등도 고려돼야 한다. 수제 맥주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지속해서 생겨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있고 소비자의 니즈가 있다는 방증이다.
 
사람들은 수제 맥주를 일반 맥주나 소주와 다른 제품군으로 인식하고 다른 패턴으로 소비한다.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 높은 맥주를 추천받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고 풍미를 음미하면서 마시려고 한다.
 
이런 소비 성향을 반영해 수제 맥주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서비스들은 시작하자마자 입소문을 타면서 유료 가입자를 불러 모았다. 비어에잇은 지난해 국산 수제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다.
 
종사자 수 느는 수제 맥주도 신산업 대접해야
미국 양조장의 모습.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 봤을 때 수제 맥주를 신산업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6200개가 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황지혜]

미국 양조장의 모습.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 봤을 때 수제 맥주를 신산업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6200개가 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황지혜]

 
또한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 봤을 때 수제 맥주를 신산업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제 맥주는 대기업 맥주와 다른 카테고리로 발전하고 있다. 맥주 대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지만 수제 맥주 업계의 종사자 수는 매년 늘어 5000명을 넘었다.
 
미국에서는 6200개가 넘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 세계 수제 맥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나 지역마다 개성 있는 맥주 양조장이 있는 일본에서는 맥주 통신 판매, 배달이 모두 허용된다.
 
수제 맥주의 배달 허용에 따른 청소년 보호 문제는 성인인증 등의 대책 마련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미 전통주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야구장 맥주보이, 치맥 배달 등을 합법화하면서 ‘국민 정서’를 강조해왔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도 바뀐다는 논리다. 이제는 수제 맥주 배달 규제를 풀어줄 때가 왔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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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