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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서 80대 남성 숨진 채 발견…과거 “치매 오진 배상” 소송 패소

17일 오전 7시15분쯤 최모(82)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돼 대법원 앞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뉴스1]

17일 오전 7시15분쯤 최모(82)씨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돼 대법원 앞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뉴스1]

대법원 청사 내부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자신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하고 대법원 재심청구까지 기각당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대법원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 15분쯤 서초구 대법원 5층 비상계단에서 최모(8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청사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이 계단 난간에 목을 맨 최씨를 처음 발견하고 신고했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전날 대법원 도서관을 이용하겠다고 출입증을 교환해 청사로 들어왔다.

 
숨진 최씨는 2013년 5월 자신을 치매로 진단한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의료과실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2015년 4월에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 7단독 재판장(판사 우광택)은 “최씨의 화를 참지 못 하는 증상, 불안감, 폭력성 등 여러 증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매 진단을 내린 것으로 인정되고 치매 가능성이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이를 다시 판단해달라며 법원에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2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기영)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의사별로 치매 진단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상 과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2017년 10월에는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경찰은 최씨가 이 같은 소송 결과에 불만을 가지고 대법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최씨는 2006년 1월 기억력 저하와 스트레스 문제로 정신과 의사 이모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최씨는이씨에게 불면증, 불안증세 등도 지속해서 호소했다. 이씨는 검사 결과와 문진 등을 통해 최씨가 치매라고 판단했고 2006년 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최씨에게 치매 약을 처방했다.

 
그러다 2014년 4월 최씨는 다른 정신과에서 치매가 아니고, 인지장애는 경미한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가 이씨를 상대로 의료과실이라며 1700여만원의 배상청구소송을 낸 이유다.

 
경찰은 최씨가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왔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며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오던 남모(75)씨가 페트병에 불을 붙여 김명수 대법원장이 타고 있던 차량에 던지기도 했다. 남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당시 "1심, 2심, 3심에서 사법권 침해를 계속 당했다"며 "이 사건은 무효"라고 소리쳤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판결에 대한 불만과 사법 불신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장을 겨냥했던 남씨의 사건과 행동은 다르지만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이후연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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