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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엽총 살인범 무기징역 선고…배심원 "사형 선고 부담"

지난해 8월 21일 오전 9시15분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고로 공무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이 부상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21일 오전 9시15분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고로 공무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이 부상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경북 봉화군에서 엽총을 난사해 3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김모(77)씨가 16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7명 중 4명이 무기징역을, 3명이 사형 의견을 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손현찬 부장판사)는 "범행이 치밀하고 황당한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사형이라는 천벌을 받아야 마땅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50분부터 11시간 동안 열린 재판은 증인신문 등을 거쳐 구형과 배심원단 평결, 1심 선고까지 진행됐다. 검찰은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범행을 계획해 2명의 목숨을 빼앗았다"며 살인 예비 혐의 등을 적용해 김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또 엽총을 허가받은 용도 외로 썼기때문에 총포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엽총 난사 사건으로 숨진 공무원 합동 영결식. [연합뉴스]

엽총 난사 사건으로 숨진 공무원 합동 영결식. [연합뉴스]

김씨는 2014년 경기 수원시에서 봉화군 소천면으로 귀농했다. 지난해 8월 "밭에 까마귀를 쫓는 데 쓰겠다"며 파출소에서 엽총을 반출한 뒤 주민 임모(48)씨를 찾아가 총을 쐈다. 이어 차를 타고 면사무소에 가서 민원담당 공무원 이모(38)씨와 손모(47)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 숨지게 했다. 임씨는 골절상을 입었다. 
 
 재판 주요 쟁점…"범행 동기, 사형 선고 참작 사유될까" 
 이날 국민참여재판의 쟁점은 김씨에 사형을 선고할 것인지였다. 김씨는 범죄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웃 주민 임씨와 소천파출소 경찰, 공무원이 자신을 함부로 대했다는 점을 들어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살던 곳은 산 중턱이다. 그는 수압이 낮아 집에 물이 잘 나오지 않자 아랫마을에서 물을 끌어오는 수도 공사를 했다. 갈등은 2016년 임씨가 김씨의 윗집으로 이사 오면서 생겼다. 임씨는 "물이 부족하다"며 전기 펌프를 설치해 김씨 수도관에서 물을 끌어다 썼다. 집의 수압이 낮아지자 김씨는 수도 공사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고 다툼이 잦아졌다. 2017년 4월 말다툼을 하던 과정에서 임씨가 김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면서 욕을 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경찰에 신고했으나 '억울하면 자식을 대동해라' 등 대답을 들었다"며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이 없어 나라가 망해간다고 생각했고, 내가 구해야겠다는 마음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와 파출소장, 면장, 복지계장 등을 죽이려고 했는데 임씨는 실패했고 파출소 문은 잠겨있어서 면사무소에 갔다. 내가 죽이려는 사람들이 없어 민원실 남자 공무원들에게 총을 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21일 오전 9시15분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고로 공무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이 부상했다. 과학수사대가 감식을 위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는 이날 오전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수렵을 위해 엽총을 받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뉴스1]

지난해 8월 21일 오전 9시15분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고로 공무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이 부상했다. 과학수사대가 감식을 위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는 이날 오전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수렵을 위해 엽총을 받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뉴스1]

유족 "이유가 뭐든 무고한 사람 죽여서는 안 돼"
 
유족들은 법정에서 "엄벌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숨진 이씨의 누나는 "순둥이 막내를 잃은 뒤 우리 가족은 슬픔에 잠겨 식사자리 한번 갖지 못했다"고 했다. 손씨의 부인은 "남편이 소천면사무소로 발령받고 출근한 지 8일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며 "13살 아들은 말문을 닫고 아빠와 사는 집엔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해서 언니집에 살고 있다"고 했다. 
 
재판장은 배심원단에 "사형과 무기징역 중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사형 의견을 낸 3명은 "모방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무기징역 의견을 낸 4명은 "아무리 살인자라도 생명을 박탈하기엔 부담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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