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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고층빌딩 "추락할 듯 아찔"…실생활 곳곳 침투한 VR

 미국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월드’. 1층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서는 순간부터 VR의 모든 것이 펼쳐쳤다. 삼성기어 VR과 페이스북 오큘러스 등의 고글을 착용한 채 몰입해가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차지하는 공간은 두 개층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방대한 규모의 ‘VR 놀이공원’인 셈이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의 VR월드.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의 VR월드.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실제 행글라이더를 타는듯 몸이 좌우 앞뒤로 기울어지게 만든 ‘이카로스’를 2분여 동안 체험하고 고글을 벗었더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 고소공포증을 치료할 수 있는 고층빌딩 VR에서는 실제 추락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곳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하이디는 “실생활에서 해볼 수 없는 것들이고, 진짜처럼 느껴지지만 완벽하게 안전하기 때문에 신나는 체험”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VR로 미래를 경험하기 때문에 경이로워한다”고 말했다.
 
주로 게임에 응용되던 VR 관련 기술들이 이처럼 놀이공원을 비롯한 우리의 실생활 주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홀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시신경을 조작하여 맨 눈으로 가상 현실을 경험하는 기술이 발표되지 않는 이상, VR 고글은 당분간 다양한 분야에서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는 VR 기술의 잠재성에 주목하며,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음료를 마시고 VR 체험을 할 수 있는 VR 카페나 게임을 즐기는 VR 아케이드 정도가 시장 트렌드이다. 그러나 이들의 장기적 생존 여부는 미지수다. VR기기가 간편화, 보급화되어 VR 고글이 대부분의 가정에 구비되는 때가 오면 소비자들이 굳이 체험을 위해 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VR월드의 내부 전경.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VR월드의 내부 전경. 최정 미주중앙일보 기자

 
심리 치료 분야에서 VR은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중이다.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점진적으로 두려움을 주는 대상에 노출되는 치료가 이루어진다. VR은 환자의 심리적 단계에 맞춰 자유자재로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적 부담도 적은 편이다.  
 
VR을 통해 고소공포증을 호소하는 이에게는 높은 곳에서 적응할 기회를 매우 안전한 상태에서 전해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는 사람에게는 고객들 앞에서 발표를 거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환자의 자신감을 되찾아주는 게 일차목표이다.
 
스탠퍼드대 VR 연구소인 VHIL의 제레미 베일런슨은 ”VR로 색맹 경험을 한 사람들이 나중에 색맹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슈퍼히어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주변 사람을 도왔다”면서 “다른 사람의 고민과 어려움에 공감하는 감정이입 단계가 한차원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홍아랑 학생기자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홍아랑 학생기자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도 VR의 활용은 치열하다. 경쟁자들보다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광고업계의 생태 상, 공감각을 자극하는 VR의 특성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기 위한 효과적 무기가 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과 한묶음이 돼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신작 영화를 VR로 체험하는 홍보 방법은 미래 영화 시장의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모토쇼 행사장에서도 자동차 시승체험을 VR로 진행하는 모습은 전혀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관광업계 역시 VR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물리적인 한계로 모든 곳을 가 볼 수 없는 여행자들에게 VR은 공간 이동 여행을 가능케 한다. 인천공항이 외국인 입국자에게 VR로 한국을 미리 돌아보게 하며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도 세계 각국의 도시 모습과 자연 환경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으며, 전문 탐험가처럼 야생과 오지를 방문할 수 있다. 실제 팔레스타인 가족과 대화하며 그들의 일상을 가깝게 지켜볼 수 있는 이문화 체험도 가능하다. 이스라엘이 발사한 폭탄이 주변에서 터지기도 한다.
  
지난 4월 열린 '서울 VR/AR 엑스포 2018'에서 한 참관객이 가상현실(VR)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열린 '서울 VR/AR 엑스포 2018'에서 한 참관객이 가상현실(VR)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밖에 헬스ㆍ도서 등 VR의 도입이 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데이트 상대를 골라주는 VR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VR은 얼마나 획기적인가, VR만의 이점은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이득을 줄 수 있는가 등을 주제로 놓고 연구가 진행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5년 VR 시장 규모가 4850억 달러(약 5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VR 산업이 넘어야 할 기술적 제약은 아직 많다. 360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고, 또한 연기자 시점에서의 영상 촬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카메라의 시점이 고정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는 부분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는 뇌신경을 VR장치와 연결시켜 생각만으로도 가상 현실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일단 조이스틱 없는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가상현실(VR)과 결합되어 해저탐험을 하며 운동하는 장치는 CES 참관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가상현실(VR)과 결합되어 해저탐험을 하며 운동하는 장치는 CES 참관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같은 기술들이 집대성되면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고, 가상현실 속에 내가 빠져드는 ‘물아일체’에 도달하게 된다. 당연히 지나친 몰입에 따른 부작용 또한 예상된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의 연구진은 실험용 쥐 앞에 쾌락 신경을 자극하는 버튼을 비치했다. 쥐는 먹이도 먹지 않고 버튼만 미친듯이 누르다가 굶어죽고 말았다.  
 
VR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도가 현실화되면 VR이 인간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쾌락 버튼을 누르게 만들지 모를 일이다. VR 고글을 쓰고 혼자서 쾌락을 탐닉하며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신종 ‘히키코모리’를 뉴스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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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