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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 최강?'…손흥민은 '환상'에서 빠져 나왔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강'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축구는 스스로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자부한다. 아시아의 독보적 팀이자 아시아의 모든 팀들이 두려워한다는 생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놓고 따지면 맞는 말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의 최고 성적인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신화도 달성했다. 아시아의 모든 팀들이 부러움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이유다.

하지만 '아시아의 월드컵'이라는 아시안컵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드컵이 세계 최강의 팀을 가리는 대회라면, 아시안컵은 아시아의 최강자를 선별하는 무대다. 이곳에서 한국의 성적은 어땠나.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초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60년 한국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컵을 품었다. 이것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무려 59년 전의 이야기다. 이후 한국은 단 한 번도 아시아의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주춤하는 사이에 일본은 4회 우승을 차지했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3회 우승컵을 들었다. 아시안컵을 놓고 봤을 때, 아시아 최강은 일본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이를 부정하는 국가는 드물다.

월드컵은 월드컵이고, 아시안컵은 아시안컵이다. 월드컵 최다 진출국이라고 해서 아시아 최강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순 없는 일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아시아 최강임을 증명해야만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제는 월드컵 최다 진출국의 환상에서 빠져 나와야 할 때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환상에서도 빠져 나와야 한다. '자긍심'과 '자만'은 다르다.

그동안 한국은 정복자의 입장에서 아시안컵을 치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월드컵 프리미엄이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분명 '도전자'의 입장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다면 성공할 수 없는 무대다. 상대를 한 수 아래라고 무시하다가는 역풍을 맞게 된다. 

한 축구인은 "한국이 59년 동안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 한국이 '아시아 최고'라고 여기는 자만심이 크게 작용했다. 상대를 깔보고, 아시안컵을 낮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별리그에서 고전했으나 16강 진출에 성공한 파울루 벤투의 한국 대표팀. 이제 진짜 무대,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조별리그에서 고전했으나 16강 진출에 성공한 파울루 벤투의 한국 대표팀. 이제 진짜 무대, 토너먼트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19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은 C조에서 3연승,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통과는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이제 진짜 무대,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지면 탈락이다. 59년 만의 우승을 하기 위해 먼저 한국의 위치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최강'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팀을 만나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한국보다 약한 팀은 없다는 생각,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는 생각, 모든 팀들이 한국보다 강하다는 생각 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경기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유를 버리고 간절함을 장착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을 그렇게 한다고 해도 몸이 따로 행동할 수도 있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섭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호는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대표팀의 부동의 '에이스'이자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이번이 세 번째 아시안컵 참가다. 2011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막내(19세)로 처음 출전했고,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팀의 에이스로 합류했다. 2019년에는 팀의 에이스이자 아시아 '넘버원' 위상을 가지고 대표팀에 왔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안컵. 손흥민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은 언제나 업그레이드됐다. 카타르에서는 함부르크(독일) 호주에서는 레버쿠젠(독일) 그리고 지금은 토트넘(잉글랜드)이다. 토트넘의 주전으로 잉글랜드에서 정상급 윙어로 성장한 그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손흥민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손흥민의 자세는 낮아졌다. 손흥민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조별예선 2경기가 끝난 뒤 합류했다. 세 번째 아시안컵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운 좋게 아시안컵이라는 큰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 계기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며 "아시안컵을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아시안컵은 내 축구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1년 3위, 2015년 2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1위에 오를 차례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는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기에 손흥민은 우승하기 위해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강이라는 환상에서 빠져 나온 지 오래다.

 
손흥민은 우승을 위해 UAE에 왔다며 상대팀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KFA 제공

손흥민은 우승을 위해 UAE에 왔다며 상대팀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KFA 제공


그는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 주냐에 따라 성적이 갈린다.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어떤 팀과 상대하든 우리보다 강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나가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 하나하나가 경기장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이런 것을 잘 인지해야 한다. 우승하기 위해선 희생이 필요하다"며 "한 팀, 한 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정상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의 주장이다. 대표팀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다. 손흥민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팀원들 역시 따라오게 돼 있다.

그는 "주장으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대표팀에 왔다. 주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위상도 과감하게 버렸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 선수다. 이견이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나는 아시아 최고 레벨이 아니다.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내가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서 대표팀이 많이 변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선수가 큰 차이를 만들 순 없다. 사실 내가 대표팀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잘하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16일 열린 중국과 3차전에서 무려 88분을 뛰었다. 토트넘에서 살인일정을 소화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뒤 이틀만이었다. 모두가 걱정했지만 그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을 향한 헌신과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손흥민이 있기에, UAE아시안컵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후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손흥민.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 우승 이후 59년간 단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후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손흥민.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 우승 이후 59년간 단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아부다비(UAE)=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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