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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해 3총사' 명태·오징어·대문어 살리기… 강릉 동해수산硏 가보니

싱싱하면 생태, 말리면 북어, 얼리면 동태, 얼렸다 녹였다 하면 황태, 코를 꿰어 꾸덕꾸덕 말리면 코다리, 새끼는 노가리…. 이름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데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안 버리고 탕ㆍ찜ㆍ구이ㆍ조림ㆍ젓갈ㆍ포로 먹는데 어찌 ‘국민 생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랴. 바로 명태 얘기다. 올해는 정초부터 명태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1.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힌 명태가 자연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한해성 수산자원센터는 7일 지난해 연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중 100마리에 대해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모두 자연산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공현진 앞바다에서는 지난달 18일 280마리의 명태가 잡힌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모두 2만1000여 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이에 따라 자연산 명태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일보 1월 8일자>
 
#2. 한때 ‘국민 생선’으로 불렸으나 남획 등으로 희귀해진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포획이 연중 금지된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2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명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1년 내내 포획이 금지된다. 명태 연간 어획량은 1991년 1만t이 넘을 정도였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줄어 2008년부터는 0t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 이후 연간 어획량이 0t에서 많아야 5t을 오가고 있다. <중앙일보 1월 15일자>
강원도 강릉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전경. 이병준 기자

강원도 강릉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전경. 이병준 기자

모두 명태 ‘씨’가 마르다 보니 나온 뉴스다. 국민 생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명태 소비량의 90% 이상이 러시아산ㆍ일본산이다. 
 
이에 국산 명태 살리기에 24시간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강원도 강릉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2014년부터 인공 종자 어린 명태를 방류하는 등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16년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인공 수정한 알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어미로 자라, 다시 알을 낳는 데 성공)에 성공했다. 성과에 힘입어 역시 동해에서 씨가 마른 오징어ㆍ대문어 살리기 연구에도 뛰어들었다. 본지가 지난 11일 이곳을 다녀왔다. 비록 지금은 연구소 좁은 수조에서 꿈틀대고 있지만 언젠가 너른 동해를 누빌 날을 꿈꾸는 명태ㆍ오징어ㆍ대문어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성감천’으로 사는 명태
팔뚝(30cm)만 한 명태가 살아 헤엄치는 것을 본 건 처음일 거예요. 빛깔도 좀 다르죠? 죽은 명태는 검은빛을 띠지만 살아있는 명태는 황톳빛, 치어일 때는 황금빛을 띠거든요. 제 할머니는 2015년 동해에서 잡혀 왔습니다. 1.5㎜ 크기 수정란 53만 개를 여기 낳았습니다. 그중 1만5000마리를 살려내 동해에 풀었고, 200마리만 수조에서 어미로 키웠죠. 그중 7마리가 2016년 알을 낳았고 저는 그때 태어난 3만 마리 중 하나입니다.
동해수산연구소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2세대 완전양식 명태. 이병준 기자

동해수산연구소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2세대 완전양식 명태. 이병준 기자

제가 사실 좀 민감해요. 먹이도 가려먹고, 잘 놀라고…. 수조에 처음 들어오면 2~3일 만에 죽는 경우가 많아요. 명태를 처음 들여온 2014년에는 700마리 중 단 6마리만 살아남은 적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여기는 견딜 만해요. 어떻게 알았는지 찬 바다에 사는 저를 위해 수온을 10도로 맞춰주고 이 온도에서도 살 수 있는 플랑크톤으로 만든 전용 사료를 주거든요. 90~200m 깊이 바다에 사는 점을 고려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저를 키울 정도니까요!
 
아, 여긴 먹이가 정말 먹을 만해요. 우리나라는 주로 온대성 어류만 양식해 왔기 때문에 먹이로 줄 동물성 플랑크톤도 28~32도 사이에서 배양한 경우가 많았데요. 호랑이가 배고파도 풀을 뜯어 먹을 수는 없듯이 저도 뜨뜻한 플랑크톤은 못 먹습니다. 여기 연구소에서 저를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수온 10도 이하에서도 잘 버티는 플랑크톤을 배양하는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온ㆍ먹이ㆍ조명 다 좋은데…. 여기 하나 더하자면 ‘교감’이 제가 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명태 아버지’ 변순규(56) 연구원이 2시간마다 저희를 둘러봅니다. 변 연구원은 입버릇처럼 “소ㆍ돼지는 배고프면 배고프다, 아프면 아프다 울기라도 하지 명태는 안 그렇다. 교감하고, 챙겨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먹이 줄 때 특히 고마운데요. 소ㆍ돼지 키우듯 사료를 쭉 들이붓는 게 아니라 놀랄까 봐 여기저기 골고루, 하나씩 떼어 ‘살살’ 풀어줍니다. 생태탕ㆍ북엇국이요? 당연히 명태는 입에도 안 댄다네요.  
 
성질 급한 오징어 
어이쿠, 놀랐잖아요! 갑자기 랜턴 불빛부터 그렇게 들이대면 어떡합니까? 오징어가 불빛 좋아하는 건 바다에서나 그렇지, 저만큼 까다롭고 예민한 놈도 드물다고요. 전 사실 여기 수조가 무지 답답하거든요. 명태와 달리 난류성이라 수온은 14도에 잘 맞춰줬지만…. 이 좁은 곳에서 20마리가 같이 사는 게 얼마나 답답하다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수조 벽에 머리를 쿵쿵 찧습니다. 채 10일도 못 버텨 뜰채로 죽은 오징어를 건져낼 때가 많아요.
오징어는 성질이 급해 수조에서 채 열흘을 버티기 어렵다. 이병준 기자

오징어는 성질이 급해 수조에서 채 열흘을 버티기 어렵다. 이병준 기자

그런데 왜 저를 여기서 키우냐고요. 오징어 역시 국민 수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회로 먹고, 찜쪄먹고, 날로 먹고… 이쯤에서 그만하죠. 씨마른 명태처럼 오징어도 1996년만 해도 동해에서만 10만9000t씩 잡혔는데 지난해엔 3000t 정도로 뚝 떨어졌죠. 그래서 저를 살려보려고 이곳에서 2016년부터 양식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저는 뭘 먹고 사느냐고요? 비밀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거든요. 오징어 유생(幼生·물고기의 치어)은 어류와 달리 몸에 붙은 유기물을 끌어서 몸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이곳에서 30여 가지 다양한 온도, 환경에서 세균을 배양해 왔지만, 실패의 연속입니다.
오징어 먹이로 쓸 플랑크톤을 배양 중인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실. 이병준 기자

오징어 먹이로 쓸 플랑크톤을 배양 중인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실. 이병준 기자

하지만 여기 연구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같은 오징어류인 ‘갑오징어’ 먹이부터 연구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6월 갑오징어 유생이 크기 10㎜ 이상 아르테미아 성체를 먹는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 먹이를 먹은 갑오징어가 잘 크고 있고, 올해 5월쯤 알을 낳으면 역시 명태처럼 완전 양식에 성공할 예정입니다.
 
‘모성애’ 강한 대문어
저는 지금 배가 무지 고파요. 지난해 10월 알을 낳은 지 넉 달 째거든요. 수백 수천개 알이 부화하기까지 6개월 걸리는데 저는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입자가 오지는 않을지, 알이 떠내려가지는 않을지 애지중지 돌봅니다. 그리고는 체력이 다해 죽을 운명입니다. 모성애 하나는 사람 못지않다고요.
다리 끝에 알을 매단 채 넉달 째 먹이도 먹지 않고 새끼를 키우는 대문어. 이병준 기자

다리 끝에 알을 매단 채 넉달 째 먹이도 먹지 않고 새끼를 키우는 대문어. 이병준 기자

저와 함께 제 새끼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이곳 연구원들입니다. 이곳에선 2012년부터 대문어 자원 회복 연구를 해왔습니다. 저 역시 국내에선 동해에만 살거든요. 어린 문어를 싹쓸이해가다 보니 역시 씨가 말랐죠. 남해안에 사는 참문어요? 상대가 안 되죠. 저는 최대 3m까지 클 수 있고 무게도 최대 50㎏까지 나갑니다. 작은 문어는 다른 나라에서도 양식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지만 대문어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동해수산연구소 실험실에서 대문어 유생에게 줄 먹이로 쓸 플랑크톤을 배양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동해수산연구소 실험실에서 대문어 유생에게 줄 먹이로 쓸 플랑크톤을 배양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꼬물꼬물 알에서 태어난 제 유생들, 귀엽지 않나요? 자세히 보면 플랑크톤을 하나씩 물고 있을 거예요. 오징어처럼 플랑크톤을 끌어들여 먹고 자라는데 역시 아직 연구소에선 정확한 먹이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부화한 뒤 3개월은 지나야 동해에 놔줄 수 있는데 지금은 기껏해야 20~30일 사는 수준이니까요. 연구원들은 아르테미아 성체를 비롯해 갑각류·어류를 먹이로 배합해 실험 중입니다. 언젠가는, 제 새끼도 푸른 동해 깊은 바다를 마음껏 누빌 날이 찾아오겠지요?
 
강릉=김기환ㆍ이병준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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