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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갈라파고스 된 이유…개인정보 3법 처리 보면 안다

15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에서 단연 화두는 ‘규제’였다. 황창규 KT 회장은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이란 표현까지 써 가며 빅데이터(개인정보) 관련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산업계는 기업들이 가명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의 빗장을 풀어 달라고 계속 주문해 왔다. 개인정보 3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예로 통신사 고객 정보를 가명화해 통신비 납부 내역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금융 상품이나 대출 상품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가명화된 의료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성별과 연령, 직업 등에 맞는 헬스 케어 서비스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안이다. 가명 정보의 개념을 도입해 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런 개인정보 규제 완화 법안은 6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개인정보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이 분야 규제 혁신을 강조해 왔다. 여당은 오는 2월 국회에서 개인정보 관련 3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의견이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 하나에 ‘국내에서 규제 완화가 안 되는 3대 포인트’가 다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①업계보다 큰 시민단체 목소리=정부는 2013년부터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2014년 KB국민카드 등 3개 카드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규제 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년 뒤인 2016년 ‘개인 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게다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활용한 통신사와 카드사 20곳에 대해 지난해 참여연대는 소송을 제기했다. “통신 3사가 고객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다른 회사가 보유한 고객 정보나 신용 정보와 결합했다”는 이유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기업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에 굉장히 위축되고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1개 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②정부 부처 간 ‘밥그릇 챙기기’=국회에선 지난해 상반기부터 잇따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의원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행안위 간사는 “정부가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타협점을 찾으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라는 공룡 조직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조율이 늦어져 시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방통위·금융위 등은 개인정보보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개인정보보호 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이로 인해 부처 간 조율이 늦어져 전반적인 법 개정 자체가 미뤄졌다는 것이다.
 
③여야 다툼에 발목=여야 간 정쟁으로 의사일정 자체가 협의되지 않아 중요 법안 처리가 무산되는 관행도 이 법의 발목을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인재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당시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법안소위에서 다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채익 행안위 자유한국당 간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격상 등 개인정보 규제 완화의 취지와 맞지 않는 내용이 있어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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