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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관 먼저 보낸 김종진 “울지 않기로 했는데…”

김종진은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같이 아파해준 덕에 기운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진 SSAW]

김종진은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같이 아파해준 덕에 기운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진 SSAW]

이보다 더 완벽한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 있을까.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김종진(57)은 16일 오후 2시 서울 홍대 앞 구름아래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준비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기념 콘서트 첫날이다. 항상 한 발짝 뒤에서 그의 곁을 지키던 드러머 전태관은 지난달 27일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홀로 무대에 올라 봄여름가을겨울을 이어갔다.
 
김종진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LP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 가운데 서서 “종진이와 태관이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서 떠나는 시간여행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15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선 그는 200여 관객과 한명 한명 눈 맞춤 하며 ‘미인’을 시작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까지 3시간 동안 20여곡을 이어갔다.
 
그가 습관처럼 전태관이 서 있던 자리를 돌아볼 때면 8명의 밴드 군단이 든든한 눈빛을 보냈다. 특히 22년째 함께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최원혁은 익살스러운 연주로 유쾌함을 불어넣었다.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백밴드로 시작해 88년 봄여름가을겨울로 독립한 김종진과 전태관이 퓨젼 재즈 등 새로운 시도로 한국 음악사에 다양성을 불어 넣어왔듯, 이날 밴드는 탄탄한 연주로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전태관. [연합뉴스]

전태관. [연합뉴스]

그럼에도 눈물을 다 막을 순 없었다. 웃으며 ‘슬퍼도 울지 않을꺼야’를 부르던 김종진은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꼭 돌려보고 싶다”며 ‘고장 난 시계’를 부르다 결국 흐느끼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번 공연은 6년간 투병생활을 해온 전태관에게 수익금 전액을 전할 예정이었다.  
 
LP 시절 시작해 디지털 스트리밍까지 온 그는 지난 추억을 십분 활용했다. 팬에게든, 전태관에게든 쑥스러워 직접 하지 못한 말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대신했다. “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던 순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는 감사와 “앞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자”는 당부를 전했다. 팬들은 중장년의 응원가가 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따라 부르며 서로를 다독였다.
 
앙코르 무대에서 김종진은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발표곡 ‘컴 세일 어웨이’를 처음 공개했다. 이어 ‘어떤 이의 꿈’은 “종진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며 태관이는 꿈을 나눠 주고 살며 여러분은 꿈을 이루면서 사세요”라는 가사로 불렀다.
 
이번 30주년 공연은 다음 달 24일까지 30회에 걸쳐 커피·와인·언플러그드 등 다양한 테마로 이어진다. 트리뷰트 프로젝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참여에 이어 이날 게스트로 나선 윤도현을 시작으로 김현철·유희열·이적 등 매회 다른 게스트가 출연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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