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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산천어축제, 잔치는 23일 준비는 1년 내내

해마다 역대 최대 … 화천군 비결은
지난 12일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얼음벌판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이 산천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화천군은 이날 하루 2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뉴스1]

지난 12일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얼음벌판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이 산천어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화천군은 이날 하루 2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뉴스1]

서울에서 2시간 20분을 달려 강원도 화천읍내로 들어섰다. 해마다 이맘때면 산천어 얼음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읍내는 온통 산천어 천지였다. 읍내 중심가인 중앙로와 주요 도로마다 종이로 만든 2만6000개의 산천어 모형이 매달려 있었다. 중앙로엔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천장에 꽃게와 산천어 모형을 달아놓은 선등거리가 장관을 이뤘다. 산천어 모형은 화천군 주민 수에 맞춰 지역 어르신들이 일 년 내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주차 뒤 곧장 산천어축제장을 찾아 나섰다. 읍내를 끼고 도는 군청 옆 화천천 2.2㎞ 구간이 온통 얼음벌판이었다. 그곳엔 얼음낚시객과 썰매·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말을 막 넘긴 월요일인데도 그랬다. 올 산천어 얼음 축제 입장객은 지난해보다 3일 빠른 13일 누적 1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요일인 지난 12일 하루에만 22만여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낚시터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군에서 뚫어놓은 얼음구멍 사이로 낚싯줄을 드리우고 열심히 팔을 위아래로 흔드는 고패질을 하고 있었다. 고패질은 육식성인 산천어를 유인하기 위해 인공미끼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아래로 흔드는 낚시법이다. 한 아이는 구멍을 들여다보며 “아래엔 많이 지나다니는데 안 잡혀”라고 엄마에게 투정했다. 부부가 함께 경기도 고양에서 왔다는 임모씨는 “오늘이 아내 생일이라 추억거리를 만들러 왔다”고 웃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애경(41)씨는 옆에 있는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산천어를 가리키며 “옆에 있던 군인 아저씨들이 주고 갔다”고 미소를 지었다. 화천군은 이날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날씨가 따뜻해 평소보다 많은 5만3000명이 다녀갔다고 가집계 했다.
 
2003년 시작돼 올해로 16회를 맞은 산천어 얼음 축제는 명실상부한 지자체 대표 축제가 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이 축제를 해마다 심사하는 지자체 축제 중 최고 등급인 글로벌 육성 축제로 지정했다. 첫해 22만 명으로 시작했던 내방객은 2006년 이후 해마다 100만 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군 살림을 피게 하는 효과는 훨씬 크다. 매년 40억원의 군비가 들어가지만,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다. 올해 오뚝이와 영원무역 등 협찬기업에서 내는 돈만 46억원이다.
 
군민들도 축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읍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평소와 달리 1층엔 벌써 예약 손님이 꽉 찼다”며 “해마다 와서 우리 가게를 들르는 단골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중앙로 거리엔 5년 전 보기 어려웠던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산천어얼음축제 덕에 군을 방문하는 연 관광객이 주민 수의 100배인 연 250만 명으로 늘어난 효과다. 화천군은 173만 명이 축제를 찾은 지난해 군에 1200억원의 직접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1년 살림이 3000억원에 불과한 군에는 큰 도움이 된다. 송민수 군 홍보담당은 “올해는 겨울방학이 늦어 잘하면 200만 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지 사람들에게 산천어 얼음 축제의 성공 비결은 사실 의문투성이다. 화천군은 인구밀집지역에서 가깝지 않다. 철도역이 없고 읍내로 드나드는 길도 아직 왕복 2차선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자랑할 만한 군내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 크기의 1.5배 면적을 자랑하지만, 접경지역이어서 3분의 2 가까이가 군사 보호구역이다. 지자체 중 유일하게 군 내에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을 정도다. 인구유출과 고령화라는 시골 지역 공통의 고민도 있다. 그런데도 축제 때면 좁은 길을 마다치 않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밀려든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지역주민들의 절실함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2002년이었다. 그때까지 화천을 찾는 이들은 주로 파로호 낚시터를 찾았다. 하지만 그해 화천에 평화의 댐이 준공되면서 물이 줄어 명물 낚시터로서의 명색이 바랬다. 건설 인력과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인구도 한 해 1000명 가까이 줄었다. 당시 정갑철 화천군수는 어떻게든 지역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공무원들이 1999년부터 인근 군부대에서 해오던 얼음 축제를 산천어 얼음 축제로 승화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 군수는 “2만 명만 오면 내가 춤을 추겠다”고 반겼고, 군수부터 말단 직원부터 전 직원이 힘을 모았다. 해외 얼음 축제를 벤치마킹하고 직원들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포스터와 전단을 나눠주는 열성 홍보를 했다. 당시 과장이던 현 최문순 군수는 하얼빈 국제 빙설제에 찾아가 얼음조각 전문가를 어렵게 모셔왔다. 그렇게 첫해 20만을 넘겼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허점들도 드러났다. 참가자에게 일률적으로 지역 특산미를 나눠줬는데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행사장 주변엔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야시장이 난립했다. 사람이 워낙 많이 밀려들다 보니 차를 댈 공간도 부족했다.
 
화천군은 축제에 다녀간 관광객들을 설문 조사해 곧바로 대안을 마련했다. 지역 특산미는 농산물 상품권으로 바꿔 선택 폭을 넓혔다. 행사장 주변에 군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과 매장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불신을 없앴다. 이곳에선 마리당 회 2000원, 매운탕 5000원의 저렴한 요금으로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준다. 꾸준히 주차공간도 확대 했다.
 
이런 노력 덕에 매년 축제 때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렸고,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매출도 많이 늘어났다. 화천군은 지난해 6억여 원이었던 상품권 판매 매출이 올 8~9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군내 240여 개 숙박업소에서 묵을 경우 평일 낮이나 야간 낚시를 무료로 체험케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부분 차량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주차요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며 “가족이 스키장 한번 갈 돈으로 여기서 사나흘을 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천군이 이 축제에 쏟는 노력은 바깥의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1월 23일간 열리는 축제를 위해 1년 내내 준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4월 다음 해 축제 계획을 세워 군 소속 기관인 ‘재단법인 나라’에서 총괄해 준비한다. 매년 10월 말부터 화천천 상류를 막고 결빙에 가장 좋은 양의 물만 아래로 흘려보낸다. 나머지는 우회로를 통해 행사장 하류로 곧장 내보낸다. 행사장엔 칸칸이 그물을 쳐 산천어가 달아나는 걸 막는다. 축제 뒤 한 달간은 청소와 화천천 복원을 한다. 최 화천군수는 “화천읍민이 4000여 명인데 공무원 700명을 비롯해 2500명이 축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행사 기간엔 아예 축제장으로 사무실을 옮겨 일일 보고와 결제, 현장 점검을 한다.
 
그에게 “이만 하면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의외로 “아직은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류형 관광객 숫자와 외국인 참여를 늘리는 게 급하다고 한다. 그는 “당일치기 관광객보다 1박 이상 하는 체류형 관광객과 외국인은 숙박비와 식비 등으로 훨씬 많은 돈을 쓴다”며 “우선 현재 11만 명인 체류형 관광객을 20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화천군은 외국인 참가를 늘리기 위해 국내로 관광객을 보내는 해외 여행사들을 집중 공략 중이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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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