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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트럼프 위대한 대통령…화웨이는 참깨 씨에 불과”

지난 15일 중국 선전시 화웨이 본사에서 해외 언론 인터뷰에 응한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선전시 화웨이 본사에서 해외 언론 인터뷰에 응한 런정페이 화웨이 CEO. [AP=연합뉴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총수가 오랜 침묵을 깨고 서방 국가 앞에서 몸을 낮췄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75) 최고경영자(CEO)이다. 지난해 12월 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데 이어 최근 화웨이 유럽지사 직원이 폴란드에서 붙잡히는 등 세계 곳곳의 잇따른 ‘경영 악재’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런 CEO 인터뷰엔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기자들이 참석했다. 런 CEO가 외신 인터뷰에 응한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런 CEO 인터뷰의 핵심은 화웨이의 스파이 의혹을 부인한 것이었다. 그는 “중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만약 이 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거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한다. 하지만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우회 접근 통로)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백도어는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근해 특정 메시지, 연락처, 통화 기록, 위치 정보 등을 파악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을 맹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트럼프는 ‘위대한 대통령’이다. 미국 기업에 이득을 주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화웨이는 “참깨 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 런 CEO는 줄곧 관심 대상이었다. 1980년대 후반 공산당에 입당한 런 CEO는 화웨이를 창업했다. 회사 내부엔 공산당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미 의회는 보고서에서 “화웨이 내부에 공산당 조직이 있다”며 ‘화웨이-공산당 결탁설’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로 확대됐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 제품 사용 금지가 핵심인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한 데 이어 호주·뉴질랜드·영국 등 주요 동맹국에 화웨이 5G(5세대)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했다. 현재 3개국은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결정했거나,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멍 CFO가 체포됐고, 스파이 혐의로 화웨이 직원이 폴란드에서 붙잡히면서 화웨이의 유럽 사업까지 신뢰 위기에 놓였다. 화웨이에 유럽은 중국 본토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2017년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액은 1639억 위안(약 27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27% 수준이다.
 
화웨이는 ‘순환 회장’ 제도로 대표되는 런 CEO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성장했다. 2012년 도입된 순환 회장 제도는 임원진 3명(궈핑·수지준·후허우쿤)이 6개월씩 돌아가며 순환 회장직을 수행한다. 현재는 궈핑 회장이 순환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임원인 멍 CFO의 자금 관리 역할은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이 대신하고 있다.
 
데이비드 크레머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런 CEO는 의사 결정 권한이 한 명에게 집중되길 바라지 않는다. CEO의 갑작스러운 부재 시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레머 교수는 화웨이 경영 구조를 기러기의 ‘V자 편대 비행’에 비유했다. “앞쪽 양 끝에서 비행을 지휘한 기러기들은 체력 회복을 위해 뒤쪽 기러기와 교대한다. 기러기들의 안정적인 단체 비행이 유지되는 비결이다. 화웨이의 순환 회장 제도는 ‘인간판 편대 비행’에 비유할 수 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갈등 속에서도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한 화웨이를 유독 의식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편대 비행’ 뒤쪽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총수는 화웨이에 닥친 가장 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맨 앞으로 나왔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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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