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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4·익스플로러·그랜드체로키 ‘안전고시’ 낙제점

“충돌 도중 승객이 밖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벌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자동차의 2018년식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에 대한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평가다.
 
국내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자동차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7개 자동차 브랜드 202개 차종을 대상으로 충돌시험을 한 미국 비영리단체인 IIHS가 연말 발표한 안전성 평가를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다.
 
IIHS는 매년 미국서 판매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직접 충돌 실험을 진행하고, 이 과정을 정밀 카메라로 촬영해 안전성을 측정한다. 평가 방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공신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안전 고시’로 불린다.
  
SUV 89개 세단 113개 대상
 
도요타의 준중형 SUV 전면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왼쪽)은 철강보강재를 부착해 안전성을 높였지만,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오른쪽)은 보강재가 없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도요타의 준중형 SUV 전면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왼쪽)은 철강보강재를 부착해 안전성을 높였지만,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오른쪽)은 보강재가 없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89개 SUV 차량 중에서 탑승자가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SUV는 4개였다. 64㎞/h(40마일)로 주행하다가 왼쪽 헤드라이트 앞으로 장애물(차량·전신주·나무)과 부딪칠 경우, 라브4는 보조석 문짝이 열렸다. 라브4는 국내 누적 판매량이 1만대가 넘는 인기 모델이다. 지난해에만 한국서 2050대가 팔렸다.
 
상황이 이런데 한국도요타는 라브4가 ‘IIHS 선정 최고 안전 등급 차량’이라고 광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도요타는 2015년·2016년식 라브4 전면부에 철강보강재를 넣어 IIHS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받긴 했다. 하지만 미국서 판매한 차와 달리 한국서 판매한 차량에는 철강보강재가 없다. 탑승자 안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 빠졌는데도 안전하다고 광고한 것이다. 송정원 공정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국내 출시 차량과 해외 판매 차량의 안전사양에 차이가 있는데도 기만적으로 광고했다”며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과징금(8억1700만원)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요타는 라브4 카탈로그에서 ‘최고 안전차량’이라고 허위광고하며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

한국토요타는 라브4 카탈로그에서 ‘최고 안전차량’이라고 허위광고하며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

포드자동차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라브4와 동급인 이스케이프는 보조석이 문제다. 보조석에 실어둔 더미인형은 같은 상황에서 충돌하자 오른쪽 엉덩이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수입차가 ‘위험(P)’ 등급을 받은 반면, 경쟁 국산차종인 현대차 코나는 ‘안전(G)’ 등급을 받았다.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대형 SUV인 포드 익스플로러도 안전하지 않았다. 올해 국내서 6909대가 팔려 동급 베스트셀링카를 차지한 익스플로러는 부분충돌시 보조석 지붕을 받치는 기둥이 최대 38㎝나 승객 쪽으로 밀려났다. IIHS는 “보조석 문턱도 승객석으로 비스듬하게 15㎝ 밀려들어 승객석 공간을 위협했다”고 평가했다.
 
지프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 그랜드체로키는 보조석 더미인형의 우측 허벅지에 충격이 심했다. 또 커튼식 측면 에어백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서 머리를 다칠 가능성이 컸다. 반면 국산 동급 차종(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는 모두 가장 안전한 차량 등급을 받았다.
 
89개 SUV 중 운전자가 상처를 입는다는 평가를 받은 차량은 딱 1개다. 제너럴모터스(GM)가 닷지 브랜드로 판매하는 중형 SUV 저니다. 부분충돌 시 주차브레이크 페달이 왼쪽 하퇴부(무릎 관절과 발목 사이)를 찌르면서 피부가 찢어졌다. 오른쪽 하퇴부, 왼쪽 발목, 왼쪽 엉덩이에도 일부 충격이 있었다. 차체가 큰 SUV가 운전자 안전평가에서 ‘위험’ 등급을 받는 이례적이다. 한국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피아트 500L·닛산 베르사, 운전자 부상 우려
 
113개 세단 차량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운전자 부상을 이유로 ‘위험’ 등급을 받은 자동차는 2개다. 피아트 500L과 닛산 베르사다. 소형차 피아트 500을 5인승으로 개조한 피아트 500L은 부분충돌시 운전석 문짝과 차체를 연결하는 경첩이 뜯어지면서 문짝이 떨어져나갔다. 이로 인해 운전석 더미인형의 양쪽 하퇴부와 왼쪽 허벅지에 무리한 충격이 발생했다. 닛산 베르사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왼쪽 다리와 발목에 충격이 컸다. 둘 다 한국에선 판매하지 않는다.
 
자동차 정면 부분충돌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 네 명 중 한 명이 이와 동일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베키 뮐러 IIHS 수석연구기사는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 정면 부분충돌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헤드라이트도 의외의 변수
 
한편 IIHS는 거의 모든 충돌 평가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차량에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을 부여한다. 전체 30개 차량이 최고 등급을 받았는데, 이중 12개 차량이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였다. 소형세단 부문에서는 현대차(엑센트)·기아차(리오)가 동급 차종을 압도했다.
 
중형세단에서는 한국차(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와 일본차(스바루·도요타·렉서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GM 말리부와 폴크스바겐 파사트는 조수석 승객 안전성 평가가 좋지 못한 편이다(미약·Marginal). 충돌 시 조수석 승객 머리가 대시보드에 부딪치는 현상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자존심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인 대형차 부문에서는 독일 고급차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이 최고등급을 받았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90·G80)도 안전성 측면에서는 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GM 브랜드(캐딜락CTS·닷지 차저·닷지 챌린저)는 크라이슬러 300C와 함께 운전석 안전성에서 다소 문제를 지적받았다(미약·Marginal).
 
이번 평가에서 의외의 변수는 헤드라이트였다. 헤드라이트가 곡선주로에서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전환하지 않거나 하향등·상향등이 자동 변경되지 않는 문제가 다수의 차량에서 발생했다. 뷰익(라크로스)·GM(임팔라·볼트)·포드(토러스·퓨전)·크라이슬러(300)·닷지(차저)·캐딜락(CTS) 등이다. 혼다(시빅)·폴크스바겐(파사트) 대표 차종도 헤드라이트 부문에서 평가가 나빴다(‘위험’ 등급). 닛산의 고급브랜드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세단(Q70)은 카시트 걸쇠에서 ‘위험’ 등급을 받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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