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매년 재계약하며 버텨…실수할까봐 몸 사린 적 없다”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일할 때만은 전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 박정림(55) KB증권 사장의 말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의 첫인상도 전쟁에 임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허례허식이 없고 소탈한 성격의 박 사장은 웃음소리도 화통했다. 그러다가 일 얘기로 돌아서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열심히 일하며 불태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승진할 때마다 달라진 처우나 월급을 따져 본 적이 없다”며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선 첫 여성 CEO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증권우먼’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박 사장은 증권보다 은행과 보험에서 일한 경력이 훨씬 길다.
 
그는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는 게 목표”라며 “1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말보다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에서 1년 계약직 부장으로 시작해 그룹 계열사 CEO까지 오른 비결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학원을 다니다 결혼을 하고 육아에 매달렸다. 자칫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1992년부터 94년까지 정몽준 의원(당시)의 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주영 통일국민당 대표가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3위로 낙선하면서 정 의원도 함께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정치권을 떠난 뒤에는 조흥경제연구소·삼성화재 등을 거쳤고, 2004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일했다.
 
국민은행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당시)까지 나서 만류했다고 한다. 삼성화재에서 부장까지 승진했는데, 1년 계약직 은행원으로 옮긴다고 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당시 선택에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계약직이다 보니 오히려 두려움 없이 마음껏 일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서 1년마다 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버텼던 그는 입행 8년 만인 2012년 자산관리(WM)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임원이 되니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연장돼 좋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실수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자산관리(WM) 부문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사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고객의 주식을 사고파는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지 말고, WM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분야는 박 사장의 강점이기도 하다. 2014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취임 이후 은행 임원들이 대거 교체될 때에도 박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2017년에는 KB금융그룹의 WM 총괄 부사장을 맡았고, KB증권에선 WM 담당 부사장도 겸했다.
 
박 사장은 은행과 증권 창구를 한곳에 모은 복합점포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고객에겐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열사 간 협업으로 상승효과(시너지)도 얻기 위해서다. KB금융그룹에서 2016년 24개였던 복합점포는 지난해 말 65개로 늘었다.
 
이달 초 사장 취임 직후에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마케팅 조직을 개편했다. PC로 주식을 거래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관련 조직을 합쳐서 WM 총괄본부에 배치했다.
 
박 사장은 “금융 환경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고객이 편리하게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갖추는 게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