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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30명이 가짜해녀 둔갑···21억 보상금 받은 마을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 마을 주민 844명 가운데 130명(15.4%)이 한꺼번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어업실적을 부풀려 보상금을 받았다. 이들이 작성한 허위 어업실적은 A4용지 10박스 분량이나 됐다.
울산해양경찰은 어업 실적을 허위로 꾸며 21억원의 보상금을 받은 이 마을 어촌계장과 주민 등 130명을 검거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용한 어촌마을이 비리의 온상이 된 사연은 이랬다. 2016년 2월 서생면 마을 주민들은 어업피해보상금을 받아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이를 본 전직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B씨(62)는 서생면 어촌계 협의회장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어업 실적을 가짜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이에 응할 마을 어촌계장을 소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어촌계 협의회장은 마을 어촌계장 C씨(62)와 전 마을이장 D씨(60)를 B씨에게 소개했다. 한수원 근무 당시 어업피해 보상과정을 어깨너머로 배운 B씨는 2011년부터 3년간 마을에서 나잠어업(해녀) 어획량을 약 3000t으로 부풀렸다.  
 
A마을 해녀 23명이 이 정도 어획량을 달성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숙달된 해녀도 연간 최대 조업량은 4200㎏ 정도다. 어촌계장 C씨와 마을이장 D씨는 회의를 열고 가짜 해녀로 꾸며 보상금을 받을 주민을 찾았다. 주민 107명이 가짜 해녀로 등록하겠다고 했다. 수산업법상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해녀로 종사할 수 있다. 해녀는 최소 60일 이상 조업을 해야 인정받지만, 지자체에서 일일이 조사하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전직 한수원 직원이 허위로 작성한 어업 실적 서류들. [사진 울산 해경]

전직 한수원 직원이 허위로 작성한 어업 실적 서류들. [사진 울산 해경]

B씨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실제 해녀 23명과 가짜 해녀 107명 등 총 130명의 개인별 어업 실적을 조작했다. 실제 해녀는 보상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A등급으로 분류했다. C씨, D씨를 비롯해 마을 일에 적극적인 주민 50여명은 B등급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60여명은 C~E 등급으로 나눴다.  
 
1인당 3년치 어업 실적을 A4 용지에 적다 보니 A4 용지가 4680장에 달했다. A4용지 10박스 분량이다. B씨는 가짜 어업실적을 적은 A4 용지를 마을 주민에게 나눠주면서 개인 메모지에 기록하라고 했다. 현장 실사에 대비한 것이다.  
 
보상금 지급기관은 가짜 어업실적 대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보상금은 A등급이 4600만원, B등급은  2600만원이다. E등급은 2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이 일을 해준 대가로 총 5000만원 가량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짜 해녀들은 2500만원을 모아 수고비 명목으로 C씨와 D씨에게 전달했다. 울산해양경찰은 이들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와 함께 가짜 해녀로 신고한 주민 107명과 실제 해녀지만 어업량 조작에 가담한 23명 등 130명은 사기와 사기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은 또 어업피해조사를 맡은 E대학 수산과학원 담당 교수를 가짜 어업실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배임) 입건했다.  
울산 해경이 전직 한수원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진 울산 해경]

울산 해경이 전직 한수원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진 울산 해경]

울산 해양경찰은 인근 마을에서도 가짜 해녀로 보상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울산 해양경찰 관계자는 “허위 수령한 보상금은 지급 기관에서 전액 환수할 것”이라며 “보상금은 ‘눈먼 돈’이라는 어촌마을의 잘못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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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