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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마부키 사토시 "오래 사랑받는 비결? 하정우 형과 비슷하죠"

영화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한 주인공 다나카. 시사잡지 기자인 그는 1년 전 일본을 뒤흔든 일가족 살인사건을 뒤쫓는다. [사진 풍경소리]

영화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한 주인공 다나카. 시사잡지 기자인 그는 1년 전 일본을 뒤흔든 일가족 살인사건을 뒤쫓는다. [사진 풍경소리]

 “안녕하세요. 저는 츠마부키 사토시입니다. 다시 뵈어 영광입니다.”
한국말 발음이 좋다고 했더니, 한국말로 “진짜?”라고 장난스레 되묻는다. 17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우행록:어리석은 자의 기록’(감독 이시카와 케이)으로 개봉 전 서울에서 만난 주연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39) 얘기다.  
 
그의 한국사랑, 하정우·송강호·나홍진·치즈닭갈비…
공식 내한은 2010년 영화 ‘악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뒤 9년 만. 그는 “오랫동안 공식 방문이 없었음을 깨닫고 저도 놀랐다”고 했다. “(한일 합작영화) ‘보트’에 같이 출연한 하정우 형과는 그간 종종 술 한 잔씩 했다. ‘아가씨’를 찍으러 일본에 왔을 때도 만났는데 여전히 술을 잘 마시더라. 배우 송강호, 나홍진 감독의 팬인 데다, 치즈닭갈비도 정말 먹고 싶다.” 
 
시간이 그만 피해간 걸까. 그의 미소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워터보이즈’ 등 청춘물의 꽃미남 스타로 한국에서도 인기 높았던 15년여 전과 다름없이 해사했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츠마부키 사토시. 동안을 가리려는 듯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지만, 청춘스타 시절의 매력이 여전했다. [사진 풍경소리]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츠마부키 사토시. 동안을 가리려는 듯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지만, 청춘스타 시절의 매력이 여전했다. [사진 풍경소리]

원작 소설 첫인상 "멋대로 '답' 얻으려는 인간 어리석다"  
그가 연기파로 거듭난 작품이 바로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과 함께한 ‘악인’이다. 우발적 살인을 저질러 쫓기게 된 청년 유이치를 열연하며 일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이후 동성애자로 분한, 이상일 감독의 ‘분노’,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대표작을 재해석한 현대물 ‘동경가족’ 등 인간의 본성을 파고든 역할로 호평 받았다.  
 
새 영화 ‘우행록’은 이런 행보를 잇는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다나카는 시사 잡지 기자. 그는 하나뿐인 여동생 미츠코(미츠시마 히카리)가 아동학대 혐의로 수감되자, 이런 현실을 떨치려는 듯 1년 전 벌어진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상 조사에 매달린다. 일본 추리작가 누쿠이 도쿠로가 르포형식으로 쓴 동명 소설이 바탕이다.  
 
번듯해 보였던 피해 부부의 민낯을 파헤치던 다나카의 취재는 충격적인 진실로 치닫는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원작 소설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이 머릿속에 그린 남의 이미지란 참 쉽게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또 “관객이 결말을 눈치 채지 못하되 너무 밋밋하지 않게 연기해야 했다. 이렇게 섬세한 심리표현은 처음이었다”면서 “잊고 있었던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듯 한순간 폭발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연기적 테크닉보단 그저 다나카란 인물을 깊이 파고들려 했다. 나름대론 감정표현을 뚜렷하게 한 줄 알았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생각 외로 무표정해서 놀랐다”고 돌이켰다.  
다나카의 여동생 미츠코의 모습. 영화 '악인' 등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와 호흡 맞춘 배우 미츠시마 히카리가 탄탄한 열연을 선보인다. [사진 풍경소리]

다나카의 여동생 미츠코의 모습. 영화 '악인' 등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와 호흡 맞춘 배우 미츠시마 히카리가 탄탄한 열연을 선보인다. [사진 풍경소리]

"'악인'부터 저를 궁지에 몰며 연기…괴로움 술로 달랬죠"   
이런 연기방식은 ‘악인’이 계기가 됐다. “예전엔 캐릭터의 말투‧자세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계산하며 연기했지만, ‘악인’ 때부턴 저를 다 내려놓고 인물 자체가 되려 애쓰고 있다. 내면적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 넣다보니 연기가 늘 즐겁진 않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도 만만치 않았지만, ‘악인’은 진짜 좀 심했다. 후유증이 2년이나 갔다. 이러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고 스스로 걱정될 정도였다”고 했다.  
 
후유증은 어떻게 달랠까. 쑥스러운 듯 왠지 뜸을 들이던 그가 “너무 괴로우면 힘드니까…, 맛있는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기자 역할인 만큼 직접 기자들을 관찰하고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매우 디테일한 차이일 수 있는데 상대에 따라 인터뷰 스타일이 다르더라. 이 사람은 밝게 접근해야 얘기를 끌어내기 쉽겠다. 이 사람은 나서지 않고 질문만 살짝 던져야겠다던 지 말이다.” 
 
극 중 기자로서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를 취재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아무래도 사적인 질문보단 순수하게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해주면 기쁘다. 목숨 걸고 노력한 데 대해 보답 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취재진의 손동작을 신기한 듯 따라하던 그는 “일본에선 수기 메모를 많이 하는데 여러분은 타자의 달인”이라며 “다음에 또 기자 역을 한다면 참고하겠다”며 웃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20대 시절이 담긴 이누도 잇신 감독의 청춘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한 장면.

츠마부키 사토시의 20대 시절이 담긴 이누도 잇신 감독의 청춘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한 장면.

"사랑받은 '조제…' 한국 리메이크 버전 보고 싶어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 세태풍자를 담아낸 연출, 배우들의 연기도 고루 탄탄하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첫 장편인 이번 영화로 2년 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도 초청됐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다나카의 인상이 여러 번 바뀌는 오프닝신은 감독이 섬세한 연출로 해석해낸 것”이라며 “덕분에 첫 등장부터 캐릭터에 강렬함을 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남매로 호흡을 맞춘 여동생 역 미츠시마 히카리에 대해서도 “여러 작품을 함께해왔기에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서로 굳건한 신뢰가 있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그가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무슨 매력일까요.(웃음) 잘은 몰라도 배우로 일할 때와 평소 모습에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 친근함이 드시는 걸까요. 하정우 형도 그런 면이 있는데 그래서 저희가 친해진 것 같아요. 한국에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리메이크된다고 들었는데, 참여했던 일이 이렇게 오래 사랑받고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게 기쁩니다. 완성되면 꼭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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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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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