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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法 '구속 기준' 미묘한 차이, '혐의부인' 양승태 어떤 영향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필요할까. 검찰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양 전 원장에게 '증거 인멸 우려와 범죄의 중대성'을 근거로 주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부장검사와 부장판사를 역임했던 두 변호사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결이 다른 답변을 받았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범죄가 중대하고 혐의를 부인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니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은 주관적인 판단이며 양 전 원장에겐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범죄 소명의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두 변호사의 입장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찰과 이를 발부하는 법원의 내부 예규와도 일맥상통한다. 검찰과 법원은 구속 사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70조에 대해 서로 다른 내부 지침과 예규를 갖고 있다. 같은 법을 두고 두 기관의 해석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는 양 전 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검찰은 '구속수사기준에 관한 지침'에서 ▶증거 인멸의 염려 ▶도망할 염려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주요 구속사유로 두고 있다. 
 
반면 법원은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 이 두 가지만을 주요 구속 사유로 본다. 각 조항별로 규정한 내부 지침 역시도 검찰이 훨씬 더 세밀하다.
 
관련 연구를 진행했던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박남미 박사는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을 하나의 중요한 구속 사유로 간주하고 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70조 2항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등 구속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박 연구원은 "법 조문의 '고려해야 한다'는 표현이 포괄적이라 두 기관이 범죄의 중대성을 각자의 목적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 검찰은 넓게, 최소한의 인신 구속에 중점을 두는 법원은 좁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도 검찰과 법원은 구속 사유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당시 법원은 두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의 공모 관계에 대한 의문이 있고 검찰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법원의 기각 사유에는 없는 '범죄의 중대성'을 검찰이 꺼내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하며 양 전 원장에게 40가지가 넘는 혐의를 적용했는데 "각 사안이 모두 구속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한 범죄"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법원에선 두 대법관 때처럼 "검찰이 이미 다수 증거를 확보하고 있고, 양 전 원장에게 도주의 염려가 없다"며 범죄의 중대함과 상관 없이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양 전 원장의 혐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일부라도 범죄 소명이 될 경우 증거 인멸 우려에 따라 영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양 전 원장 측에선 실질심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피의자의 구속을 두고 검찰과 법원이 서로 긴장관계에 놓였던 것은 30년도 넘은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될 때도 두 기관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다. 
 
이 변호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높아져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이 국정농단 수사 뒤 구속 수사를 지지하는 여론을 등에 엎고 무리한 영장 청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양 전 원장의 수십가지 혐의에 대해 소명과 증거 없이 영장 청구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법부가 자신들의 전직 수장이었던 양 전 원장에 대해 다른 피의자와 똑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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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