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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송환된 테러리스트…좌우 정권 교체에 추락한 운명

볼리비아에서 체포된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 [EPA]

볼리비아에서 체포된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 [EPA]

 유럽과 남미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해 온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64)가 탈주 38년 만에 본국으로 송환됐다. 1970년대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탈옥 후 세계를 떠돌았던 그는 14일(현지시간) 오후 경찰 요원들에 둘러싸인 채 이탈리아 치암피노 공항에 발을 디뎠다.
 
 그동안 바티스티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브라질 등지에서 수 차례 체포됐지만 기적처럼 송환 고비를 넘겼다. 도피 중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하며 인기도 얻었다. 하지만 끝내 이탈리아 경찰 손에 넘겨지면서 그가 굴곡진 인생을 고국의 감옥에서 마감하게 될 지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좌파→우파 정권 교체로 또 체포
 
14일(현지시간) 오후 경찰 요원들에 둘러싸인 채 이탈리아 치암피노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체사레 바티스티. 그는 도주 38년 만에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이탈리아로 신병이 인도됐다.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오후 경찰 요원들에 둘러싸인 채 이탈리아 치암피노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체사레 바티스티. 그는 도주 38년 만에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이탈리아로 신병이 인도됐다. [EPA=연합뉴스]

 “브라질은 더 이상 강도들의 땅이 아닙니다.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브라질 하원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게시물에 태그하면서다. 보우소나루는 바티스티를 ‘브라질 정부가 이탈리아 정부에 보내는 선물’이라고 공개 지목했다.
 
 실제 바티스티의 이번 체포를 주도한 건 브라질 정부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바티스티 체포·수감을 결정했고, 대통령이 그의 이탈리아 송환을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지난해 16년 만에 집권한 우파 성향의 사회자유당은 “옛 좌파 정부의 방침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8년 넘게 브라질에서 정치적 망명 생활을 이어온 바티스티는 돌연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탈리아 극좌 무장 공산주의 조직(PAC) 출신인 그를 브라질에 받아줬던 장본인은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다. 2007년 브라질에서 검거돼 2009년 이탈리아 송환 판결을 받은 바티스티는 2010년 룰라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면서 합법적인 거주 지위를 얻었다. 
 
 바티스티는 지난해 10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만 해도 현지 TV방송에 출연해 “나는 브라질 영주권자이며 언제든 출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2015년 브라질 여성과 결혼해 아들도 낳았다. 하지만 지난달 송환 포고령이 내려지면서 돌연 잠적했고 지난 12일 볼리비아에서 체포됐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바티스티 체포 및 송환 소식을 전하면서 “룰라 대통령이 살인자(바티스티)를 보호하며 시작한 불의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이 과정을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념 대립에 내맡긴 외줄타기 운명
지난해 12월 브라질 경찰이 배포한 바티스티 수배 전단.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혐의를 부인 중이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브라질 경찰이 배포한 바티스티 수배 전단.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혐의를 부인 중이다. [AP=연합뉴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요원들이 볼리비아 산타 크루스 데 라 시에라 시내 거리에서 바티스티를 덮칠 당시 그는 가짜 턱수염과 콧수염을 달고 있었다. “바티스티가 변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 수배 사진을 배포한 브라질 경찰의 추측대로다. 브라질 언론은 그가 브라질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경찰의 심문에 포르투갈어로 답했으며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1970년대 이탈리아는 극우와 극좌 대립이 극심했다. 테러가 빈발해 ‘납의 시대’로 불리던 시기다. 바티스티는 총 4건의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1979년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중부 프로시노네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조직 도움으로 탈옥해 프랑스로 도주했다. 
 
 그는 궐석재판에서 다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당시 프랑스 정부가 ‘미테랑 독트린’을 선언해 사상범 본국 송환을 거부하면서 프랑스에서 범죄소설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2004년 다시 브라질로 도망가 룰라 전 대통령에게 또 한번 구원받았지만 정권이 바뀌자 다시 범법자 신세로 되돌아갔다.
 
 바티스티는 지난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나는 고문 끝에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번 도주에 성공해 제3국에서 망명 신청을 할 것이란 예측이 돌았지만 결국 고국 송환 비행기에 실렸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바티스티는 범법자이며 그가 해변가에서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브라질 정부에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페이스북에서 "이탈리아 정부를 대표해 바티스티 체포에 협력해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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