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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직업 군인의 직업병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소설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즈가 평생 친구이자 조수인 존 왓슨을 만나는 장면에서다. 홈즈는 왓슨을 보자마자 그가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의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의사처럼 보이는 신사인데 군인다운 면이 있고(군의관) ▶얼굴은 까만데 손목은 하얗고(더운 나라서 귀국) ▶군의관이 왼쪽 팔을 다쳤으니 최근 격전을 치렀다(아프가니스탄전 경력)는 걸 추론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모여 있는 삼각지에선 홈즈식 추리가 제법 통한다. 마치 홈즈처럼 군인의 병과를 묻지도 않고 맞출 수 있다. 특히 육군 포병은 정답률이 높다. 그들은 대화를 나눌 때 얼굴을 살짝 튼다. 시끄러운 장소에선 손을 말아 귀에 댄다. 그런 이들에게 “포병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놀라서 “어떻게 알았나”고 되묻는다.

 
포병엔 가는 귀가 먹은 사람이 많다. 포성이 무척 시끄럽기 때문에 포병으로 있다 보면 어느새 청력이 약해진다. 귀마개를 해보지만 큰 도움은 안 된다. 한 포병 장교는 TV 때문에 가족에게 핀잔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잘 안 들려서 볼륨을 한껏 키워놓고 TV를 끈 뒤 다른 식구가 켜면 갑작스런 큰 소리 때문에 놀라기 때문이다. 그는 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포병의 직업병”이라며 껄껄 웃었다.

 
육군 포병이 포성 때문에 귀를 막고 있다. [사진 육군]

육군 포병이 포성 때문에 귀를 막고 있다. [사진 육군]

치과 치료를 자주 받는 해군은 잠수함 승조원일 수 있다. 잠수함은 수십 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다. 물론 산소 공급기를 최대한 가동하지만 그래도 뭍만큼 공기가 상쾌하진 않다. 한 잠수함 승조원은 “잠수함에서 하루를 지내면 여러 병의 탄산수를 마시는 것과 같다”며 “부모님과 형제는 모두 건치(建齒)이고, 나도 한때 그랬는데 요즘 이가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목이나 허리가 안 좋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제법 있다. 전투기는 공중전에서 적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갑자기 방향을 트는 기동을 한다. 훈련에서 이렇게 비행하면 가끔 고개도 완전히 꺾인 상태가 된다. 그 자세 때문에 디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군복을 입은 사람에겐 저마다의 직업병이 있다. 이들은 신세를 탓하기보단 오히려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체념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3월 훈련 도중 순직한 고 오충현 공군 대령은 생전 일기에 적었다. “군인은 오직 충성만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이 변하고 타락해도 군인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영원한 연인 조국을 위해 오로지 희생만을 보여야 한다”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도 내놓겠다는 그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했나. 그들의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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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