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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칭 1년만에 60억어치 팔려···요즘은 '한국 가방'이 뜬다

최근 20~30대 사이에서 한국 브랜드가 만든 가방(이하 한국 가방)의 인기가 대단하다. 가방 디자이너 석정혜씨가 2018년 초 론칭한 가방 브랜드 '분크'는 지난해에만 60억 원어치가 팔렸다. 오프라인 매장은 몇 곳의 편집숍 뿐, 대부분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됐다. 덕분에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9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고, 하반기엔 면세점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석씨는 2009년 작은 매장으로 시작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쿠론' 가방의 성공 신화를 만든 유명인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외 한국 가방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2009년 쿠론으로 성공 신화를 일으켰던 가방 디자이너 석정혜 대표가 지난 2018년 만든 '분크' 가방. 이 가방은 지난해 한해동안 60억원 어치가 팔렸다.

2009년 쿠론으로 성공 신화를 일으켰던 가방 디자이너 석정혜 대표가 지난 2018년 만든 '분크' 가방. 이 가방은 지난해 한해동안 60억원 어치가 팔렸다.

패션 브랜드 '칼린'이 만든 '뉴헤스터' 백은 2017년 가을 출시해 1년 만에 4만 개 이상이 팔렸다. '제이에스티나'의 벨벳 소재 핸드백 ‘살비아 조이’는 지난해 11월 초 출시 한 달 만에 초도물량 500개가 동이 났다. 
패션 기자 출신, 패션 스타일리스트 등이 ‘내가 들고 싶은 가방을 만든’ 경우는 인기가 더 높다. 패션지 '바자' 기자 출신의 오선희 대표가 만든 '바이에딧'이 대표적이다. 그는 출장·여행이 잦은 직업 특성상 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캔버스 천 가방을 만들었다. 처음엔 사업 생각 없이 친구·지인에게 선물한 후 나머지 물량을 팔 요량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는데, 사이트 오픈 30분 만에 가방 200개가 다 팔렸다. 그 후 지금까지 낸 12종류의 가방이 모두 매진됐다. 올해 초엔 일본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 입점하고,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국제미술전 '2019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한국관 직원이 입을 가방·옷을 만들 후원사로 선정됐다.  
또 다른 패션 기자 출신인 전효진 공동대표가 만든 '세르쥬포에틱'의 작은 손가방은 지난해 5월 선보인 후 10차례나 리오더를 할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베네통·시슬리 니트 디자이너 출신인 이초롱 대표가 만든 '꼼므알' 역시 W컨셉·29cm·위즈위드 등 굵직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모두 입점할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양한 컬러 블록으로 재미를 준 캔버스 백 '바이에딧'. 한번 다 팔리면 다시는 똑같은 가방을 만들지 않아 매니아들의 애를 태운다.

다양한 컬러 블록으로 재미를 준 캔버스 백 '바이에딧'. 한번 다 팔리면 다시는 똑같은 가방을 만들지 않아 매니아들의 애를 태운다.

젊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가방 브랜드 '꼼므알'의 가방.

젊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가방 브랜드 '꼼므알'의 가방.

어떤 옷에도 들기 좋은 가성비 좋은 예쁜 가방을 원했던 3명의 여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가방 '세르쥬포에틱'. 직장 여성은 점심시간 잠시 외출하는 용도로, 엄마들에겐 가벼운 손가방으로 인기를 얻었다.

어떤 옷에도 들기 좋은 가성비 좋은 예쁜 가방을 원했던 3명의 여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가방 '세르쥬포에틱'. 직장 여성은 점심시간 잠시 외출하는 용도로, 엄마들에겐 가벼운 손가방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 가방들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독특한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가격은 20만~30만원 대라는 점이다. 가죽 소재의 가방은 20만~30만원 대, 캔버스 천이나 인조가죽을 사용한 것은 10만원 대 후반이면 살 수 있다. 최근 한국 가방을 산 직장인 이지은(34)씨는 "디자인이 좋은데 가격은 명품 가방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이라며 "요즘은 친구들도 해외 명품 대신 한국 가방을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가방의 합리적인 가격이 가성비·가심비 모두 만족시킨다는 얘기다. 직장인 정수진(28)씨는 "그날의 옷차림에 따라 다양한 색과 모양의 가방을 바꿔 들고 싶은 게 모든 여성의 마음”이라며 “한국 가방은 명품 가방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같은 비용으로 여러 개를 살 수 있어 경제적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구드(Gu_de)의 마고백. [사진 구드]

구드(Gu_de)의 마고백. [사진 구드]

30~40대에겐 가죽 대신 천이나 인조가죽으로 가방 무게를 줄이고,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한 효율적인 수납 디자인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워킹맘 김혜정(38)씨는 "늘 짐이 많아 가볍고 수납이 잘 돼 있는 기능성 가방이 필요했는데 몇 개월 전 10만원 대 후반의 천 소재 한국 가방을 산 후부터는 매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물론 이 배경엔 높아진 한국 가방의 디자인과 품질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구지혜 디자이너의 '구드'가 대표적이다. 구드는 지난해 유명 글로벌 쇼핑 사이트 '네타포르테'가 진행하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더 뱅가드)에 선정됐다. 한국 가방 브랜드로는 처음이다. 이후 네타포르테가 그의 가방을 홍보·판매하고 있다. 
'꼼므알' '마지셔우드' '오소이' '잉크' '뮤트뮤즈' '피브레노' 등도 독특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감·품질로 인정받는 한국 브랜드다. 이초롱 꼼므알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해외 명품보다 재밌고 색감이 좋은 가방, 여기에 높은 품질까지 갖춘 가방을 찾고 있다”며 “최근 선보이는 한국 가방들이 이 조건들을 만족시킨다"고 분석했다.  
드롭 방식으로 이번 주 수요일에 출시할 가방을 보여주는 분크 VWD 홍보 이미지(왼쪽)와 석정혜 대표.

드롭 방식으로 이번 주 수요일에 출시할 가방을 보여주는 분크 VWD 홍보 이미지(왼쪽)와 석정혜 대표.

독특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애를 태우는 유통 방식도 한몫 한다. 분크는 매주 수요일을 'VWD'(Vunque Wednesday Drop)의 날로 정하고 오전 10시에 신제품 한 가지를 출시한다. 석 디자이너는 "1주일에 하나씩, 정해진 날 신제품을 드롭 방식으로 출시해 기대감과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드롭 방식이란 정해진 시기에 제품을 하나씩 떨어뜨리듯 출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바이에딧 역시 드롭 방식으로 SNS를 통해 한두 달 간격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한다. 모든 제품은 한정 수량만 생산해 준비된 물량이 다 소진되면 더 이상 새로 만들지 않는다. 오선희 대표는 "때를 놓친 고객들이 재생산을 요청하지만 많이 파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인기 제품의 경우엔 출시 후 며칠, 빠르면 몇 시간 만에 소진되는 경우도 있어 이들의 가방을 좋아하는 팬들은 아예 알림 기능을 설정해놓고 신제품 출시 소식을 받는다. 
'브랜드'만을 중시하던 가방 선택의 기준이 바뀐 것도 영향이 크다. 전효진 세르쥬포에틱 공동대표는 "한국 가방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걸 체감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가방을 만들어도 해외 명품이 아니면 알아주지 않던 과거의 분위기가 젊은 층 사이에서 사라졌다는 의미다. 온라인 쇼핑몰 W컨셉의 강주연 우먼팀장은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진 결과”라며 “명품은 연예인이 들면 따라 드는 경향이 심했는데, 지금은 누구를 따라하고 싶은 심리보다 자신의 취향에 더 주목하고 브랜드 대신 예쁘고 품질 좋은 디자인을 더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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