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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원전' 중단 이끈 예중광 "대기 오염 줄이고, 안정적 전기공급 위해서"

지난해 11월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가동중단의 시한(2025년)을 법령에서 삭제했다. 기존 공약으로 내건 '2025년 원전 완전 중단'에서 정부가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 국민투표를 주도한 예중광(葉宗洸) 대만 국립 칭화대 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탈원전 정책하에서 시민운동과 학회의 역할(서울대 원자력정책 센터 개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예 교수는 중앙일보와 만나 “탈원전 추진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다”면서 “정부도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부쳤다”고 말했다.  
예중광 교수 [대만 칭화대 홈페이지]

예중광 교수 [대만 칭화대 홈페이지]

대만 원자력학회가 2017년 12월 말 제안한 국민투표는 ▶제안(0.01%·1879명 동의)▶국민청원(1.5%·28만1745명)▶국민투표(25%· 493만9267명)의 3단계 동의 과정을 거쳤다. 유권자 1800만명 중에서 3단계 동의자는 충족요건인 493만여명보다 많은 589만5560명이었다. 
 
슬로건은 '이핵양록(以核養綠·Go Green with nuclear)'이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에너지로 환경(녹색)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는 “원래 대만 내 원자력의 비중은 20%이었는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하면서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 했다”면서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차이잉원 정부는 2016년 집권하면서 2025년까지 원자력 기반 전력 생산을 완전히 정지하는 ‘탈원전 국가(nuclear free homeland)’를 만들겠다고 명시했다. 2025년까지 천연가스 50%, 석탄 30%, 재생에너지 20%로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탈원전 정책 아래 대만의 원자력 비중은 2015년 19%에서 2017년 9%까지 낮아졌다. 그는 “대만 정부에 원자력 비중은 최소 20%, 재생에너지 비중은 커야 10%여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가 원전 지속을 주장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대기오염이다. 원전 발전을 줄이면 석탄발전 등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등 유해물질이 증가한다. 그는 "대만에 6기의 원전이 있는데 3기만 운영되면서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한 결과, 난방 철인 겨울에 심각한 공기 오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안정적 전기 공급이었다. 그는 “태양광·풍력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서 주요 에너지원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 등은 원자력보다 발전단가가 5배가량 높다"면서 "경제성을 고려해도 원전은 일정 수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 일부 지방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화력 발전소를 강제로 줄이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 결과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전력 부족은 불편을 가져왔다. 대만에서 예비 전력율이 6% 이하인 날은 2014년 9일에서 2015년 32일, 2016년 80일, 2017년 104일까지 늘었다. 원전 6기 중에서 3기만 가동하면서 빚어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엔 상황이 나아졌는데 원전이 4기 가동됐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결정적 계기는 2017년 8월 15일 대만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었다. 당시 600만 가구의 전기가 끊어지고 2시간 이상 전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는 "정부에 전력수요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회견을 가진 4일 뒤에 블랙아웃이 발생했다"면서 "전력 공급이 병원에서 끊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에도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다. 2005년 대만 경제성장률이 5.42%일 때 전기 생산량 증가율은 4.69%였다. 2016년과 2017년 성장률이 각각 1.5%, 2.6%일 때도 전기 생산증가율은 3%와 2.35%에 달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매년 전기 생산이 전년 대비 2~3%는 늘어야 한다"면서 "2025년에도 전력 수요 증가를 만족하려면 '이핵양록'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독일은 이웃 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할 수 있고 화력발전도 늘리고 있다”면서 “벨기에·스위스 등은 원전 발전을 계속하고 있어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 교수팀은 국민에게 지속해서 원자력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이 국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예 교수는 2012년부터 '원전 유언비어 종결자(Nuclear Myth Busters)'라는 단체를 결성해 원전 관련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했다. '원자력 호기심 해결사'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방사선 폐기물 관련 정보도 제공했다. 국민투표 기간에는 학회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초·중·고 및 대학·지역사회 등에서 강연을 했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에너지 토크'라는 방송도 진행했다.
이핵양록 페이스북 페이지

이핵양록 페이스북 페이지

또한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운동과 비슷하게 '바나나 먹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과잉생산된 바나나 소비를 촉진해 과수 농가를 돕고 원전 관련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도 '이핵양록' 운동을 함께 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는 미국 MIT 대학 에너지 이니셔티브팀과 공동으로 ‘탄소 제약 사회에서의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 원전 발전단가(kwh당 40.4달러)는 프랑스(82.6달러)와 미국(77.7달러)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체 행사를 주관한 한국원자력학회장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도 원자력과 함께 가야 한다”면서 “원자력 관련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공론장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IEA, 서울대 원자력정책 센터 제공

IEA, 서울대 원자력정책 센터 제공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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