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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아침 스모그 짙던 날, 서울 밤 미세먼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짙은 스모그로 도로 건너편 천안문이 흐릿하게 보인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짙은 스모그로 도로 건너편 천안문이 흐릿하게 보인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52%가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중국 탓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류여우빈(劉友賓) 중국 환경생태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 공기 질은 대폭 개선됐지만, 한국 서울의 초미세먼지농도는 다소 높아졌다”며 중국의 책임을 부인했다.
 
"베이징 개선됐다"며 책임 부인하는 중국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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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난해 11월 베이징 등에서 만나본 중국인들 대부분도 류 대변인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과학원의 한 대기전문가는 “중국 기류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가지만,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래 존재하지 않고 가라앉는다”며 “대기 최상층까지 올라가야 한국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베이징의 미세먼지 10% 정도가 기류를 타고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당 8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에서 지난해 51㎍으로 개선됐다.
반면 서울은 2013년 25㎍에서 2015년 23㎍으로 개선됐다가 2016년 다시 26㎍까지 악화했다. 지난해에야 다시 23㎍으로 개선됐다.
 
서울과 베이징 오염도만 비교해보면 중국 생태환경부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과연 중국 책임은 없는 것일까.
 
조건에 따라 국내·국외 기여율 달라져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취재팀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2017년 3년 동안 월별로 국내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입수했다.
환경과학원은 19~67%가 국외에서 왔고, 겨울철에는 국외 영향이 60% 이상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 평균치로는 국외 기여율이 44~51%(3년 평균 47.3%)였고, 북한을 제외해도 30~40%는 중국 탓으로 볼 수 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해마다 기상·기후 조건 때문에 차이가 생기고, 중국이 오염 배출량을 많이 줄인다면 국내 기여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공동연구에서도 중국 영향 확인
지난 2016년 5~6월 국내 연구진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합동으로 진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조사(KORUS-AQ)’에서도 초미세먼지 국내 기여율이 52%, 국외가 48%로 나타났다.
 
당시는 초여름이었는데도 중국 기여율이 34%를 차지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운영하는 전국 6개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의 데이터에서도 중국의 영향은 확인됐다.
대전에 있는 중부권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의 미세먼지 오염에서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2015년 평균 70.8%로 나타났다.
 
또 제주권은 68.7%, 백령도 62.3%, 수도권은 56.4%, 호남권은 43.9%, 영남권은 39.4% 순으로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오염원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국외에서 들어온 오염물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서해 백령도나 제주도 등 중국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고 있다.
 
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백령도의 경우 2015년 24㎍/㎥에서 2016년과 2017년 22㎍/㎥로 개선됐다.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의 경우 2015년 24㎍/㎥에서 2016년 21㎍/㎥, 2017년 16㎍/㎥로 33%나 개선됐다.

강화도 석모리도 2015년 30㎍/㎥에서 2017년 25㎍/㎥로 개선됐다. 전북 부안이나 김제 등도 개선 추세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중국의 대기 질이 최근 개선된 효과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
 
경유차 늘어나면서 서울 개선 더뎌
ㅔ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며 처음으로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강변북로에 노후차량 단속 CCTV가 설치돼 있다. 비상저감조치 때 서울 전 지역에서 노후경유차를 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제한 대상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모든 경유차로 서울 20만대, 수도권 70만대, 전국적으로는 220만대이다. [뉴스1]

ㅔ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며 처음으로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에 들어간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강변북로에 노후차량 단속 CCTV가 설치돼 있다. 비상저감조치 때 서울 전 지역에서 노후경유차를 몰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제한 대상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모든 경유차로 서울 20만대, 수도권 70만대, 전국적으로는 220만대이다. [뉴스1]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서울이다. 지난해 오염도는 2016년이나 2017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줄지 않는 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가 계속 늘고 있다. 
2017년 한 해 신규로 등록한 차량 가운데 휘발유 차량이 41.5%였는데 경유차는 44.8%였다.
 
그나마 폴크스바겐 등의 배출가스 시험 조작이 드러나면서 경유차 구매가 주춤해진 탓이다.
2015년에는 신규 등록 차량 중 경유차가 52.5%였다.
 
석탄 발전도 늘고 있다. 국가에너지통계시스템(KESIS)에 따르면 2016년 가을 이후 석탄 사용이 그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시멘트용 유연탄 소비는 감소하고 있으나, 발전부문 소비가 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을 발전 연료로 많이 사용하는 ‘경제급전’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해 전기 과소비가 나타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석탄 소비 추세 [자료 국가에너지통계정보시스템]

국내 석탄 소비 추세 [자료 국가에너지통계정보시스템]

중국 대도시 이외 지역 오염 개선엔 의문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거리. 짙은 스모그로 시정거리가 짧아진 탓에 늦은 오후인데도 대부분의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 거리. 짙은 스모그로 시정거리가 짧아진 탓에 늦은 오후인데도 대부분의 차량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고 있다. 베이징=강찬수 기자

한편, 중국보다 한국의 오염 개선이 더딘 것과 관련, 일부에서는 중국의 오염측정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오염물질 배출이 한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선박의 오염이다.
 
중국에는 400개가 넘는 항구가 있고, 전 세계 10대 항구 중 7개가 중국에 있다.
전 세계 해양 운송 컨테이너의 30%가 중국 항구를 거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하이를 포함한 양쯔 강 삼각주의 항구 집단 근처 400㎞ 이내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2010년 기준으로 5만1000t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오염물질은 중국 측정망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와 함께 중국 농촌 등에서 배출한 암모니아가 국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중국에서 배출한 암모니아의 양은 1170만t으로 한국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양의 200배가 넘는다.
농경지에 뿌려진 액비 등에서 대기로 배출된 암모니아가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미세먼지로 바뀐다.
 
중국 과학원의 한 대기 전문가는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항구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에서 아직 깊이 연구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헌 건국대 융합인재학부(환경기술융합전공) 교수도 "중국 쪽에서는 국가 차원의 배출량 통계가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며 "서울을 포함해 동북아 지역은 특히 기후변화로 풍속이 감소해 오염도가 높아지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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