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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시선] 검찰청 캐비닛은 여전히 살아있다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청와대 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의 사건 수사 주체는 둘로 쪼개져 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피고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김태우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피고발 사건은 수원지검에 재배당되면서다. 이 사건 배당에 대한 평가는 네편 내편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비난한다. 다른 쪽은 “6급 ‘미꾸라지’의 신빙성 없는 폭로에 걸맞는 ‘신의 한수’”라고 한다. 김태우를 돕는 석동현 변호사의 분석은 그보다 깊숙했다.
 
“아무래도 지난해 7월 청와대 대변인(당시 박수현)이 ‘전 정부 캐비닛 문건’을 폭로하자 야당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 때문인 것 같다. 그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캐비닛에 그대로 잠자고 있다. 1년 6개월 동안 손도 안 댔다. 만약 김태우의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을 중앙지검에 배당하면 저절로 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기밀 누설이다. 캐비닛 열어서 박근혜 정부 민정·정무수석실에서 작성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메모 등 방대한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뒤 이를 복사해 특검에 내 줬기 때문이다. 그게 곤혹스러우니 쪼개기 재배당을 한게 아니겠나.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기자가 직접 확인에 나섰다. 검찰의 책임있는 한 당국자에게 물었다.
 
김태우 사건 재배당이 박수현 전 대변인 피고발 건 때문인가.
“전혀 고려 사안이 아니었다. 박형철 비서관이 고발된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보낸 건 박 비서관과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친분관계가 동고동락 정도가 아니라 ‘공생공사’(※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과 부팀장 역임)라서였다. 같이 죽고 같이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지검에서 어떤 결론을 내도, 특히 무혐의로 결론내면 아무도 신뢰하지 않을 것 아닌가. 차라리 배당할 때 한번 욕 먹는 게 낫다고 봤다. 김태우가 고발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현재 그의 근무지가 중앙지검이라서 수원지검으로 뺐다.”
 
지난해 ‘캐비닛 문건 폭로’ 수사 진행은.
“때가 되면 하겠지. 당시 야당이 ‘적폐 수사’ 등에 반감을 갖고 고발한 것으로 일종의 정치 행위 아닌가.”
 
김태우가 ‘저건 왜 안 하느냐’고 주장하면.
“저기 캐비닛 열려 있다. 검토중이다. 매 월말 미제에 다 반영하고 있다고 답해야 하지 않겠나.”
 
예전 같으면 특임 검사를 임명해 수사했어야 할 사건 아닌가.
“특임 검사 몇 차례 가동해 봤는데... 수사팀은 구성되면 무조건 ‘고(Go)’하더라.”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백번 들어도 합리적인 판단 같다. 검찰의 입장에선 말이다. 하지만 그 판단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사와 피의자가 같은 검찰청에 근무했다고 해서 수사 결과가 흐지부지된 사건은 거의 없다. 또 친소 관계를 고려해, 수사하는 검찰청 자체를 바꿔 재배당한 사례 역시 드물다. 결국 중앙지검이 아닌 곳으로 보낸 것 자체가 사안의 중대성을 낮게 본 것이고 소위 이슈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는 측면을 배제할 수없다.
 
과거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대로, 청와대와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주로 수사했던 대검 중앙수사부장실에도 캐비닛이 존재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캐비닛을 열거나 닫으며 정·관·재계 인사, 대기업 오너 등 단죄하고 싶은 대상을 골라서 단죄했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가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 낙인찍혔고 중수부가 폐지됐으며 중수부장의 캐비닛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보라! 캐비닛은 살아 있다. 적어도 중앙지검에. 어떤 형사 사건이 정치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적어도 검찰은 아니다. 그동안 적지않은 사건에 ‘가치’를 매겼기 때문에 검경수사권 조정의 벼랑 끝까지 몰린 게 검찰이다.  
 
소설가 정을병의 ‘육조지’에는 검찰은 불러서 조진다는 표현이 나온다. 조질 때는 애먼 사람 소환해 조지고 봐 줄 때는 캐비닛에 묵혀서 봐주는 관행이 지금도 남았다면, 이젠 버릴 때가 됐다.
 
법 위반에 대한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 만약 폭로에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위법성 조각사유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 수위를 조정하면 된다.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캐비닛에 처박아 뒀다가 이번처럼 이중 잣대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가지 더 궁금한 건 김태우가 폭로한 우윤근 대사 1000만원 수수 의혹 등 100여건의 동향·첩보 보고 중 일부라도 검찰 범죄정보팀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요새 부쩍 ‘법 앞의 평등’보다 ‘검찰 앞의 평등’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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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